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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이 세상에 당연한 저성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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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이 세상에 당연한 저성장은 없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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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극복할 생각은 안하고 위로식 발언으로 표 얻을 계산만
긴장감 갖고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에 속도를 냈으면
지난달 2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2.3%, 하반기 2.1%, 연간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 2.3%, 하반기 2.1%, 연간 2.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2023년 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3%를 기록했다. 연율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치를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2023년 연간 경제성장률도 2.5%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경제가 호황이라는 의미다. 매번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하회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여간 부러운 뉴스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작년 경제성장률이 1.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4%라는 숫자가 참 어색하다.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말을 듣는 일본에나 어울릴 법한 숫자 아니던가. 우리나라가 아무리 못해도 2~3%는 기본으로 할 줄 알았는데, 막상 1.4%라는 성적표를 받아드니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막상 작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한 나라의 자본과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은 올해 이미 1.7%로 주저앉았으며, 2030년대 이후에는 0%대 잠재성장률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 정도면 온 나라가 난리나야 한다. 그러나 참 조용하다.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참 한가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미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니 저성장은 당연하다, 저성장 시대를 피할 수 없으니 복지 지출을 늘리자는 식이다. 저성장을 극복할 생각은 안하고 벌써부터 위로식 발언으로 국민들 표만 얻으려 한다.

그러나 이 세상에 당연한 저성장은 없다. 그런 식이면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의 경제는 이미 멈춰있어야 하고, 일본도 계속 축소되기만 해야 한다. 우리보다 잘사는 싱가포르, 스위스, 아일랜드 경제도 휘청거려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경제규모가 10위권이라고는 하나 1인당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아직 27위 수준에 불과하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남았건만 우린 벌써부터 현재 자리에 주저앉아 낮잠을 청하는 형국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성장을 한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혁신을 적극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중 미국은 AI, 반도체, 자율주행 등의 첨단 산업 분야에서 세계와의 기술 격차를 벌이는 혁신을 했다. 규제를 풀고 혁신 기술을 적극 지원하며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비록 우리나라엔 불리했지만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다.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회가 기업 발목이나 잡고 있다. 실효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대상을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했다. 비록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긴 했지만 노란봉투법도 도입하려고 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정치논리에 사로 잡혀 10년 넘게 제자리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나라의 돌파구 중 하나가 서비스업 생산성 제고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이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 ⓒ연합뉴스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다. 무려 76개국에서 선거가 벌어진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앞으로 한동안은 선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4월 10일 총선이 끝나면 3년 가까이 선거가 없다. 개혁을 하기 가장 좋은 때다.

이제 긴장감을 갖고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에 속도를 냈으면 좋겠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우리가 제대로 가보지 않은 노동시장, 서비스산업, 소프트웨어, 바이오 산업 등에서 차원이 다른 혁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영영 낡은 시스템에 갇혀 끓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은 저성장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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