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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 Re:Think]LG가 대학원 만든 이유, 교육 제도 뒤집어 엎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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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 Re:Think]LG가 대학원 만든 이유, 교육 제도 뒤집어 엎어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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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취업자들 일자리와 전공 불일치율 50% 상회
현장과 따로노는 대학교육, 반드시 바로 잡아야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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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국내 1호 기업 대학원을 만든다. 단순히 회사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석사·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정식 대학원이다. 참 신선하다. 공공 영역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교육이 전형적인 사적(私的) 영역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LG AI 대학원에서 학위를 취득한 인재는 배운 지식을 즉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아주 탁월할 것 같다.

이처럼 LG가 발벗고 나선 것은 우리의 대학교육 시스템이 현장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 많은 기업인들이 현장에선 채용해서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 말이다. 통계적으로도 청년 실업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이처럼 한쪽에선 사람이 없다고 하고, 다른 한 쪽에선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는 현장 수요와 대학교육의 미스매치 때문이다. 실제 취업한 청년들의 일자리와 전공의 불일치율이 50%가 넘는다. 절반 이상이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을 하니 낭비도 이런 낭비가 없다. 청년은 배운 지식을 활용하지 못해 낭비, 기업은 다시 가르쳐야 해서 낭비.

그래서 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대학 정원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현장 수요에 맞게 대학들이 유연하게 학과 정원을 조정하고 신설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간단한 해법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숙제다. 만일 수도권 모 대학이 정원을 늘리려고 하면 지방 대학에서 바로 아우성이다. 지금도 학생 모집이 힘든데 지방대는 다 문 닫으라는 의미라며 결사반대한다. 수도권 대(對) 지방 대학교 정원을 최소 6대4로 맞춰야 한다는 원칙까지 들이댄다. 어디에도 근거 규정은 없는데도 말이다.

대학 스스로 특정 학과 정원을 늘리기도 어렵다. 상대적으로 정원이 줄어드는 학과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기초학문, 인문학을 무시하면 어떻게 하냐는 등의 논리를 내세운다. 한번 정해진 학과 정원은 꽉 막힌 명절 고속도로마냥 요지부동이다. 그러니 미국 스탠포드대학교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12년 동안 141명에서 745명으로 늘릴 때, 우리의 서울대학교는 55명에서 70명으로 찔끔 늘리는데 그친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변화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하루가 다르게 기술과 시장이 변하는 지금, 기업들은 한가하게 대학교 책상 앞에서 무한 반복하는 논쟁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반도체, 인공지능 분야만 보더라도 미국, 대만,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빛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AI 인재가 부족해서 빠르게 대응하기도 버거운데 말이다. 실제 한국의 AI인재 규모는 주요 30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물론 LG AI 대학원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 대학원을 나온 인재가 다른 기업, 다른 분야에서 활약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공계 석박사 인력들은 퇴사 후 일정 기간 동안 다른 경쟁 기업에 취업을 제한하는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대학교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을 논의할 때가 됐다. 각 대학교들도 이번 일을 가벼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러다가 혹시 기업마다 대학교를 설립하면 기존 대학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지 않은가. 부디 대승적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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