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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73세'... 노인 기준연령 올리면 60세 정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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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톺아보는 세상만사]  '73세'... 노인 기준연령 올리면 60세 정년은?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9.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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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상향 제안
초저출산과 고령화 맞물리면서 노인부양비 부담
ⓒ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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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산업뉴스] 73세. 2100년에는 노인 기준연령이 이렇게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현행 65세인 노인 기준연령을 2025년부터 10년 단위로 1세씩 올리자고 제안했습니다.

KDI는 ‘노인 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 보고서를 통해 기대수명 상승에 맞춰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조정해 국민연금·기초연금 지출과 각종 복지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KDI

보고서는 2100년에 노인 기준연령을 73세로 올리면 노인부양률이 60%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노인 기준연령이 올라가면 노동인구가 늘어나 노인부양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것이지요. 현행대로 65세로 유지할 경우에는 노인부양률이 무려 96%에 이르게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노인부양률은 15세 이상 64세 이하의 생산연령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을 가리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는 2022년에는 24.6명입니다. 2070년에는 100.6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산연령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50년여 뒤엔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지요.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김혜림 국장급 대기자

현재 노인 기준연령은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의 기준이 그대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49개 주요 복지 사업 가운데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24개 사업이 수급 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노인 기준연령이 정해진 40년 전 당시의 평균수명은 66.1세였습니다, 올해의 평균수명은 83.5세이고, 2070년에는 기대수명이 91세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노인 기준연령을 상향하자는 논의가 어쩌면  뒤늦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60대들도 자신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1만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을 평균 70.5세라고 답했습니다. 서울시가 2020년 서울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도 노인의 시작 연령을 평균 73.4세로 꼽았습니다.

노인들 스스로 노인 기준연령을 올리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노인회는 2015년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안을 내놨습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정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자료를 보면 올해를 기준으로 전 세계의 평균 노인인구 비율은 9.8%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무려 2배나 많은 17.5%에 달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비율이 높은 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모나코는 무려 35.9%나 되고, 일본은 29.9%에 이릅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초저출산 상태여서 고령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비율은 2030년 30%, 2050년 40%, 2070년 46.4%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현재 고령화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일본도 2070년 노인인구 비율은 38.7%에 머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통계청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21년 0.81명으로 홍콩(0.75명)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습니다.

오는 10월 2일은 노인의 날입니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해 199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입니다. 노인의 날은 달력에도 잘 표기돼 있지 않을 정도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켜온 노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마련된 날이었습니다.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은 이제 젊은이들의 등골을 휘게 할 ‘부담’으로만 여겨지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혹시 정부는 인구문제 극복을 위해 출산장려보다 손쉬운 노인 기준연령 상향이라는 ‘꼼수’를 쓰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십수년 동안 혈세 수백조원을 들이붓고도 출산율 저하를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인 기준연령을 올리기 위한 연구에 앞서 ‘젊은 노인들’을 배려한 정책 개발연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60세 정년 상향 조정 등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노인빈곤 악화 등 또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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