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플러스라 해도 무역수지 150억불 적자에 일자리 주력 고령화 완연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 좀비기업 비중 42.3% 역대 최고치 경신 암울
또 한해가 지나간다. ‘어어어’ 하다가 벌써 12월! 그것도 이제 거의 절반을 지났다. 신체 시계가 고장난 것인지, 유독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지난 한 해였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희망과 셀렘의 시기다. 그러나 올 해는 유독 조용하기만 하다. 시내를 걸어다녀도 크리스마스 트리나 밝은 조명도 잘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큰 빌딩에나 들어가야 로비에서 겨우 크리스마스 트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 때나 되어야 ‘아 연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 뿐이다. 확실히 활력은 떨어진 느낌이다.
문득 올해 우리 경제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연초 적자 행진을 하던 무역수지는 6월경부터 회복해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다행스럽긴 하지만, 지난달 말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올해 무역수지는 150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 입장에서 좋은 지표는 아니다.
국민들 삶의 터전인 일자리 시장도 늙어가고 있다. 이달 초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50대 일자리가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 일자리 주력 계층이 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가 노동시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용 시장은 다양한 연령대가 고루 취업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가능하면 젊은 층에 일터에 많이 포진한다면 보다 산업현장이 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급격하게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 실적도 암울한 지표가 많다. 한국은행에서 지난 10월 발표한 2022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은 42.3%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한다.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는 안 나왔지만, 올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더 나아졌을 것 같진 않다. 내년에 금리 전망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언젠가 부실 도미노가 터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기에 서민 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이제 점심 한 끼 먹는 것도 겁나고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걸치기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저렴한 값에 서민들을 곁을 든든히 지켜주던 음식들도 이제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월급은 그대로지만.
그래도 어디 좋은 소식이라도 있으면 위안이라도 되련만, 안타깝게도 지난달 부산 엑스포 유치는 대실패로 끝났다. 내년 1월 강원도에서 제4회 동계청소년 올림픽이 개최되건만 그저 무관심 속에 시간만 지나가고 있다. 전혀 붐업이 되어 있지 않다. 이러다 행여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되지 않을까 괜한 걱정마저 든다.
그래도 올해는 어찌 잘 넘어갔다. 큰 환란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진 것도 아니다. 다행이다. 그렇다고 지금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 경제의 위기 요인은 분명 진행형이다. 연말이라고, 선거라고 어물쩍 눈을 감는다면 언젠가는 위기가 현실로 닥칠지 모를 일이다. 연말이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