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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포스코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 판결 ... 산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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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포스코 파견근로자 직접 고용 판결 ... 산업계 '비상'
  • 김석중 기자
  • 승인 2022.07.28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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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지휘·명령 받아 근로자 지위 인정해야" 판결
2만여명 정규직화 불가피…현대차·기아 등도 촉각
경총ㆍ전경련 "산업현장 현실 고려치 않은 판결 ... 고용시장 악영향미칠 것"
"독일ㆍ일본 등 MES 도급관계에서 활용"
사진은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사진은 대법원 홈페이지 캡처

[매일산업뉴스]대법원이 28일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근로자 59명을 원청인 포스코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한 것과 관련, 하도급업체를 둔 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향후 줄소송을 예견하는 분위기이고, 경제계는 산업현장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대법원의 원고승소 이유는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이 도급 계약에서 허용하지 않는 원청(포스코)의 지휘·명령 등을 직접 받은 것이 인정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2만여 하도급 근로자뿐 아니라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 하도급 근로자의 직고용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의 쟁점은 사내하도급 직원들을 포스코가 직접 관리 감독·지휘했느냐의 여부였는데, 대법원은 원고들이 포스코 작업표준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제품 생산·조업 체계가 전산관리시스템(MES)으로 관리되는 점에 비춰볼 때 원고와 피고 간 근로자 파견 관계가 성립한다고 봤다. 파견법상 제조업은 파견근로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포스코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포스코는 입장문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신속히 판결문을 검토해 그 취지에 따라 후속 조치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로 포스코에서 근무하는 2만여 하도급 근로자의 직고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현재 대법원과 하급심에서 비슷한 소송 8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소송에는 19개 협력사 1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나머지 협력사 직원들까지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는 100곳 안팎의 사내 협력사에 1만5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소송에 참여, 승소해 포스코 직원과 같은 수순으로 임금을 올려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인건비가 5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경제계에선 불법파견 소송 중인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삼성전자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도급계약의 성질과 업무 특성, 산업생태계의 변화, 우리 노동시장의 현실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물론 일자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MES는 전산을 통해 작업 내용과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작업효율성을 높이고 안전을 강화하는 시스템”이라며 “경쟁국인 독일과 일본 등에서는 MES를 도급관계에서 활용했다고 불법파견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추광호 경제본부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이번 판결은 협력업체가 별도의 독립적인 사업주체로서 소속 근로자들의 채용과 임금 지급, 인사권 및 징계권 등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전경련은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과 달리 제조업 파견이 금지되어 있고, 파견기간도 2년으로 한정되어 있다보니 부득이하게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번 판결은 이러한 산업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향후 다른 유사한 사건에서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주기 바라며, 나아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파견제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유일호 고용노동정책 팀장은 "현행 민법상 하도급법하에서 허용되는 도급계약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향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의 고용경직성과 고용부담 증가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팀장은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정부분 원청의 관여가 필요한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업들이 하도급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기업들은 사내하도급 인력을 쓰지 못하고, 이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가격경쟁력과 고용유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이번 판결로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줄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규직화 과정에서 논란도 거셀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국내 대형 제조업체 중 최초로 협력사 비정규직 전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려고 했지만 50일간에 걸친 노조 불법파업으로 무산됐다. 협력사 노조가 자회사가 아닌, 현대제철의 직고용을 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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