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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세계 최초로 180일 이내 생분해되는 생수병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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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세계 최초로 180일 이내 생분해되는 생수병 발명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6.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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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0) 아임에코(I’m eco)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자원 순환 프로젝트 ‘클로징 더 루프' 실천
ⓒ매일산업뉴스 김혜림기자
I’m eco 김지훈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경기장에서 100% 생분해되는 PLA 생수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기자

[매일산업뉴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지난 25일 오후가 그랬다. ‘2022 서울파크 뮤직페스티벌’이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잔디광장. 장맛비가 내린 뒤라서 한층 푸르러진 풀빛 위로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분수처럼 퍼져 나갔다.

여느 축제장과 다를 바 없는 이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한 가지. 이번 축제의 주최측 ㈜비이피씨탄젠트, CJ ENM과 아임에코(I’m eco)가 손잡고 펼친 ‘무색페트병 회수 캠페인’을 위한 박스들. 박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빈 페트병을 놀이하듯 ‘툭’ 집어던져 넣고 가기도 했다.

이날 올림픽공원 내 한 카페에서 I’m eco 김지훈 대표를 만났다. 그가 내민 명함이 별났다. 투명한 플라스틱이었다. 김 대표는 “옥수수 등 식물에서 전분을 추출해 만들어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PLA’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생수업계에선 '별난 CEO'로 꼽힌다. 생수를 파는 것보다 빈병 회수에 더 열심이기 때문이다. I’m eco는 생수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빈 생수병을 회수해 직접 재활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른바 ‘역물류시스템'으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진행하는 자원 순환 프로젝트인 ‘클로징 더 루프(CLOSING THE LOOP)’다. 

ⓒ I’m eco

김 대표는 “생수병은 비교적 깨끗하기 때문에 별도로 수거해서 재활용하면 세척할 때 발생하는 오폐수를 줄일 수 있다”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시작한 작업”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선친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김 대표는 공장을 돌아보면서 엄청난 양의 페트병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생수공장이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플라스틱의 온상임을 눈으로 확인한 것. 김 대표는 곧바로 역물류시스템 준비에 나섰지만 사내 임원들의 반대가 거셌다. 젊은 CEO가 ‘돈도 안 되는 일을 벌이겠다’고 나섰으니 반길 리 없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기자
지난 25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2 서울파크 뮤직페스티벌’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페트병 회수 상자에 빈 생수병을 넣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기자

김 대표는 “설득하기 어려워 밀어붙이다시피 했다”면서 “지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지만 선친의 유지를 지키는 일이었고 미래가치를 위한 투자 효과를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I’m eco로 더 유명한 산수음료㈜는 1984년 설립됐다. 김 대표의 선친인 고(故) 김태룡 회장은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 제품 대신 재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PC 제품을 오래도록 고집했다. 김 대표의 환경사랑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DNA인 셈이다.

‘클로징 더 루프’ 프로젝트는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됐지만 벌써 투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24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규모 페스티벌 주최측들이 앞다퉈 I’m eco와 손잡고 ‘클로징 더 루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요즘 대세인 ‘친환경 페스티벌’이라는 명분과 함께 쓰레기량도 크게 줄이는 실리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준 I’m eco가 회수한 생수병은 500㎖ 기준 333만 1270개에 이른다. 이는 2만3722그루의 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I’m eco의 생수병은 '착한 페트병'으로도 유명하다. 2020년 1월 국내 최초로 PET 경량화에 성공해 탄소배출량이 약 20% 적은 생수병을 개발했고, 그해 7월 세계 최초로 180일 이내에 생분해되는 PLA 생수병을 만들었다. PLA 제품은 탄소배출량이 일반 페트병 대비 80% 이상 낮다.

김 대표는 “2030년까지 전 제품을 석유로 만들던 플라스틱 대신 지속 가능한 바이오 소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반 플라스틱 1㎏은 이산화탄소를 2.4㎏ 발생시키지만 바이오 플라스틱은 이산화탄소를 딱 그 절반인 1.2㎏밖에 내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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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쏟아내는 플라스틱의 양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 I’m eco

I’m eco는 착한 생수병을 만들어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친환경포장재 전문회사 ‘에코 패키지 솔루션(EPS)’,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기업 ‘Wecycle’을 자회사로 설립해 플라스틱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EPS는 기존 바이오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한 고기능성 내열 PLA 소재의 화장품 용기를 개발, 화장품 브랜드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대표는 “화장품 용기는 처리를 해도 기름기가 없어지지 않아 재활용이 어려운데 PLA 소재 용기를 쓰면 생분해되기 때문에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EPS의 PLA 용기에 Wecycle에서 개발한 특수 전처리 기술을 적용하면 바이오메탄가스로 화학적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메탄가스는 전력발전이나 난방 및 취사 등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Wecycle은 인천대와 바이오메탄가스 생산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을 일주일만 모아보면 그 엄청난 양에 놀랄 것”이라면서 “구입할 때부터 그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에는 “환경관련 법규를 만들 때 현장 얘기에 귀기울여 주길 바란다"면서 "특히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 eco 생수 공장에는 회수해온 생수병이 산처럼 쌓여 있다. 이를 잘게 부수는 분쇄기를 설치하려 했으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못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클로징 더 루프’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효율을 생각한다면 분쇄기 설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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