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는 기아차 살리기 안해본게 없다는 경험담 공유
경제전쟁 시대 무능한 장수가 승승장구하는 경우는 없다
지난 주 목요일(25일) 전국경제연합회에서 주최한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식사, 일명 ‘갓생한끼’ 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쏘카 박재욱 대표, 노홍철천재 노홍철 대표가 참석했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도 깜짝 방문했다. 경제계 입장에서 보면 별들의 대잔치다. 정의선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계 거목이고, 박재욱 대표는 스타트업계의 전설, 노홍철 대표는 대중에게 친숙한 대표 N잡러다. 이렇게 3인 3색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경제계의 큰 형님 이웅열 회장님도 오셨으니, 잔치도 이런 잔치가 없었다.
행사니 의례적인 행사겠지, 대본 다 짜놓고 대본대로 하겠지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정의선 회장님도 “저희 실무자가 예상 질문하고 답변을 정리해서 주긴 했는데, 제 생각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더 좋겠네요”하면서 자료 덮고 자유롭게 답변했다. 중간 중간에 농담도 어찌나 잘 하는지 깜짝 놀랬다. 참석자들도 회장님이 요즘 젊은이들이 보는 예능프로그램도 많이 알고 있어서 놀랬다고 한다.
박재욱 대표도 창업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 지금 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들, 난관, 마인드에 대해 솔직하게 경험을 전달해 주었다. 노홍철 대표는 더 말할 것도 없이 유쾌하고 긍정의 아이콘 그 자체였다. 어쩌면 저렇게 얼굴에서부터 즐거움이 늘 묻어있는지 부럽기만 하다.
여튼 다들 진심을 담은 대화에 MZ 참석자 30명과 멘토 3인이 하나가 된 시간이었다. 세대도 다르고 사회적 지위도 달랐지만 진심을 담은 소통에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2005년 기아차가 망해가기 직전이었을 때 은행에 돈 빌리러 간 이야기, 안해본 것이 없다는 이야기, 경영층부터 공장, 유통까지 하나가 되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압권이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정의선 회장이 살짝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자, 참석자들도 덩달아 그 때의 고난에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참석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결같이 시간이 너무 짧았다, 내 고민이 많이 해결됐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모두들 만족한 모양이다. 특히 어떤 참석자의 이야기가 귀에 남았다. “대기업 회장이면 그냥 금수저고 크게 어려운 일 없이 살았을 것 같은데, 망해가는 기아차 살린 이야기, 대화 속에서 묻어나는 치열하게 사는 삶, 그러면서도 그 안에 묻어있는 통찰력을 보면서 대기업 회장이 그냥 그 자리에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한다. 아무리 크고 좋은 회사를 물려받아도 능력없거나 게으른 리더는 결코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마치 공성보다 수성이 더 어려운 것처럼 내가 가만히 있는데 세상에 거져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우리는 실제로 무능한 리더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수많은 사례를 무수히 봐왔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막연한 오해의 장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지기를 바란다. 일은 아래 직원들이 다하고 대기업 회장은 폼만 잡고 있는 금수저라는 이미지, 무능해도 부모 잘 만나면 그냥 기업인 할 수 있다는 생각, 회장은 늘 맛있는 것만 먹고, 맘껏 놀다가 가끔 일한다는 막연한 편견들. 이제는 조금씩 지워나갔으면 한다. 자고 일어나면 수많은 기업들이 사라지는 치열한 경제전쟁 시대에 무능한 장수가 승승장구하는 경우는 없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