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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국회의원들은 갈등 유발 부문 국가대표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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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국회의원들은 갈등 유발 부문 국가대표 선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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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쓸데없는 논쟁, 감정적 비난, 아니면 말고식 폭로 난무
모범 못 보이면 가만히라도 있어야 중간은 간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폐지 촉구 집회에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를 표시한 과녁판이 세워져 있다. 2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국회의원 특권폐지 촉구 집회에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특혜"를 표시한 과녁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이에 따른 이해충돌은 필연적이다. 그러기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갈등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다. 때로는 갈등 관리를 통해 보다 합리적인 해결책과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갈등의 질이다. 자신의 이익만 주장하는 막무가내식 갈등, 상대방 의견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반대만 하는 맹목적 갈등, 정치적 이유로 선전선동하는 감정적 갈등 등이 그것이다. 이런 갈등들은 갈등을 위한 갈등이기에 해결책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남는 것은 승자와 패자, 그리고 깊은 갈등의 골과 사회적 낭비뿐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질 나쁜 갈등에 익숙해져 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은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분석’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예상을 뛰어넘는 사회적 손실 규모가 산출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의 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여개국 중 뒤에서 3, 4번째를 다투는 갈등공화국이니 말이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도대체 어쩌다가 우리나라 이런 갈등공화국이 된 것일까. 다양한 관점에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성숙하지 못한 대화와 토론 문화가 아닐까 싶다. 토론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마치 승패를 가르는 스포츠 경기처럼 한다. 토론을 하는 사람도 그렇고 청중들도 ‘누가 이기나’에 관심이 있다. 이런 분위기면 늘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패자는 결론에 수긍하지 못하게 된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입고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뿐이다.

또 대화와 토론을 할 때 논거가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도 많다. 국회 회의를 보면 추상적인 구호의 나열이나, 단편적인 사례가 전부인 양 호도하기 일쑤다. 이런 식으로는 올바른 정책 방안을 도출하기 어렵다. 무릇 정책이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에 경제ㆍ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때문에 정책 토론을 할 때는 비용ㆍ편익 분석을 통한 객관적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도 납득과 공감을 할 수 있다. 혹 반박하더라도 구체적인 논거를 갖고 합리적 수준에서 하기에 타협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대화와 토론을 할 때 법과 원칙에 대한 존중 정신도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객관적 논거와 설득이 아니라 집단적 위력 행사를 위주로 한다면 결코 합리적인 해결책을 도출할 수 없다. 때로는 법률을 위반하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떼법’ 문화는 사회적 갈등 비용의 폭증만 가져올 뿐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의 원인 진단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원인만 해결해도 대박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말 난제 중에 난제다. 무슨 법률이나 제도 하나를 뚝딱 만들어서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교육 과정을 개편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이건 오랜 관습과 문화를 바꿔야 하는 일이다. 즉 시간이 걸리겠지만 건전한 대화와 토론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물론 말이야 쉽다.

다만 그 시간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첫 걸음을 정치권에서 모범을 보이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국가대표급 갈등 유발자이자 온상지니 말이다. 쓸데없는 논쟁, 감정적 비난, 불필요한 발언, 아니면 말고식 폭로가 난무한다. 국민들 갈등을 해결해 야할 정치권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국가 갈등관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이 모범을 보인다면 좋겠다. 그러면 최소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일 것 같다. 못 할 것 같으면 차라리 가만이라도 있길 바란다. 그럼 중간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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