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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20년만에 찾아온 대우조선 탈출구, 공정위가 가로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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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20년만에 찾아온 대우조선 탈출구, 공정위가 가로 막나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4.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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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방위사업 시장 경쟁제한 이유로 양사간 기업결합 승인 차일피일
이미 경쟁국가들이 기업결합 승인…국가경제 전체 영향 고려해야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 그래픽(위),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아래) ⓒ연합뉴스
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인수 그래픽(위), 공정거래위원회 전경(아래) ⓒ연합뉴스

작년 9월, 한화가 오랜 시간 표류하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랜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에 재계와 지역 주민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그럴만도 하다. 대우조선해양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재계 순위 2위였던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20년 넘게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연명하던 기업이다. 더욱이 2015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까지 터지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의 터널로 들어갔던 회사다. 

대우조선해양은 현실적으로 독자생존이 불가능한 회사다.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던 2021년, 2022년에도 각각 1조7000억원, 1조6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만일 순수 민간 회사였다면 문을 닫아도 벌써 문을 닫았을 회사다.

그런 회사를 한화가 인수하겠다고 선언을 했으니 얼마나 반길만한 소식인가. 산업은행은 20여년만에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서 좋고, 대우조선해양은 한화 방산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해 자생력을 키울 수 있으니 좋다. 여기에 더해 민간의 경영 효율성까지 접목될테니 대우조선해양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고 본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다행히 해외 경쟁 당국에서도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M&A를 신속하게 승인하고 있다. 사실 한화에 앞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HD현대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서 양사간 합병을 불허하는 바람에 무산된 바 있다. 대형 조선사간 합병이 국제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한화는 조선사가 아니기에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에 튀르키에,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EU 등 각국의 경쟁당국이 양사의 합병을 신속하게 승인한 것이다.

정작 문제는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다. 가장 먼저 지원해야할 우리나라 공정위가 양사간의 기업결합 승인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유는 방위사업 시장에서 경쟁제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방위사업청까지 나서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의견 표명을 했음에도 공정위는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켜야 하는 공정위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대승적인 관점에서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첫째, 이미 다른 국가의 경쟁당국들이 양사간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방위 산업은 내수시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글로벌 안보 시장이기에 다른 국가들의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있다. 우리도 군수 무기를 도입할 때 늘상 국제 입찰에 붙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해외의 경쟁당국이 하나같이 양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 제한 우려가 적다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둘째, 방위 산업은 국내 수요자 시장이 독점이라는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군함의 수요자는 우리나라 해군 밖에 없다. 이미 수요자 자체가 독점인 시장이니 공급자인 대우조선해양이 우월적 위치에 서는 것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백번 양보하여 양사의 결합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상대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랬다간 공정위, 국세청, 사정당국으로 부터 어떤 철퇴를 맞을지 모를 일이다.

셋째, 방위산업 시장에서 이미 공정위가 독과점을 승인한 전례도 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 과거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등 3대 국내 항공기 대기업을 합쳐놓은 것이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지금 이 기업이 전투기 시장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는 긴 말이 필요없을 것 같다.

넷째, 만일 공정위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거절한다면 과연 대안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미 대우조선해양은 M&A가 아니면 지속 생존이 불투명하다. 아예 기업 파산까지 감수할 것이 아니라면, 일부의 단점에 주목하기보다 국가경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예상 경제성장률을 계속 낮추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냉방에서 떨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릴 기회가 왔는데 시간만 보내다 실기(失期)를 해서야 되겠는가. 합병 후 경쟁 제한 행위가 있다면, 정부 차원에서 사후에 대응할 방법은 충분해 보인다. 지금 1번으로 걱정할 포인트는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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