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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사회공헌 저해하는 공정거래 규제개선 정책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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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사회공헌 저해하는 공정거래 규제개선 정책 건의"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3.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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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회사 자회사의 공동출자 금지로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 지원 저해 우려"
대기업 기부한 소규모 비계열 비영리법인, 기업집단에 포함 우려
기업이 계열 공익재단에 주식 증여하면 의결권 상실
지난달 23일 대구 수성구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대구 수성구 한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마스크 생산 공장에서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기업의 사회공헌 지출규모가 2조9251억원(2021년 기준, 전경련)에 달하는 등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공정거래 규제로 인해 사회공헌활동에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지난달 23일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저해하는 공정거래 규제 개선 의견’을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건의했다고 5일 밝혔다.

상시고용인원이 50인 이상인 기업은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하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장애인을 일정비율 고용해야 한다. 일부 그룹들은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회사 형태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하기도 한다. 이 경우, 장애인 표준사업장에 출자한 비율만큼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은 계열사간 공동출자를 통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이 자유롭지만, 지주회사 기업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공동출자가 금지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만일 비지주회사 기업집단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계열사의 공동출자를 해소하고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자회사 형태로 각각 따로 설립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각각 별도로 설립·운영하면 사업자 규모가 영세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고 종합적인 지원·관리가 어려워지게 된다.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기업의 수익창출이 아닌 장애인들에게 일자리 제공을 통해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특수목적으로 설립·운영되는 기업이다.

전경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법에 지주회사 계열사 공동출자 금지 예외 규정을 신설하거나, 장애인고용법에서 공정거래법 일부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A그룹 계열사인 B~H 7개사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Ⅰ기업에 지분을 갖고 있고, 그 지분율에 해당하는 인원만큼 장애인 직원 고용 인정을 받고 있다.

하지만 A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B~H 기업이 자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자회사 공동출자 금지규정에 따라 각 자회사는 Ⅰ기업에 대한 지분을 해소하고 개별적으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설립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현행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 임원 등이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에 일정 규모 이상 출연하면 해당 비영리법인이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은 동일인(총수) 또는 동일인이 동일인관련자(계열사, 임원, 배우자, 친인척 등)와 합하여 비영리법인에 총출연금액의 30% 이상 출연한 경우 해당 법인을 기업집단의 범위 안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의 ‘총출연금액’ 산정 기준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보니 대기업집단의 총수, 동일인관련자(계열사)가 비영리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어느 정도 기부해야 동일인관련자(계열사)에 포함되는지가 불분명해 기부를 하지도 기부를 받지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만일 비영리법인의 규모에 비해 큰 금액을 기부하면 동일인관련자(계열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있고 만일 지정자료 등 제출 시 동일인관련자(계열사)에서 누락하게 되면 대기업집단의 총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비영리법인도 특정 기업집단의 계열사에 편입되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원이 절실한 소규모 비영리법인보다는 규모가 큰 비영리법인에 기부가 몰리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에대해 전경련은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의 총출연금액 기준을 설립 목적의 출연재산 또는 기본재산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세기본법의 경우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정할 때 비영리법인의 출연재산 범위를 설립 목적의 출연재산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예를들어 비영리법인 Ⅰ사가 기본재산(국세기본법상 설립을 위한 출연재산) 1억원, 보통재산 1억원 등 총 누적 출연금액이 2억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대규모기업집단 J가 비영리법인 I사에 3억원(보통재산)을 기부할 경우 Ⅰ사의 총출연금액(기존 2억원, 신규 3억원)의 100분의 30%이상인 60%가 되어 Ⅰ사는 J의 동일인관련자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공헌을 저해하는 또 다른 규제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소유의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있다. 공익법인 의결권에 대한 규제는 공익법인의 지배력이 낮은 상황에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고,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할 수도 있다.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대부분은 총수 등이 기존에 보유하던 지분을 증여받은 것으로 사실상 의결권 주체만 변경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해외의 경우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이 없고, 발렌베리(스웨덴), 보쉬(독일), 칼스버그(덴마크) 등과 같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 지배사례가 많다. 이런 이유로 전경련은 기업의 사회공헌을 저해하는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기업 자체의 지속 성장과 혁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문적인 투자를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나 벤처지주회사 등을 설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주회사인 경우 여러 규제로 투자가 제한적이다. 지주회사는 CVC지분을 100% 자회사로 소유해야 하고, CVC는 부채비율이 200%로 제한되며, 펀드 내 외부자금도 40%를 넘으면 안된다. 또한 CVC는 계열사 및 총수일가 지분보유 기업에 투자를 할 수 없고, 총자산의 20% 까지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는 등 각종 제한이 많다. 벤처지주회사의 경우에도 설립 시 자산이 300억원 이상이어야 하고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가령 펀드 내 외부자금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는 벤처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자금조달을 어렵게 한다. 예를들어, 비지주회사 CVC는 투자조합을 조성해 출자를 받아 자기자본과 관계없이 대규모 펀드 조성이 가능하지만 지주회사 CVC는 규제 때문에 50:50 매칭펀드 등 특성화된 자금 모집이 어려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가 제약받기도 한다. 따라서 벤처생태계를 활성화하고 투자를 더욱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CVC 등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규제의 빗장을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구글과 유튜브의 모회사이면서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산하 CVC인 구글벤처스(GV)와 구글캐피탈을 통해 신산업에 진출하고 관련 혁신생태계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마저 각종 공정거래 규제로 제한받고 있다”면서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회공헌 관련 규제만이라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폐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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