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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기후동행카드가 성공한 이유 '단순 간단 명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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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기후동행카드가 성공한 이유 '단순 간단 명쾌'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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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초등학생도 이해할 'Simple rule is the best rule'의 모범
내수 살린다고 보조금 지급하는 것보다 교통 접근권 보장이 효과적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이 한달만에 46만장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기후동행카드 이용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이 한달만에 46만장을 돌파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기후동행카드 이용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 있었을 때의 일이다. 단돈 몇 십 달러만 내면 아무 조건없이 일년 동안 전국의 국립공원을 전부 무료로 방문할 수 있다. 그랜드 캐년, 옐로스톤, 아치스파크, 데스밸리 등 수십 곳의 세계적 명소를 일일이 돈 신경 안 쓰고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다. 덕분에 입장료 고민없이 가족들과 꽤 많은 국립공원을 방문하며 미국의 대자연을 흠뻑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성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올해 1월 서울시에서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했다. 일단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많은 시민들이 카드를 못 구해서 발을 동동 굴렀을 정도니. 

써보니 참 편하다. 기존의 지하철 정액권처럼 기한과 횟수 제한, 버스는 이용 못한다는 식의 조건이 없다. 조건이 심플하다. 30일 동안 그냥 무제한이다. 버스도 포함되어 있어 버스-지하철 환승도 된다. 이번 달에 교통비가 얼마네, 두 정거장 정도인데 걸어갈까 같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대중교통을 타면 된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무료인데다 사용이 편리하니 굳이 시내에 차를 갖고 나갈 생각이 줄어든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예전에는 기왕이면 자동차였는데 지금은 반대다. 확실히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직 경기도권이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후동행카드가 참 바람직한 정책모델을 제시했다고 본다. 우선 규칙이 심플하다. 어떤 정책이든 이용하는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는 초등학생도 이해할만큼 규칙이 간단하다. “Simple rule is the best rule”의 모범을 보였다고 본다.

두 번째 긍정적인 측면은 규칙이 페널티가 아니라 인센티브 방식이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기 위해 무슨 세금이나 부담금을 부과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페널티 정책에서처럼 시민들의 반발이나 편법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 번째는 시민들의 교통복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물론 정부예산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지켜 봐야겠지만, 직장에서 멀리 사는 사람들의 교통비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 보장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자가용 이용 감소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효용 증가에도 큰 도움이 된다. 탄소배출 감소, 교통정체비용 감소, 석유 수입량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아직 평가가 이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독일에서 우리나라 기후동행카드와 비슷한 도이칠란드 티켓 제도를 도입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지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있다면 범위가 독일 전역이고 기차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뿐이다.

만일 이번 서울시의 정책의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 전국 단위로 확대해볼만 하다. 기차타고 농촌, 어촌을 마음대로 방문할 수 있다면 내수 경기 활성화, 도농격차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어르신들 춘천행 기차가 무료가 되면서 춘천 막국수 가게들이 흥했던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내수 살린다고 복잡한 조건의 할인 쿠폰을 살포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이처럼 간단하게 교통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안일 수 있다.

최근 한발 더 나아가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에 서울대공원과 서울식물원 입장료 면제, 시립미술관과 시립과학관 50%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찬성한다. 다만 이 좋은 혜택을 서울시민만 누린다는 점이 좀 아쉽다. 언젠가 이 좋은 혜택을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리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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