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30 05:35 (화)
[김용춘의 Re:Think]지연 전술에 속수무책 재판부 왜 끌려다니나
상태바
[김용춘의 Re:Think]지연 전술에 속수무책 재판부 왜 끌려다니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2.20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충북동지회 간첩사건 피고인들 1심에만 2년 5개월
헌법 제27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 재판 받을 권리' 규정
법원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연합뉴스

지난 주 ‘충북동지회’ 간첩사건에 대한 1심 판결 결과가 나왔다. 징역 12년. 요새 판결 추세를 볼 때 꽤 중형이다. 그런데 문제는 재판기간이다. 1심에만 2년 5개월, 무려 883일이나 걸렸다. 다른 일반적인 형사사건이 6개월 안팎으로 끝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무려 4배 이상이나 길어진 재판이었다.

이렇게 재판이 늘어진 데에는 피고인들의 고의 탓이 크다. 무려 5차례나 법관 기피신청을 하고, 변호인을 8차례나 교체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중간에 위헌법률신청도 했다. 하다하다 UN에 재판 중단과 제3국으로의 정치적 망명까지 신청했다. 정말 이 땅에 존재하는 수단이란 수단은 죄다 동원된 군사작전 같은 재판이었다.

문제는 이런 전술에 대한민국 재판부가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물론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의 인권보호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의 방어권도 그 한계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쉽지 않다. 오죽하면 사건을 담당한 1심 재판부가 “판사가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했을까.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피고인들이 이와 같은 재판 지연전술을 펼친 이유는 제도적 허점도 있다. 바로 1심 최대 구속기간이 6개월에 불과하다는 것. 만일 6개월 내에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 그러니 피고인들이 일단 시간이나 끌고보자식 전술을 펼치는 것이다. 금번 충북동지회 사건과 같은 중범죄에 대한 피고인들도 6개월만에 석방됐다. 이처럼 재판받는 피고인이 이렇게 중간에 석방되면 증거인멸이나 조작, 다른 범죄 모의, 제보자에 대한 보복 등 어떤 부작용이 벌어질지 장담하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구속기간 제한이 없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참조할 만한 부분이라고 본다. 모든 범죄에 적용하기 어렵다면 범죄별, 사건별로 법원의 재량권을 인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판사 수도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 제27조 제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판사가 부족해서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러다보니 사건 배당도 느리고, 사건이 배당되어도 판사가 중요한 사건에 집중해서 심리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판사가 갑자기 교체되어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연 판결의 대표적인 것이 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지난 2월 8일에야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임기는 채울만큼 채웠다. 4년 임기 중 3년 8개월을 채운 것이다. 도대체 이런 판결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과연 정의의 관념에 맞는 결과일까. 참고로 공직선거법 제270조에서는 1심은 6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선거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11월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상기 법률 조항은 휴지 조각과 다를 바 없다. 위반하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역시 의원이 만들어서 그런지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은 빠져나갈 구멍도 참 잘도 만들어 놓는다. 국민과 기업인들 상대로는 추상과 같이 호통치면서 말이다. 이런 규정들을 볼 때마다 의원들의 법 준수 의지가 매우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제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간첩을 잡아놓고도 구속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재판, 국회의원 임기가 다 지나가서야 나오는 의원직 상실형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 그리고 정의에 부합하는 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