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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잡지를 펴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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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잡지를 펴낸다고?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9.2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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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53) ㈜소울에너지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소울에너지 안지영 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잡지 ‘1.5℃’를 소개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등장했다. 계간지 ‘1.5℃’다. 2021년 9월 창간된 이 잡지는 매 호마다 하나의 테마를 정해 지금 당장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기후위기 이슈를 담아내고 있다. 창간호는 에너지 전환, 2호는 전기자동차, 3호는 바다가 주제였다.

잡지명 1.5℃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기온상승의 마지노선이다. 기후위기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이 된 이때 정말 필요한 이 잡지를 출판한 것은 신재생에너지 회사 대표다. 전성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든 잡지 창간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애비뉴 빌딩에서 지난 23일 만난 ㈜소울에너지 안지영 대표는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같이 찾고, 실천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출간했다”면서 미소 지었다.

안 대표는 “우리의 생존과 직결되는 기후문제는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특정 계층이나 여야 정쟁을 떠나 하나가 되어 대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온난화로 북극 얼음땅에 금이 가서 가스에 새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먼 나라 얘기라고요? 그럼 쉽게 얘기해볼까요. 이제 우리는 국산 오징어 못 먹게 됩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 잡히지 않아요.”

심각한 지구온난화의 사례를 들려주는 안 대표의 목소리는 격앙되었다.

2007년 설립된 ㈜소울에너지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회사다. 태양광, 풍력, 조력, 바이오매스, 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소 부지 선정부터 주민 설득, 인허가, 건설, 설비, 운영, 전력 거래까지를 도맡아 하고 있다.

안 대표는 “발전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 하는 회사”라면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돈벌이 사업으로 전락해선 안 되고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울에너지는 현재 전국 4500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 운영 및 유지 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소울에너지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채비에도 열심이다. 현재 호주·독일에 법인이 있으며, 미국과 동남아에도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안 대표와의 1시간 남짓한 인터뷰 내내 그를 찾는 소리가 이어졌다. 스마트폰의 벨이 계속 울렸고,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이어졌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쁜 안 대표지만 ‘1.5℃’ 제작에는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안 대표는 7~8회 편집 회의를 직접 이끌면서 주제와 기사의 방향, 인터뷰할 사람 등등을 결정한다. 이와 관련된 보고는 수시로 받으면서 그 결과를 점검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한해에 10억여원씩 들어가는 잡지 제작비가 버거울 만도 한데 광고도 마다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음식이 주제였던 4호에는 식품관련 회사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광고를 하겠다고 했으나 순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제3호에 게재된 숫자로 표시한 바다  ⓒ김혜림 기자 

이렇게 공을 들여 고집스럽게 만든 ‘1.5℃’는 전문가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창간된 그해 교보문고 기후위기 부문 'The best magazine'에 선정됐다. 지난 4월에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도 수상했다.

안 대표는 “세계 각국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하고 있는 ‘RE100’도 민간에서 시작한 캠페인”이라면서 “‘1.5℃ 잡지 발간을 시작으로 전국민이 참여하는 ’1.5℃캠페인‘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RE100’은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인 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캠페인으로 기업이 필요한 전력량의 100%를 친환경 재생에너지원을 통해 발전된 전력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에 왜 이렇게까지 열심이냐”는 질문에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유관순이 왜 독립만세를 불렀을까요?”

그는 “유관순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나섰던 것처럼 재생에너지사업 종사자로서 기후위기 대응에 먼지만큼의 노력이라도 보태고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산불이 난 지역에 나무심기도 시작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는 정책, 시장, 기업, 국민, 그리고 탄소중립이라는 이슈들이 따로 놀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기후위기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싱크탱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가 핵 발전의 비중을 확대하는 한켠에서 기업은 RE100을 선언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요즘 실정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우선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관심을 가져야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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