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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백지시위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무너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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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백지시위로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무너질 수 있을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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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조직화되지 않은 자연발생적 시위로 진압 당할 가능성
중화사상과 국수주의 물든 중국 청년들의 일시적 불만 한계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 추도식에서 코로나19 봉쇄 조치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인들의 ‘제로 코로나’ 반발 시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진핑 ‘황제 즉위(?)’로 한층 더 강력해진 국가통제체제 하에서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당국은 물론 중국인들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과연 이번 시위가 중국을 변화시키고 중국인들이 자유를 쟁취하는 시초가 될 수 있을까.

먼저 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본다. 이번 시위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백지 시위에 담겨 있다. 백지 시위는 실은 지난 2020년 홍콩에서 먼저 벌어졌다. 홍콩보안법의 발효로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하면서 반중 구호가 적힌 피켓만 들어도 처벌받게 되자 홍콩 시민들은 백지 시위를 벌였다.

백지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씌어 있지 않은 종이 한 장일 뿐이다. 그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상징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그건 수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홍콩에서 시민들은 백지를 보고 우선 ‘반중’을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백지에서 ‘공산당 일당 독재 타도!’와 같은 과격한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홍콩 시위 후 2년이 지난 지금 상하이에서 “시진핑과 공산당 퇴진!”이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중국에서 이런 구호는 과격함의 최대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인들이 비로소 자유에의 열망을 드러낸 게 아닐까 하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또 백지에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시위 사태는 당장은 시진핑이나 공산당에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나비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들 알다시피 나비효과란,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택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어느 지점(여기서는 ‘시점’이라고 보아야겠지만)에서의 작은 파동이 시간이 가면서 증폭되어 급기야는 토네이도나 태풍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백지 시위가 당장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종국에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 독재체제를 붕괴시키는 거대한 태풍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 한계의 측면을 보자. 이번 중국 백지 시위가 벌어진 것은 어떤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인 성격이 강하다. 다시 말해, 자유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항거’한 것이라기보다는 삶을 위협할 정도로 통제가 한계 상황에까지 이르자 이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되었다는 얘기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가 하면, 감염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마저 출입이 통제되고, 유전자 증폭(PCR)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으면 대중교통 수단도 이용할 수 없고 쇼핑몰에도 들어갈 수 없도록 했으니 중국인들은 질식할 듯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식량난까지 겪어야 했다.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 신장위구르 성도인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외출 금지로 수많은 자동차가 주차되어있는 데다가 봉쇄 조치를 위한 장애물들로 소방차의 현장 진입이 늦어지는 바람에 10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 소식이 SNS를 통해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가 전국 주요 도시에서 자연발생적인 시위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놀란 중앙 정부 당국은 강경 진압에 나서는 한편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사실은 백지 시위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중국인들이 자유를 쟁취한다는 것은 곧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이 성공해야 함을 의미하는데, 일상생활이 위협받는 극한 상황에서 벌어진 자연발생적인 시위(그건 차라리 몸부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는 혁명으로 치닫는 동력이 되기 어렵다. 결국 강경 진압으로 시위는 잦아들 것이고, 강압 통치는 계속될 것이다.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는 헤겔에서 마르크스로 이어지는 역사주의의 산물이다. 역사주의란 역사에는 어떤 법칙이 있고, 그 법칙에 따라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가 세워지며, 궁극적으로는 원시 공산주의로 귀결된다는 마르크스 혁명론의 토대이다. 그런데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역사주의는 사망선고를 받았고, 마르크스의 예언은 점쟁이의 헛된 예언에 지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중국인들이 자유를 성취하려면 이러한 근본적인 인식에 도달하고 지식인들이 앞장서서 대중, 특히 젊은이들을 각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여전히 중화사상과 국수주의에 길들여진 중국 젊은이들이 일시적인 불만을 토로할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각성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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