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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한국 청년들 유비유환(有備有患)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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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한국 청년들 유비유환(有備有患)하는 것 같아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6.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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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방송인 타일러의 조언 "거창하게 생각 말고 쉽게 도전하길"
꿈과 직업을 동일시...좋은 직업보다는 꿈을 크게 가져야
타일러 라쉬 ⓒ전국경제인연합회
타일러 라쉬 ⓒ전국경제인연합회

지난 주에 방송인 타일러 라쉬를 만났다. 그냥 똑똑하고 한국어 잘 하는 외국인 정도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몇 개 기업도 창업해서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이국만리 한국에까지 와서 이렇게까지 성공한 비결이 궁금했었는데, 직접 대화해보니 생각과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혼자만 듣고 있기에 너무 아까워서 공유해 본다.

우선 타일러 본인은 하고 싶은 일에 도전을 많이 한다고 한다. 실제 그의 이력을 봐도, 학창시절에 문학가, 외교관, 법조인 등 여러 시도를 많이 했고 결과는 전부 실패했다. 여기서 ‘실패’라는 단어를 썼지만 순전히 한국인의 관점에서다. 그는 전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여하튼 그러다 우연히 서점에서 한국어 책을 보면서 그냥 호기심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한국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질문했다. 실패했으면 다시 도전하면 되지 왜 꿈을 자주 바꾸느냐, 오히려 그게 더 성공하는데 있어 낭비 아니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심플했다. 일단 시도해보고 나랑 안 맞으면 바로 포기하는게 효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고.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놀라웠다. 한국인들은 무엇인가를 도전하려 할 때 준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의 꿈이 문학가라고 한다면, 한국 학생은 공부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유명 문학가의 글을 줄줄 읽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문학의 역사 등을 외우다시피하면서. 그러다보니 직접 글을 쓰는 경험은 거의 없고, 막상 공부 끝내고 글을 쓸 때면 아는 것이 많아서인지 고민만 많이 하고, 그러다 좌절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차라리 좀 쉽게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예를 들어 요새 SNS 잘되어 있으니 자신의 블로그에, 페이스북에, 인스타에 지인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글부터 써보기 시작하고 주변 반응도 보고, 그러면서 본인이 글을 쓰는 것이 즐거운지 실증나는지 성향도 확인해보고. 그러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것을 시도하면 되고. 그럼 별로 손해볼 것도 없고, 본인 성향도 정확하게 알게 되니 나쁠 것 없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런 포기(?)들이 쌓이면 나중에 다양한 경험이라는 큰 자신이 되지 않겠느냐고.

이에 더해 한국 청년들을 보면 도전할 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준비를 많이 하다보니 오히려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아니라 유비유환(有備有患)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명언이다.

그러면서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수, 과학자 등을 말하더라. 그런데 이건 꿈이 아니라 직업인데 한국 청년들은 꿈과 직업을 동일시 하는 것 같다고.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도전하고 준비하니까 걱정도 많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은 것 아니겠냐고 했다. 쉽게 말했지만 가슴에 큰 울림이 있는 메시지였다.

어찌 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잘해야 한다, 제대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이 다른데 해보지 않고서야 그것을 어떻게 알겠나. 예를 들어 외교관이 되고 싶다면 관련 협회나 기업, 정부부처 같은 곳에서 알바(아르바이트)부터 해보고 외교관의 삶이 나랑 맞는지 먼저 경험해 보는 것도 방법일텐데 우리는 시작부터 외무고시 서적부터 파지 않았나 되돌아 보게 됐다. 도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참 쉽고 재미있는 일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사소한 일부터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이것이 본인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평하는 타일러 라쉬의 의미있는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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