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5-02 22:10 (목)
[이종근의 좌충우돌]이준석과 이재명, 놀라운 공통점
상태바
[이종근의 좌충우돌]이준석과 이재명, 놀라운 공통점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①서열중시 꼰대기질 ②자화자찬 과대평가 ③10배로 갚아주기
모든 것은 이재명과 이준석을 중심으로 돈다는 명동설·석동설
사진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기자회견 YTN 속보 영상 캡처(사진 왼쪽).  같은날 오후 부산시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최고위원 합동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캡처. 

지난 7일 이준석 국민의 힘 당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13일의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후 언론과 정가에서 극과 극의 전망이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대선 지선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 및 측근들과의 알려지지 않은 ‘흑막’을 폭로하는 이른바 ‘큰거 한방’이 준비돼 있다는 분석과 또 다른 한편에서는 평소 그의 행태와는 달리 SNS 활동도 자제하고 언론 인터뷰도 하지 않는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물밑협상’을 기대하면서 당일 자신의 억울한 소회를 밝히는 정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분석이 팽팽히 맞섰다.

막상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그의 회견 내용은 양쪽 모두 정확하지 못한 예측임을 드러냈다. ‘큰거 한방’이라는 ‘폭로’는 고작 선거과정 중 자신을 “이XX 저XX”라고 불렀다는 호칭에 불과했다. ‘억울한 소회’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언사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는 양쪽의 기대를 허물어뜨리면서 현재의 당 상황과 관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위치에서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은 바로 그 시각 경남합동연설회에서 한창 연설을 펼치고 있을 민주당의 이재명 당대표 후보를 떠올리게 했다. 정당의 정치행위를 법원으로 끌고 간 당대표와 두 번의 선거를 이끌었다가 패했으나 궤변을 거듭하며 전당대회에 뛰어든 당대표 후보는 대중의 관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는 면에서 절묘하게 이미지가 겹쳐졌다.

그들의 행보가 어울려 보이는 첫 번째 대목은 바로 ‘꼰대 기질’이다. 이준석 대표는 회견에서 “비대위 출범에 대해서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하니 갑자기 선당후사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며 “이 선당후사라는 을씨년스러운 표현은 사자성어라도 되는 양 정치권에서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지지만, 사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쓰였던 삼성가노(三姓家奴)보다도 훨씬 더 근본이 없는 용어”라고 사자성어의 ‘서열’을 언급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자신은 삼성가노라는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높은(?) 등급의 사자성어를 구사하는데 자신을 압박하는 쪽에서 사용하는 ‘선당후사’는 근본도 없는 용어라는 뜻이다. ‘선당후사’는 십팔사략(十八史略)에서 나온 ‘선공후사’(先公後私)에서 파생된 말이다. 인상여라는 등장인물이 “자신의 안위보다 나라의 위급함이 먼저”라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 이 대표의 말대로라면 족보에도 없는 신조어인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어야 하나.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의 구성원인 시민들에게 있어 정치란 사적 이해관계나 사적 원한관계를 초월해서 공적 영역 즉 폴리테이아(politeia) 속에서 공화국 퍼블리카(publica)를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민주주의란 공적 영역인 폴리스를 총체적으로 고려해 폴리스의 균형과 전체의 이익을 위한 타협이다. 이 대표에게 '선당후사'를 요구한 것은 공적인 영역인 정당의 위기를 당대표로서 우선시하라는 의미였다.

이재명 의원도 꼰대기질은 막상막하다. 성남시장 시절 가천대(당시 경원대) 행정대학원 석사학위 취득시 제출한 논문의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2016년 11월 부산 강연에서 “나는 사법시험 합격한 변호산데, 무슨 어디 이름도 잘 모르는 대학의 석사 학위가 필요하겠나”라면서 자신의 지역구 안에 있는 가천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에게 대놓고 자신의 ‘서열 의식' '꼰대 기질'을 드러냈다..

그들의 행보가 어울려 보이는 두 번째 대목은 ‘더닝 크루거 효과’다.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증후군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이나 과오는 티끌만큼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이번 회견에서도 ‘북한방송 개방’은 자신이 대통령과 독대해서 제안한 ‘정책’이라고 꼭 집어 자랑하더니 자신이 이루어놓은 “지난 2년 동안 쌓아 올린 당의 승리 방정식”이 자신을 내침으로써 송두리째 무너져간다고 한탄하고 있다.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당을 살렸고 자신만이 대통령 승리에 기여했다.

이재명의 자화자찬도 막상막하다. 그의 자랑대로라면 대장동은 단군이래 최대의 공익환수사업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이익 몰아주기 사업이었지만. 그의 자찬대로라면 다 망해가는 성남시의 부채를 모라토리엄 선언 3년 6개월만에 모두 상환했다. 알고 보니 2010년 성남시의 재정 자립도는 72.4%로 당시 전국 평균 50.2%를 훨씬 웃돌 정도로 재정 상태가 악화되기는 커녕 문제가 없었지만.

세 번째의 어울림은 ‘한 대 맞으면 10대 돌려주기’ 정신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번 회견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해서 “나에 대해서 ‘이 새끼, 저 새끼’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어야 했다”고 표현했다. 여기에 더해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선거 과정 중에서 그 자괴감에 몇 번이나 뿌리치고 연을 끊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내부총질” 문자에 “개고기”로 응수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맞고는 못산다’ ‘비판은 못참는다’ 정신은 자신이 경기도지사일 때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다른 입장을 보인 조광한 남양주시장에 대해 보복조사를 벌인 것이나 최근 전대 유세과정에서 박용진 후보의 악수 요청을 ‘노룩 악수’로 응수한 것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둘은 사과하는 것도 똑같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회견 시작과 끝에서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우리 국민들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회견 내내 혼란 상황은 자신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과라니. 차라리 이 모든 혼란은 당신들이 만들었다라고 했으면 일관성이라도 있지.

이재명 후보도 지난 대선 지선 내내 “사과합니다” “바꾸겠습니다” “반성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러면서 기소 위기에 닥친 자신을 위해 당헌 80조를 바꾸겠다고 한다. 모든 것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돈다는 ‘명동설’이나 모든 것은 이준석을 중심으로 돈다는 ‘석동설’이나. 둘은 정말 닮았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