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9 10:00 (월)
[지구를 위한 첫걸음]세계 첫 만 5세 이하 아기들의 기후위기 소송
상태바
[지구를 위한 첫걸음]세계 첫 만 5세 이하 아기들의 기후위기 소송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6.21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39)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아기'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지키는 '아기기후소송단' 등 환경관련 법률 지원 활동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지난 18일 경기도 군포시 한 카페에서 최양(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고 최양의 어머니 이동현씨, 김영희 변호사, 최양의 아버지 최호식씨가 한 목소리로 "지구를 지키자"고 외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해주고 나라를 구해주세요. 지구를 지켜줘야 해요!”

지난 18일 경기 군포시 한 카페에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느닷없는 외침에 주위의 시선이 몰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6세)양.

최양의 어머니 이동현씨는 “지난 월요일(13일) 저녁부터 가끔 저렇게 구호를 외친다”고 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13일 최양은 엄마 손을 잡고 서울나들이를 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아기기후소송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아기 기후소송단'은 이날 헌법재판소에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제3조 제1항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규정한 것이 ‘아기'들의 생명권, 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게 이번 소송의 골자다.

이번 소송은 2017년 출생 이후 5세 이하 아기들이 39명, 6세에서 10세 이하 어린이 22명, 20주차 태아(딱따구리) 1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엄마 뱃속에서 힘찬 발길질로 동참의사(?)를 표한 딱따구리가 이번 소송의 대표청구인이다.

ⓒ정치하는 엄마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지구는 우리의 것"이라고 외치고 있는 어린이들과 부모들. ⓒ정치하는 엄마들

최양의 손을 잡고 딱따구리를 뱃속에 품은 채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이씨는 “기후위기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다”면서 “이대로 두었다가는 우리 딱따구리는 턱없이 낮게 정해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때문에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뻔해 이번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해바라기 대표 김영희 변호사는 “만 5세 이하 아기들이 주 청구인으로 나선 소송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해외언론과 단체들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유력일간지 ‘가디언’ 등이 김 변호사와 인터뷰를 했고,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 등이 자료를 요청해왔다.

김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해바라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변호사들이 주축이돼 2011년 7월 결성된 단체로 현재 9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원전은 기후위기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감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로 강력한 태풍이 증가하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온도도 높아져 원전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바로 그 증거다.

김 변호사는 2012년 2월 신고리원전 5·6호기와 관련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원전의 중대 사고에 따른 평가가 빠졌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했다.이 재판에서 김 변호사가 승소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후 신고리 5, 6호기 승인 및 건설허가 취소 소송, 월성 핵발전소 소송, 월성 사용후 핵연료 저장소 건설 취소 소송, 핵발전소 지역 주민 갑상선암 관련 소송, 고준위방사선폐기물 관리 계획 무효소송 등을 해왔다.

김 변호사는 “소송은 물론 원전관련 자문을 수 없이 많이 해왔다”면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취소를 위한 소송의 패소가 가장 뼈아팠다”고 털어놨다.

2019년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건설허가과정의 위법성은 인정하나, 건설은 허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유는 건설을 중단할 경우 이미 투입된 약 1조원의 손실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2021년 2심에서 기각됐고, 그해 8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김 변호사는 “한수원은 1심에서 공사비 1조원, 2심에서 공사비 5조원의 손실을 주장했지만 이는 경제적 손실일 뿐으로 국민안전과 맞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서 “만약 원전사고가 일어날 경우 손실 추정액은 2500조원이어서 경제적으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바라기는 그 흔한 홈페이지도 없다. “우리의 활동을 알리는 데 쏟을 시간도 아깝다”는 김 변호사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요”라면서 웃었다. 원전 관련 소송에 전력을 다하는 이유로 김 변호사는 “꼭 해야 되는 싸움인데 너무 어렵고 돈이 되지 않아 할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21년차인 김 변호사는 “그동안 추구한 가치는 ‘정의’였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경제개혁연대에서 활동하면서 2005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을 통한 편법 증여 의혹 재판에서 승소, 재벌의 불법 증여를 견제하는 등 경제정의를 위해 활동했다. 새만금과 4대강소송, 원전관련 재판에도 참여했다. 그는 이제 기후정의를 위해 기후관련 소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변호사는 “현재의 위험인 원전과 기후위기는 우리가 누린 대가를 미래세대가 부담과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에 대한 김 변호사의 생각은 어떨까? 그는 “원전 확대 정책은 시대착오적인 정책으로 세계적인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지구는 우리가 잠시 빌려 쓰는 것으로 미래세대를 위해 생태와 자연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면서 “반 생태적 반 환경적인 원전의 위험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