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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쓰리잡해서 애들 학원비 내는 세상 공교육은 언제 정상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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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쓰리잡해서 애들 학원비 내는 세상 공교육은 언제 정상화하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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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사교육비 26조원 역대 최대...서울 고교생 학원비 93만원
무너진 교권 난장판 교육 현장 방치하면 부모 등골만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작년 사교육비가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보면 초등학생은 37만2000원, 중학생은 43만8000원, 고등학생은 46만원 수준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고등학생은 93만7000원까지 치솟는다. 정말 사교육비 무서워서 애 못 낳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수준이다. 웬만한 다둥이 학부모들은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식비도 줄어야 할 판이다.

이렇게 사교육비 부담이 커진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결손, 물가 상승으로 인한 학원비 상승 등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교육 현장을 가보면 지금 교사들이 과연 의욕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이 든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초등학교 현장의 목소리만 들어봐도 그렇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지식이나 인격 측면에서 바로 잡아줘야 할 부분이 많지만, 제대로 훈육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기분이 나쁘다고 바로 앞에서 농구공을 선생님 얼굴에 던져서 다치게 했는데도 학생을 제대로 혼 낼 수 없단다. 수업시간에 딴 짓하거나, 자거나, 심지어 큰 소리로 친구와 잡담하면서 수업을 방해하는데도 뒤에 가서 서 있으란 말도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것은 말로 잘 타이르고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다. 참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에 맞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일부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의 태도도 문제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사소한 것도 참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자기 자식에게 눈길을 많이 안 줬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에게는 칭찬했는데 자기 자식에게는 칭찬을 안 했다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항의 방문을 한다. 근거는 오직 자기 자식의 말 뿐이지만 진실인양 선생님에게 강하게 몰아부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죄송하다, 앞으로 더 신경쓰겠다는 말 뿐이다. 혹여라도 학부모가 듣기 싫은 말을 하면, 일이 더 커지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그저 참을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런 분위기에서 선생님과 학부모가 아이에 대해 솔직하게 터놓고 고민하고 협력할 수 있을까. 몇 년 전에는 학내 미술 경시대회를 했더니 은상, 동상받은 학부모들이 왜 우리 아이가 금상이 아니냐며 항의를 해서 결국 경시대회를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항의인지 모르겠다.

선생님들의 과중한 행정업무도 문제다. 체험학습이라도 한 번 가려고 하면 학교 행정실에 제출해야 하는 계획서, 비용추계, 각종 증빙, 섭외 방안 등등 서류가 한 무더기다. 정확하고 투명한 행정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불필요한 잡무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물론 공교육 분위기가 이렇게 된 것은 오래 전 잘못된 교육 관행, 예를 들어 선생님의 체벌이라든가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 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었다. 덕분에 상당부분 개선된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열심히 가르치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사기를 꺾거나,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 또한 개선해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사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정말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안다. 어쩌면 이 글이 일부 사례만 가지고 확대 해석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교육시장이 저렇게 커진 것은 분명 공교육이 학부모와 학생의 수요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중년의 아주머니이신 캐셔가 아이 학원비 때문에 일한다고 했다. 또 캐셔 직업만으로도 부족해서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나 더 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힘드실까. 아이 학원비 마련을 위해 생업 전선으로 내몰려야하는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말 공교육이 활기찬 모습으로 바로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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