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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이재용 ‘팰리세이드’로 LG화학-현대차 틈새에 ‘주차’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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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포커스] 이재용 ‘팰리세이드’로 LG화학-현대차 틈새에 ‘주차’하나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0.11.0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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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 계기로 삼성-현대차 화해무드
현대차, 코나EV 화재원인 두고 LG화학과는 신경전
업계 "현대차, LG 부품의존도 대폭 낮출 듯"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세계 배터리시장점유율 1위 LG화학을 뒤로한 채 SK이노베이션·삼성SDI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특히 지난 25년간 소원했던 현대차와 삼성이 최근들어 부쩍 긴밀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기차 코나EV의 화재원인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와 LG화학 사이에 삼성이 ‘틈새 주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들어 공식석상에서 부쩍 친밀한 관계임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현대차의 주력 SUV차량인 ‘팰리세이드’를 직접 몰고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에 깜짝 등장하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상 삼성 총수 일가가 운전기사 없이 직접 공식석상에 등장하는 모습은 매우 드문데다, 장례식 기간 내내 외부에 노출이 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에서 하차하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현대차와의 과거 앙금으로 쌍용차 체어맨을 이용해왔다.  최근 이 부회장이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카니발 등을 타면서 현대차와의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정의선 회장 취임과 이건희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선대 회장 시대부터 이어져오던 악연을 청산하고 화해무드를 이뤄내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동안 삼성과 현대차는 소원한 관계였다. 오랫동안 경쟁관계였던 두 그룹은 상대사의 주력사업에 진출을 시도했다. 현대차는 반도체사업에 문을 두드렸고, 삼성은 자동차사업 진출을 꾀했었다. 이런 이유로 두 그룹은 선대회장 시대부터 사이가 껄끄러웠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의선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3세 경영시대'가 본격 개막되면서 두 그룹간 해묵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협력관계로 발전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정 회장과 이 부회장은 평소 친밀한 사이로 소문나 있다. 1970년생인 정 회장이 1968년생인 이 부회장을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지난 26일 이건희 회장의 빈소를 재계인사 중 가장 먼저 조문했던 정 회장은 영결식에도 참석해 두 그룹간 화해무드 변화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정 회장이 올해 5월부터 미래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3사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총수들과의 만남 때도 두 그룹의 변화된 화해무드를 읽을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가장 먼저 방문한 데 이어 두 달 뒤인 7월에는 이 부회장을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로 초청했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 재계 총수를 공식 초청한 것은 처음이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의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전기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랜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랜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그룹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하듯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생산을 위한 E-GMP 플랫폼 3차 입찰에 삼성SDI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E-GMP는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만약 삼성SDI가 3차 물량 배터리사로 선정되면 삼성자동차가 설립된 1995년 이후 25년 만에 삼성과 현대차의 비즈니스 협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대와 삼성 그룹의 화해 분위기가 무륵익는 데는 현대차와 LG화학이 코나EV 화재로 생긴 갈등도 한몫했다. 국토교통부가 코나EV의 배터리 화재 원인을 배터리셀 결함으로 잠정결론을 내리자 LG화학이 “배터리셀 결함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 일로 LG화학과 현대차의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내하더라도 더 큰 리스크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자발적 리콜까지 준비했는데, LG화학이 발끈하자 내심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글로벌 4위인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번 코나EV 화재사건으로 경쟁사들에게 순위를 빼앗길까 내심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군다나 정 회장 취임 후 수소차와 함께 전기차를 통해 미래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코나EV의 잇단 화재로 난처하게 됐다. 

LG화학 역시 배터리사업 분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배터리 문제로 귀결될 경우, 향후 폭발사고 발생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의 협상에서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라 양사의 책임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코나EV 화재사건을 계기로 현대차가 LG화학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안정성과 신뢰도가 중요한 배터리 특성상, 제조공정에서 불량을 낸 업체 제품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현대차가 에쿠스에 장착된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리콜을 두고 책임공방을 펼친 끝에 리콜 이후 공급사를 파이어스톤으로 바꾼 바 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때부터 품질문제에 있어선 매우 민감하고 철두철미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에서는 코나EV 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한 2018년 경 현대차가 LG화학의 배터리 물량을 이미 줄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현대차는 LG화학과의 오랜 거래에도 불구하고 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택했다. 

아이오닉5 하이브리드 내부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5 하이브리드 내부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문제는 배터리로 불거진 현대차와 LG와의 갈등의 골이 점점 더 벌어지면서 다른 부품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LG그룹은 LG화학 배터리뿐 아니라 LG전자에서 현대차에 전기장치(전장) 부품을 대량으로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그 틈새를 삼성전자가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6년 9조원에 미국의 하만을 인수했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는 미미하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배터리는 물론 전자제품으로 진화하는 전기차 및 자율차에 쓰일 시스템반도체, 통신장비, 디스플레이 등 전장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대차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단순히 배터리 협력에 머물지 않고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포석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반도체와 통신기술의 세계 최강인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경우, LG에 편중된 의존도를 크게 낮추면서 사업 다각화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와 삼성의 밀월에 LG의 근심이 깊어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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