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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해 안되는 안철수, 정답은 유아적이거나 광적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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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이해 안되는 안철수, 정답은 유아적이거나 광적이거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3.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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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자신이 성공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며 세상에 기여했으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그리고 올바르게 ‘철수’하기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지자들과 유세활동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대선후보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단일화가 대선 막바지까지 정리되지 않은 채 운명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양측간 물밑 접촉과 관련한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윤석열은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해 왔다.

그랬던 윤석열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열망해오신 국민께 그간의 경과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단일화 협상 과정을 공개함으로써 물밑 접촉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동시에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이 안철수에게 있음도 짐작케 되었다.

물론 윤석열의 주장이지만 이후 안철수가 보인 반응을 볼 때 윤석열이 국민께 거짓을 고할 리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알 만하다고 본다.

윤석열에 의하면 그는 국민의당 최고위 인사와 통화해 자신의 분명한 의사를 전하고 여러 차례 안철수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안철수가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로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또 우여곡절 끝에 통화가 됨으로써 전권을 부여받은 대리인 간 협상도 이어져 왔다. 심지어 대리인 간 철야 협상까지 한 끝에 단일화 최종 합의가 이루어져 두 후보에게 보고되고 두 후보 간 회동 일정 조율만 남긴 상황이었다.

그런데 돌연 안철수가 단일화 결렬을 윤석열 측에게 통보함으로써 단일화 협상은 파국을 맞았다. 윤석열은 안철수와의 회동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막판 극적인 반전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아 그런 기대는 부질없어 보인다. 문제는 안철수가 결렬을 통보한 까닭을 윤석열 측은 물론 안철수 측의 대리인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안철수는 왜 단일화에 불응했을까. 윤석열은 “최종 협상안에 국민여론조사 경선이 들어갔냐”는 기자의 질문에 “단일화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 얘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고, 여론조사 방식에서 역선택을 막을 것인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적 없었다”고 했다. 안철수의 단일화 결렬 통보의 이유를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런 미스터리가 있을까.

정치는 명분이 중요하다. 단일화 제안도 정권교체가 국민의 명령이라는 명분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그렇다면 단일화 포기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는 그 어떤 명분도 말하지 않고 있다. 그간의 물밑 협상 중 속된 말로 ‘폼 좀 잡고’ 물러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건 안철수가 명분을 얻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결렬 선언의 명분은 국민이 알지 못한다. 또 ‘철수’한다는 비아냥이 두려웠을까.

이쯤 되면 안철수가 왜 출마했는지부터 의문이다. 어차피 그가 유력 정당의 후보도 아니고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닌데 굳이 대선에 출마한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설마 또 철수하려고 출마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아니 어쩌면 철수할 것을 염두에 두고 나섰을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 곧 단일화를 통해 지분을 차지하겠다는 게 하나다. 그건 따지고 보면 선거공학적으로 한몫 챙기겠다는 것이니 국가 지도자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서는 저급하고도 부도덕한 일이다. 주변에 챙겨야 할 사람들, 예컨대 국민의 당 사람들을 위해 그럴 수는 있다고 해도 그건 처음부터 국민의 힘과의 합당을 통해서든 단일화 협상을 통해서든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당위성을 갖지 못한다.

윤석열의 기자회견 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아도 그렇다. 대리인이었던 사람과도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을 정도이니 안철수의 진심이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도 없거니와 납득도 안된다. 윤석열 측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 운영과 같은 사항까지 제안했으며, 대리인도 그걸 보고했다는데 정작 안철수는 “내용을 듣지 못했다”고 하니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도대체 뭘 바라는 것인가.

두 번째는 단일화를 통해 극적 드라마를 연출함으로써 윤석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춞마했을 가능성이다. 사실 이게 더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안철수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지금의 상황을 보면 그런 뜻깊은 생각은 애당초 있었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정권에 약점을 잡혀 정권의 압력으로 어떻게든 윤석열의 당선을 방해하기 위해 완주할 거라는 얘기도 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는 믿고 싶지는 않다. 그와는 다른 더 깊은 사연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기억들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때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게 있었다. 안철수가 정치권에 들어올 때의 얘기다. 젊은이들의 멘토로 추켜세워졌던, 그래서 대중적 인기가 치솟았던 시절의 얘기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에 안철수는 없다는 평가가 내려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안철수는 그때의 달콤한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안철수의 지난 행적이나 요즘의 행태를 보면서 나는 프로이트 심리분석의 리비도를 생각한다. 나아가 나르시시즘을 함께 떠올린다. 말하자면 자기실현의 욕망과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아적이거나 광적인 심리상태가 안철수의 지금을 말해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달리 뭐라고 해석할 수 있단 말인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한다.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와 그러지 못할 때는 큰 차이가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거나 ‘왜 사느냐’를 묻기 전에 이미 인간은 세상에 던져져 있는 존재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 이래로 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왜 사느냐’, ‘삶이란 무엇이냐’,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해왔다. 심지어 실존주의 철학자들마저도.

안철수의 몽니는 바로 이러한 해석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젊은이들의 맨토로서 명성을 얻고 있던 시절의 향수를 그리워하며 벌이는 유아기적 행태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지금 어린아이처럼 땅바닥에 다리를 부비며 떼를 쓰고 있는 꼴이다.

안철수는 애당초 국가 지도자로 나설만한 ‘깜냥’이 못되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기보다는 자신이 성공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며 세상에 기여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랬더라면 그는 그야말로 존경받는 사회적 지도자로서 자리매김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알멩이도 없을뿐더러 그 자신조차도 내용을 모르는 ‘새 정치’를 내세우며 정치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갈 길이 따로 있다. 안철수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그리고 올바르게 ‘철수’하기를 권한다. 그가 정권교체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사퇴한다고 선언한다면 ‘철수’로 인하여 오히려 시대가 그를 소환할 가능성이 높다. 부디 세상을 바로 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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