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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획일적 규제의 대명사 '안전속도 5030' 손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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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획일적 규제의 대명사 '안전속도 5030' 손 봐야한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9.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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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미국은 학교 운영되는 시간에만 스쿨존 속도적용
통계로 자화자찬 말고 시간, 비용 낭비도 고려해야
강남구청 주차단속차량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 인근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구청 주차단속차량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초등학교 인근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4월 ‘안전속도 5030’ 규제가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취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행자의 안전 강화. 이 규제 시행 덕분인지는 몰라도 올해 4월 2일까지 교통사고 사망자는 약 10.7% 감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성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탓에 운전대 한번 잡아보면 입이 삐죽 튀어나오기 일쑤다. 자동차는 나날이 첨단화되어 가는데 도로 규제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제도의 취지가 좋아도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규제한다면 부작용만 더 커지기 마련이다. 극단적으로 보행자의 안전 강화라는 취지를 완벽하게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자동차 운행을 아예 금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계에 지장을 받고, 물류는 마비될 것이며, 환자 이송도 어려워 오히려 많은 사람의 생명이 더 위태로워 질테니 말이다. 정책은 그 취지를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치하게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하지만 안전속도 5030 정책은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전속도 5030의 개선에 찬성한 사람들이 92.2%나 됐다고 한다. 북한에서나 볼 듯한 압도적 찬성률이 나온 걸 보니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불편해 하고 공감을 못했는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지역에서 올림픽대로의 대체재 역할을 하던 노들길. 수년전만 해도 제한속도가 시속 80km로 올림픽대로와 같았으나, 어느 날 갑자기 시속 50Km로 줄었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노들길은 신호등도 없고 무단횡단 하는 사람도 거의 없는 곳이다. 무단횡단 해봐야 만나는 곳은 올림픽대로인데 누가 무단횡단 하겠는가. 만일 한다면 이 사람은 올림픽대로도 무단횡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길을 도대체 왜 시속 50Km로 줄었는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스쿨존도 마찬가지다. 위례신도시의 한 왕복 8차선 도로는 주변에 초등학교가 있어서 제한속도가 시속 30Km다. 아주 답답하지만 그래도 어린이들 뛰어 다니는 곳이니 충분히 인내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정문도 굳게 문닫은 공휴일, 야간, 방학기간 중에도 왜 획일적으로 속도를 제한하는지 모르겠다. 새벽 2시에 속도제한 하는 것이 진정 어린이들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될까. 우리 모두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학교가 운영되는 시간에만 스쿨존 속도가 적용된다. 야간, 방학, 휴일에는 일반도로 규정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통학 스쿨버스가 멈추면 그 어떤 차량도 이 버스를 추월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속도제한보다는 어린이 보호를 위해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안전속도 5030 정책 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망자가 줄었다는 통계만으로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시간, 비용 낭비 등의 부작용도 함께 살펴봐야 보다 정확한 분석이 될 것이다. 또 사고원인이 운전자의 과속 때문인지, 보행자의 무단횡단 때문인지 아니면 잘못된 시설 때문인지 보다 정치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교통안전 증대를 위해 속도 규제만이 아니라 안전시설 확충, 안전의식 제고, 신호체계 개편 등의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현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안전속도 5030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 출범 후 100일이 지났는데도 피부에 와닿는 개선안은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시민 불편을 하루라도 줄여줄 수 있도록 정책개선에 좀 속도를 내 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책개선 작업에는 속도제한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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