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9 11:15 (월)
[조남현의 종횡무진]한점 부끄러움 없다는 이재명, 법인카드는?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한점 부끄러움 없다는 이재명, 법인카드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2.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최소한의 낯 뜨거움도 모르면 정치지도 자격 미달
‘이재명다운 길’은 민생과 민주주의 파괴하는 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최측근 정진상 씨 구속기소 후 SNS에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글을 올려 깜짝 놀랐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성인(聖人)이라 해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사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대목은 시인 윤동주의 서시(序詩)에서 따온 것일 텐데,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정반대의 뜻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윤동주는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한 게 아니라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하지 않았나. 교만과 겸양의 번민을 동렬에 놓을 수 있나.

윤동주는 사색과 고뇌, 순수함 등의 어휘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윤동주는 온갖 부정과 비리 의혹으로 얼룩져 있는 사람이 흉내 낼 수 없는 순백의 영혼을 갖고 있던, 그래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저항 시인이다. 그런 사람조차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을 수 없기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이재명은 이어 “10년간 털어왔지만, 어디 한번 또 탈탈 털어봐라. 저 이재명은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갑자기 말투가 거칠어지는 것도 신뢰감을 떨어뜨리지만, 10년간 털어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검찰은 털기는커녕 덮기에 급급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리고 현 검찰은 아직 이재명을 직접 겨냥하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도 털어보라며 숨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둑놈 제 발 저린 격’이다.

단 1원의 사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고? 세상에 어떤 바보 천치가 제 명의로 돈을 챙기겠는가. 더구나 정치적 야심이 만만치 않을 뿐 아니라 주도면밀한 자기방어의 논리까지 미리 생각해둘 수 있는 교활함까지 갖춘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명의로 대장동 일당 등으로부터 받은 돈이 한 푼도 없다고 한들 그것이 그가 단군 이래 최대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누구 앞으로 되어 있든 그의 의지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있다면 그의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이 대표는 확실히 범인(凡人)은 아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거니와, 백 보 양보하여 그가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장동 설계자이자 최종 결재권자로서의 무능과 무책임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말이라는 점에서도 그는 분명 비범한 인물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과 같이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마저 아예 잊어버린 듯 “하늘을 우러러…”를 운위하는 건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보통 사람 같으면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 하기야 열흘 넘게 같이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그 와중에 5시간인가를 함께 골프를 쳤음에도 성남시장 재직 당시에는 고(故) 김문기 씨를 ‘하위직 직원’이라 모를 정도의 고위급 인사이니 그럴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대장동 사업의 핵심 실무를 맡았던 고(故) 김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이재명은 최종 책임자로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을까. 그랬다면 그는 범인들로서는 이를 수 없는 그 어떤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가 무섭다.

이재명이 무서운 더 큰 이유는 그가 압도적 다수의 원내 제1당 대표로서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키며 흔들림 없이 걷겠다”며 “가장 이재명다운 길을 가겠다”고 말한 점이다. 그건 재앙을 예고하는 선전포고처럼 들렸다. 민주당이 법인세 인하를 부자 감세라며 한사코 거부하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권보다도 더한 편 가르기와 프레임 씌우기로 경제, 나아가 나라 ‘말아먹기’에 나서겠다는 뜻이기에 하는 말이다.

많은 전문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해왔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투자를 일으키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라고.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낮추면 상위 0.01%인 103개 기업만 유리하다”고 왜곡한다. 물론 0.01%는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 0.01%가 전체 법인세의 40%가 넘는 몫을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 그 0.01%의 경쟁력이 나라의 경쟁력이라는 점,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절실하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 사실 법인세는 아예 없애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기업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일 뿐 아니라 기업은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특정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게 아니다.

파업을 부추기는 ‘노란 봉투법’, 시대착오적이면서 농민을 죽이고야 말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그들이 말하는 민생 법안을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재명의 민주당은 그리스나 남미 제국을 뺨치는 포퓰리즘의 재앙을 몰아올 것이기에 두렵다. 국민은 이런 사실도 모르는 채 그저 진영싸움으로서의 정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급기야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상황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민주당의 독자적인 예산으로 의결하겠다는 게 그것이다. 과문(寡聞)한 탓인지 지금까지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국회가, 특히 야당이 예산안을 만든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는 이재명의 교만과 맞물려 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낯 뜨거움도 모르면 함께 어울려 사는 사람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하물며 정치지도자라면 더 말할 게 없다. 막장 정치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