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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인요한이 푸른 눈동자의 미국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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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인요한이 푸른 눈동자의 미국계라고?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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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타인에 대한 생물학적 차이 언급은 이방인으로 경계 긋기
인요한 일가가 대한민국에서 어떤 삶 살아왔는지 ‘모르쇠’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위원 인선 배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측 패널로 나온 대학교수라는 사람이 YTN의 심야 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푸른 눈동자를 갖고 있는 미국계로 귀화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2차례 언급하며 이미지의 정치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무리 전후 맥락을 통해 이해하려 해도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국계’를 정당의 혁신위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그저 새롭게 보이려는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밖에 안 느껴진다. 인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보인 행동이나 언급한 발언들을 토대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눈동자의 색깔과 국적을 논하며 이미지 운운하는 것은 ‘타자와의 사이에 경계선을 긋기 위한’ 발언이다.

2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추모식에 참석한 인요한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1부가 끝나 자리에서 일어나자 일부 참석자들이 그를 향해 “한국놈도 아니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와” ”XXXX 확 죽여버린다”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귀화한 한국인이지만 그에 대해 면전에서 국적을 입에 올려 욕하는 사람들은 국적과 관련된 사실 여부 '따위'는 상관 없어 보였다. 지금은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으로 있는 이자스민이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최초의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이 됐을 때도 '다문화 가정과 이민자 문제'에 대한 의제를 새누리당이 선점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는지 좌파진영에서 온갖 트집을 잡아 흠집을 내려했다. 

다른 종교, 다른 문화, 다른 인종인 이방인에 대한 혐오는 증오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그리고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서구에서 혐오의 대표적인 형태가 반셈주의(Antisemitismus)다. 반셈주의는 문자 그대로는 셈족 전체에 대한 혐오를 말하지만 그보다는 오직 유대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혐오를 가리키는 말로 그동안의 반유대주의와는 차원이 다른 증오의 표현이다. 이전의 유대인 증오와 달리 생물학적이고 인종주의적인 개념이며 당대에 회자되던 유대인의 몸 담론에 집중한 새로운 혐오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반셈주의는 계몽주의 이후 유대인들이 근대 유럽의 보편적 시민문화를 받아들이고 동화되자 외모나 관습, 종교, 문화로 구분하기 힘들어진 유대인들을 그들의 출신, 혈통, 인종으로 구분하고자 한 시도다. 다시 말해 유대인들이 다른 유럽인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자 그들에게 다시 ‘유럽인과 섞여서는 안되는 유대인’이라는 경계를 긋기 위해 빈대, 벼룩과 같은 기생충이나 쥐떼 등에 비유하여 공포심과 두려움을 자극하고 혐오의 대상을 탈인간화시키는 동물화 전략을 사용한 것이 바로 반셈주의다. 다니 고이치 일본 국가공안위원장이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과 관련, 동물원에서 도망친 사자 사건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요한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것은 그의 눈동자 색깔 같은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그와 또 그의 4대에 걸친 가문이 200여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근현대사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삶을 살았는가다. 인요한은 독립유공자의 자손이다. 인요한의 친할아버지 윌리엄 린튼은 백범 김구의 주치의 역할을 하기도 하였고 3·1 운동 당시에는 기미독립선언서 작성 참여와 운동의 지원, 해외에 홍보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윌리엄 린튼은 3.1 운동 최초의 만세시위였던 군산 만세시위를 주도한 공로와 이후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은 사실을 인정받아 2010년 3·1 운동 91주년을 맞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훈했다.

인요한의 큰아버지 윌리엄 린튼 주니어는 1944년 10월 10일 제1해병사단 정보 장교로 참전한 펠렐리우 전투에서 끝까지 저항하던 일본군의 위협이 도사리는 깊은 동굴에 직접 들어갔다가 동굴에 숨어있는 한국인 강제노동자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동굴 밖으로 나오라고 옥쇄하지 말고 자신과 함께 가면 고향 한국으로 갈 수 있다고 한국어로 설득하여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그 공로로 인요한의 큰아버지는 미국 은성훈장을 받게 된다. 인요한은 6.25 참전용사의 후손이다.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의 부친 휴 린튼은 전역후 신학대학을 다니던 중 한국전쟁 소식을 듣고 해군장교로 복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하였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 합동분향소에 헌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참석, 합동분향소에 헌화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인요한 본인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영어 통역을 맡았다가 신군부의 미움을 사 일가족이 추방될뻔했는데 군사훈련을 받고 경찰에게 감시당하는 조건으로 고향에서 근신하며 추방을 면했다. 그의 형 스티브 린튼은 북한 어린이에게 의약품을 보내는 유진 벨 재단을 운영하면서 북한내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을 치료하는등 북한 동포를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티브 린튼은 80여차례 방북을 했고 김일성도 2차례 만났다. 인요한 본인도 대북 지원 사업을 위해 30여차례 방북했다. 인요한 형제의 헌신적인 대북 지원 사업과 그에 따른 방북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인요한을 불러 대북 정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맞춤한 앰뷸런스를 개발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아버지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형은 대한민국의 통일을 위해, 인요한 본인은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살아온 과정을 돌아본다면 그리고 민주당과 좌파진영이 지금까지 부르짖었던 반일, 평화, 통일, 민주화 등의 가치가 진심이었다면 인요한에 대해 생물학적 차이를 묘사하는 ‘푸른 눈동자의 미국계’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송영길의 돈봉투 전당대회 의혹을 검찰이 조작했다고 생떼를 부리고, 초선의원들을 '코로나 학력 저하 학생'에 비유해서 학생들을 비하하고, 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창피하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이자스민 때처럼 자신들이 선점 또는 독점해야할 '상징'을 또 상대당에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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