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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법인세 감면해주고 횡재세 거두기? 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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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법인세 감면해주고 횡재세 거두기? 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하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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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영환 계명대 교수

위험감수 사업하는데 높은 이윤 인센티브 제거하면 투자위축
대체제 공급망 없으면 조세 부담 소비자에 전가시킬 우려도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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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지만, 정유업계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유사들의 초과이익에 세금을 물려 이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예상치 못한 기업의 이윤을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 tax)’ 명목으로 거두어들여 국민들에게 재분배하는 식으로 물가상승 부담을 줄여보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러한 주장은 법인세 감면 등 기업에 다양한 세제혜택을 약속하고,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내년도 세제개편 방향과도 다른 반대가 되는 행보이다. 또한 횡재세를 별도로 물리는 것은 조세의 형평성과 이중과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하에서는 최근 횡재세 도입논의에 대한 동향과 근본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횡재세’란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서 외부적 요인으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는 경우, 그 초과이윤에 대해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조세를 말한다. 횡재세의 주요 골자는 사회적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특정 영역의 초과이익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이영환 계명대 교수
이영환 계명대 교수

그러나 이러한 횡재세를 목적세(earmarked tax)로 제정하자는 의견은 논쟁의 여지가 많다. 실제로 1980년 미국에서 석유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목적세로 제정하려고 추진했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횡재세에서 ‘횡재(windfall)’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과도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의미한다. 석유산업에서 원유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과도한 이익이 발생하면, 종종 ‘횡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보건 상품이나 Bio산업에서 획득한 막대한 이익에 대해서도 ‘횡재’ 이익이라는 표현이 유럽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석유산업에서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하면 이익이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이 감소하거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2020년 3월 선물시장에서 마이너스 가격을 형성했던 원유가격이 최근 배럴당 120달러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을 급격히 증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1980년부터 1988년 사이 석유산업에 대한 횡재세를 도입한 적이 있다. 인플레이션 지수에 연동된 가격 이상으로 석유가격이 상승할 경우 횡재세를 부과했다. 횡재세는 지난 1971년 1차 오일쇼크 당시 시행하던 석유가격에 대한 최고가격제를 폐지한 1980년부터 시행됐다. 제2차 오일쇼크 이후 미국의 지미 카터 정부는 2200억 달러를 징수목표로 지난 1991년까지 한시적으로 ‘횡재세법’을 시행했다. 당시 횡재세는 석유기업의 적정 이상의 이윤에 대해 30~70%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횡재세는 인플레이션율 대비 원유가격이 안정세를 취하면서 실제적인 징수 사례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면서 예정보다 3년 빠른 1988년 해당 ‘횡재세법’은 폐지됐다.

영국은 지난 1981년 마거릿 대처 정부시절 급격한 이자율 상승으로 주요 은행들의 이익이 크게 증가하게 되자, 횡재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지난 1997년 토니 블레어 정부는 국유기업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초과이윤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했다. 또한 2022년에 보리스 존슨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고물가로 저소득층의 생활비 부담이 증가하게 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에너지 회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발표한 바 있다.

스페인 정부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정부들이 최근 에너지 산업에서 높은 이윤을 얻는 기업들에 대한 초과이윤세 즉, 횡재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연이어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질병의 확산, 에너지·곡물 등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얻는 기업에 대해서는 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의견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이는 기업의 노력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얻은 정상적인 이익이 아닌 우연적인 요소로 얻는 수익에 대해서는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가는 항상 위험을 감수하고 사업을 하는데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거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투자와 생산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대 견해도 많이 있다.

정리를 하면, 영국의 대처 정부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횡재세의 과세대상은 에너지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 에너지 기업들은 특별한 노력 없이 막대한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다른 산업 종사자들이나 서민들에게는 고통지수가 상승하는 상황을 완충시키려는 소득재분배의 성격이 강하게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천연가스나 원유를 직접 시추해 공급하는 에너지 생산기업들에게 이와 같은 횡재세는 특정 상황으로 인한 초과이윤을 회수할 수 있는 재정정책이 될 수도 있다. 경제학자 대부분은 초과이윤이나 경제적 지대에 부과하는 세금은 단기적으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조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신규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을 한다.

일반적으로 횡재세는 공급자에게 징수하는 소비세에 해당하므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시장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업에 대체재를 공급할 수 있는 해외 공급망이 없을 때, 정부가 횡재세를 부과하면 조세의 상당 부분을 소비자나 전방 산업에 있는 기업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사례와 같이 횡재세는 원유를 직접 시추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적합한 조세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유회사들의 경우 해당 기업들이 에너지 관련 산업에는 속하지만, 미국 정부가 횡재세를 징수한 원유생산 기업들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의 경우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원유가격 변동과 영업이익의 변화가 반드시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단기적인 영업이익은 정유회사가 보유한 원유 재고량과 원유수입 계약의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국제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더라도 정유회사가 보유한 재고가 적고, 정제 마진이 감소한다면, 영업이익은 얼마든지 감소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그 특성상 저유가 국면에서는 적자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세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실제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정유업계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자,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징수를 유예한 적도 있다. 아울러 한국석유공사의 여유 비축시설 임대, 전략비축유 추가구매 등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익이 많이 나면 과거에 입은 손실을 만회하고, 이월결손금 공제 이후 남은 차익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내게 된다. 이미 이처럼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부가가치세 형식으로 더 걷는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이중과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정유산업은 몇몇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소위 ‘과점시장’이므로 정부가 소비세 형태의 횡재세를 부과할 경우, 필수재인 석유제품에 부과된 세금은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횡재세를 석유산업에 부과하면 단기적으로 횡재세가 정유 산업과 같은 전방산업이나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지가 않다. 또한 경제이론에 따르면, 초과이윤 또는 경제적 지대에 대한 과세는 생산의 왜곡을 가져오지 않지만, 정상적인 수익에 대한 조세부과는 장기적으로 투자 등 생산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 도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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