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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직도 독점 걱정해서 대기업 집단 지정? '쌍팔년식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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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아직도 독점 걱정해서 대기업 집단 지정? '쌍팔년식 규제'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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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30년된 3대 규제부터 뿌리뽑자>

1987년 국내에서의 경제력집중 억제 명목으로 도입
페쇄경제에서 개방경제로 변모 ... 일본도 사실상 폐지
[매일산업뉴스]바야흐로 규제개혁의 시대가 왔다.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규제개혁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동안 새정부가 들어설때마다 규제개혁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규제의 벽’은 점점 높아만갔다. 세상은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법과 규제는 수십년째 그대로이다. 오죽하면 ‘규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오래된 낡은 규제부터 없애자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도움말로 시대에 뒤떨어진 대표적인 ‘3대 낡은 규제’를 짚어보고, 경제성장 활력과 경쟁력확보를 위한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각 그룹
ⓒ각 그룹

[매일산업뉴스]우리나라에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도입된 것은 36년 전인 1986년이다. 대기업그룹의 국내 경제력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자산총액 4000억원 이상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현재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하고, 출자총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위 30대(1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10대 21.2%)에서 1982년 40.7%(10대 30.2%)로 상승한 것을 제도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이후 일부 제도의 변화가 있었으나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시각에는 지금도 변화가 없다.

유정주 전경련 기업정책 팀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로서,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시장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2.5%로 상승해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가능해 일부 국내기업의 시장독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게 유정주 팀장의 설명이다.

실제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가 전무했으나, 지금은 57개국에 달한다(2021년 3월 기준).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대기업은 규모가 작은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상대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매출의 63.8%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전경련이 각사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1위 삼성전자의 해외매출 비중은 84.4%이고, 2위 현대자동차는 61.3%, 3위 LG전자는 64.5%, 4위 기아는 67.9%, 5위 (주)포스코는 36.3%이다. 6위 (주)한화는 16.4%, 7위 현대모비스 50.6%, 8위 SK이노베이션 44.6%, 9위 CJ(주) 39.8%였고, 10위인 SK하이닉스의 경우 해외 매출비중이 무려 95.4%를 차지했다.

상위 대기업집단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30대그룹 매출은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감소했다. 10대 그룹의 매출비중도 같은기간 28.8%에서 24.6%로 떨어졌다.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경우, 국내 시장과 무관한 수출을 제외한 매출집중도는 2019년 24.3%로, 수출을 포함한 수치에 비해 오히려 6.1%포인트 낮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 대기업집단은 36년 전, 폐쇄경제시대에 만들어진 과도한 규제때문에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경련이 지난해 6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최대 217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최대 275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특히 규모에 따른 규제로 우리 기업의 성장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저해하고 있다. 이들은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되고, 계열사의 지원도 일감몰아주기나 부당지원행위 때문에 불가능하다. 이처럼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지 못한 단계에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인정되던 사항들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불법적인 사항으로 변동됨에 따라 같은 제도가 기업성장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쿠팡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특히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로, 우리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외국기업들은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과거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1997년에는 지주회사 보유를 전면 허용했으며, 2002년에는 출자제한제도를 폐지하고 금융회사의 사업회사 주식보유제한을 완화했다. 오히려 기업간 상호주 보유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자유로운 시장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일종의 담합행위를 금지하는 ‘셔먼법’이나, 가격차별을 금지하는 ‘클레이튼법’ 등은 제정돼 있으나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규제는 없다. 미국은 금융권이 취득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제도 없다.

유정주 팀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오늘날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면서 “해외 선진국과 같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만 규제하는 경쟁법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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