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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다니...아직도 한국 기업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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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다니...아직도 한국 기업은 봉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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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누적적자는 47조인데 3조 얻으려고 대기업에게만 전기료 전가
태양광발전 퍼주기로 사고쳐 놓고 책임은 기업만 지라니 씁쓸
산업용 전기요금 그래픽 ⓒ연합뉴스
산업용 전기요금 그래픽 ⓒ연합뉴스

자원도 자본도 기술도 하나 없던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과 더불어 한국 기업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한국의 기업을 배우러 몰려들고, 세계적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를 포함한 수많은 석학들이 대한민국을 기업가정신 모범 국가로 칭송하고 있다. 도전과 혁신으로 무장한 한국기업들을 향한 러브콜도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들은 봉이다. 특히 대기업은 마치 돈을 쌓아두고 땅짚고 헤엄치듯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니 세상 모든 문제만 생기만 기업들, 특히 대기업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주 발표된 전기요금 인상이다. 산업용 대용량 전기요금만 kWh당 평균 10.6원 인상했다. 경제의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주택용, 소상공인, 중소기업용 전기요금은 동결했다. 2021년 이후 누적적자가 47조원, 올해 상반기 기준 부채가 200조원이 넘는 등 한국전력의 재무상황이 워낙 악화된 탓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물론 인상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적자 규모가 이미 눈덩이처럼 커졌으니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를 오로지 대기업들에게만 전가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개편으로 한전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연 3조원에 불과하다. 누적 적자 47조원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실 한전의 누적 적자의 원인은 지난 정부의 이념적 에너지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가성비 좋은 원자력 발전을 두고 가성비가 한참 떨어지는 태양광 발전에 퍼주기 정책을 폈으니 한전이 배겨낼 재간이 있었겠나. 사고 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책임은 대기업보고 지라는 형국이니 입맛이 씁쓸해진다.

비단 전기요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대기업은 각종 정책 실패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국가 재정이 부족하면 더 높은 법인세율을 부담해야 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 중소기업이나 사회적 약자 지원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한중 FTA 등으로 피해를 볼 것 같은 농어민이 있으면 각종 지원 기금도 출연해야하고, 때로는 지역발전을 위해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그럼에도 가을철 정기국회가 열리면 국감장에 연례행사처럼 불려가서 꾸지람을 듣는 것도 대기업의 몫이다.

외국을 나가면 레드카펫을 밟는 대기업이건만, 한국에서는 레드카드를 많이 받는 것 같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 기업들이 기여도에 비해 충분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보면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이 충분히 기술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제대로 기술된 기업인이라곤 애플의 스티브잡스 같은 외국 기업인들이 고작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 기업인에 대한 내용을 국정 교과서에 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폐기된 바 있다. 기업으로 기적을 이룬 나라가 그 주역들에 대해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조차 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기업인들은 이념의 잣대로 보지 않아야 한다. 네편 내편 가르는 것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이지 기업인들에게는 여당 야당이 따로 없다. 사실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만해도 딴 곳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그리고 대기업은 마치 돈을 쌓아놓은 철옹성같은 집단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도 버려야 한다. 아무리 세계 1등 기업이라도 한순간 곁눈질 잘못하면 순식간에 망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일본의 유명한 필름회사 후지가 그랬고, 세계 1위 휴대폰업체 모토롤라가 그랬다. 찍소리 못하는 대기업이라고 자꾸 홀대하다보면, 언제 황금알을 낳는 거위배가 갈라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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