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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이기심의 민낯...간접살인" ... 쓰레기 산을 해결하자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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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이기심의 민낯...간접살인" ... 쓰레기 산을 해결하자는 사람들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1.12.2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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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14) 지지배

현장 중시하는 MZ 세대 환경운동가 600명 회원들 뭉치다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카페에서 지난 17일 만난 홍다경 지지배 대표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카페에서 지난 17일 만난 홍다경 지지배 대표가 쓰레기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지지배’.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지지배라고 하면 ‘계집아이’가 아니라 ‘현장을 중시하는 MZ 세대 환경운동가’를 떠올린다. 그 주인공은 지지배 대표 홍다경씨다. 지지배는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의 약자다. 600여명의 회원들이 깨끗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 한 카페에서 지난 17일 홍 대표를 만났다. 2017년 12월 지지배 활동을 시작한 홍 대표는 2019년부터는  지구시민연합 청년정책팀장도 맡고 있다.

지지배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쓰레기 문제다. 쓰레기 문제가 왜, 얼마나 왜 심각한지, 분리 배출을 잘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을 알려주는 '지구시민교육'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600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홍 대표는 “공식 매립지가 아닌, 주로 인적이 드문 곳에 불법으로 버려진 쓰레기더미인 ’쓰레기 산‘ 고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 90여 개 쓰레기 산의 심각성을 SNS를 통해 알렸다. 쓰레기산이 배경인 뮤직 비디오 ‘Enlighten'도 제작했다. 종합편성채널 주최 ‘국민가수 톱 10’에 오른 김영흠씨가 주인공이어서 요즘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쓰레기산 40여개의 위치를 표시한 'K-트래쉬 맵'도 만들었다. 쓰레기산 앞에서 춤을 추는 ‘쓰레기 댄스 첼린지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홍 대표는 “쓰레기산은 사람들의 이기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쓰레기산을 처음 본 것은 2019년. 경북 의성에서 본 쓰레기산은 일반 쓰레기부터 건설폐기물까지 온갖 쓰레기가 아파트 10층 높이로 쌓여 있었다. 그는 “쓰레기산은 간접살인”이라고 잘라말한다.

불법투기자들이 몰래 버린 쓰레기는 악취와 침출수 등으로 주변 환경을 망가뜨리게 마련이다. 농촌에선 농작물이 못쓰게 돼 생계를 위협받고, 생태계까지 파괴한다. 결국 지자체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치우고 있다. 치우는 것보다 불법투기가 많아 쓰레기산은 전국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2019년 230여 곳이었던 쓰레기산이 지금은 400여곳으로 늘어났다.

ⓒ 지지배
홍다경(왼쪽) 대표는 2019년 여름 재주해녀문화연구원과 함께 바닷속 쓰레기를 청소하는 '스윔픽'활동을 펼쳤다.  ⓒ지지배

홍 대표는 2019년 지구시민연합, 제주해녀문화연구원과 함께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바닷 속 쓰레기를 줍는 ‘스윔픽’도 진행했다. 그는 “바닷속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걷어올리는 영상을 유트브에 공개하자 ‘바닷속에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있느냐’면서 놀라워들 했다”고 전했다.

미술학도였던 홍 대표가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2 때였다.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급식실에서 멀쩡한 감자 5000여개 버려지는 것을 봤다. 당시 교육감에게 학교 급식실의 문제점과 대안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 수십 통을 보낸 뒤 받은 답장은 ‘제도적으로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삶이 점수로 매겨지는 것이 싫었다”는 그는 고교를 자퇴하고 대안학교를 다녔다. 졸업한 뒤 뉴질랜드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청정지역인 그곳에서 음식물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마구 뒤섞여 버려지는 것을 보고 쓰레기 문제해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겠다는 결심을 했다.

홍 대표는 “귀국한 뒤 반년 정도 서울시 임시직으로 쓰레기를 치우면서 그 문제의 본질을 깨쳤다”고 말했다. 분리하지 않은 채 버려지는 쓰레기는 환경파괴의 주범이자 인력과 자원 낭비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홍 대표는 “정부 기업 소비자가 모두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지구는 빌려 쓰는 것이고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 줘야 하는 것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친환경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은 제품 생산에서 폐기까지 책임을 져야 하며, 소비자는 감시와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는 잘못된 정부 정책엔 딴지를 걸고, 환경파괴 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을 하는 등 쓰레기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홍 대표의 생각이다.

홍 대표는 "쓰레기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후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금 귀찮더라도 '나부터 한다'는 마음으로 쓰레기를 줄이고 버릴 때는 분리를 제대로 하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지구경영학을 공부할 예정이라는 홍 대표는 앞으로 환경 관련 스타트업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경력을 쌓은 뒤에는 전 세계적인 자원순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할 꿈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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