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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하나마나한 국회 연금개혁 보고서, 이러니 욕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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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하나마나한 국회 연금개혁 보고서, 이러니 욕먹는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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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보험료율 얼마나 올린건가는 빼고 당위성만 강조
표 눈치 보며 책임회피...이럴거면 의원 왜 뽑나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하겠다고 거창하게 출범했던 민간자문위원회의 ‘연금개혁안 검토 경과 보고서’가 발표됐다. 민의의 총아라는 국회에서 주관했으니 살짝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나, 보고서 내용은 알맹이가 죄다 빠진 맹탕이었다. 지난 대선에서 MZ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90년생 이후로는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보고서였다. 용두사미도 이런 용두사미가 없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내용없이 방향만 제시했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 및 가입상한, 수급개시 연령을 모두 올려야 한다고만 했을 뿐이다. 마치 대단한 것인양 보고서가 말했지만 사실 이걸 누가 모르나?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요율을 얼마나 올리고, 가입 및 수급개시 연령을 어떻게 조정할 지 구체적인 수치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구체적인 핵심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게다가 국민들이 노후에 수령할 연금의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올릴지 말지 의견 통일조차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댄 보고서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추정컨대, 이런 코미디같은 보고서가 나온 것은 국회 주관이다보니 정치적 입김이 개입됐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요율을 올리자고 하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20~50대 인구와 기업주가 반발할 것이고, 당장 수급개시 연령을 늘리자고 하면 앞으로 연금을 받을 세대들이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안이든 표를 깎아먹을 것 같기에 국회가 몸을 사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사실 국민연금 문제가 이렇게 꼬인 것은 정치권 탓이 크다. 처음 설계부터 장미빛 전망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켰을 뿐만 아니라, 계속된 기금 고갈 경고에도 개혁은 오랜 기간 손을 놓고 있었다. 그뿐인가.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마치 자신들의 자산인양 개입하기 일쑤였다. 기업들 경영에 적극 개입해서 기업인들 혼내주라고 하지 않나, 주식시장이 불안하면 국민연금이 주식매입하라고 하지 않나, 채권시장이 불안하면 채권매입을 하라고 하지 않나, 정말 국민연금의 주인이 정치인인양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자신들의 쌈짓돈마냥 이러써라 저리써라하면서, 국민연금 운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훼손한 사람은 정치인들인데, 정작 기금고갈 문제 생기니 나몰라라 무책임하게 뒷짐만 지고 있다.

물론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의 특성상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막강한 권한과 면책특권, 임기를 보장해 주는 특권을 준 것은 책임감과 전문적 식견으로 국가를 이끌어 달라는 취지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이기도 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비겁하게 책임회피를 할 것이라면 우리가 국회의원을 뽑을 이유가 전혀 없다. 차라리 그 때마다 국민들 설문조사해서 의사결정하면 될 일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인기 없는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하겠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더 이상 미루고 미룬다면 고름으로 끝날 일이 불치병으로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에게 고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들 대신 앞장서서 총대를 메겠다고 했으니 부디 미래를 위해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 아니 적어도 발목만이라도 잡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연금개혁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한 결단에 국민들도 지지를 표할 것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 수준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MZ들은 정보 검색도 많이 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한다. 당장 고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정치인들이 조금만 힘을 보탠다면 MZ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MZ들의 생각은 우리 국민 전체의 공감으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

농부는 아무리 배고 고파도 종자를 삶아 먹진 않는다. 당장 배부르자고 종자를 먹는 순간 우리의 미래는 암울해지지 않겠는가. 지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자.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고. 그렇게 미래를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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