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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윤석열과 처칠...당시 영국에는 반대만 하는 야당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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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근의 좌충우돌]윤석열과 처칠...당시 영국에는 반대만 하는 야당은 없었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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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종근 시사평론가

4만465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음에도 처칠 믿고 단결한 영국 국민
평화공세에 오만해진 북 정권의 도발에 남남갈등 유발하는 민주당
이종근 시사평론가
이종근 시사평론가

“루프트바페(독일 공군)는 티타임에 왔다.”

1940년 9월 7일의 런던 대공습을 그린 미국 논픽션 작가 에릭 라슨의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의 첫 문장이다. 그날 토요일 오후 티를 마시는 나긋한 일상을 깨는 수천 톤의 포탄이 시가지로 쏟아져 내리면서 런던은 불바다가 되고 유서 깊은 건물들도 불길에 휩싸였다. 히틀러는 독일 지상군으로는 영국 침공이 어렵게 되자 전 공군력을 동원해 대공습을 펼쳤다. 독일 폭격기가 런던을 비롯한 영국 전역에 집중공습을 퍼부은 9월 7일에서 9월 30일 사이 매일 500여명의 영국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또 이날로부터 1941년 5월 10일 바르바로사 작전 직전에 이루어진 마지막 런던 공습까지 영국 전역에서는 4만4652명의 민간인이 사망했고 5만2370명이 부상했다. 매몰 공포증이 시민들을 괴롭혔고 시도 때도 없는 공습경보에 노이로제가 걸렸지만, 런던은 결국 견뎌냈다. 영국인들은 공습 경험을 겪으면서도 오히려 국민 정체성을 강화해나갔다. 그들은 전쟁이 정당하고 불가피하다고 생각했으며, 그에 따른 희생과 고통을 기꺼이 감내했다. 평화를 위해 전쟁을 회피하자는 야당도 없었고 사람이 죽어 나간다고 항복하라고 아우성치는 국민도 없었다. 거기에는 처칠의 바위같은 리더십이 있었다. 처칠의 리더십은 의회와 국민을 향해 행한 연설문에 잘 담겨있다.

1940년 5월 18일 전쟁을 비준해달라는 의회에서의 연설문엔 그 유명한 ‘피, 땀, 눈물’이 언급돼있다. “의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말합니다. 나는 피, 땀, 그리고 눈물 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여러분들은 묻습니다. 당신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말합니다. 육상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라고...어둡고 개탄스러운 인간의 범죄목록에서도 유례가 없는 저 괴물과 같은 전제자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그해 6월 4일의 의회 연설문은 명문으로 후대에 더 많이 회자되고 있다. “영국은 약해지거나 실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우리는 바다와 대양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감과 힘을 길러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국을 지켜 낼 것입니다...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며, 설령 이 섬이나 섬의 상당 부분이 정복당하고 굶주린다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승리할 것입니다.”

처칠의 이같은 의지와 다짐은 영국 국민을 단합시켰다. “베를린은 언제 폭격할 건가요”라는 시민들의 질문에 “나한테 맡겨요”라고 주먹을 흔들어 보이고, 폭격기가 오면 구경하겠다고 건물 지붕에 올라가는 처칠의 모습에 당시 영국 국왕인 조지 6세는 “이보다 더 나은 총리를 보유할 수 없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실질적인 군통수권자인 처칠의 불같은 의지를 바탕으로 영국인들은 달이 뜰 때마다 독일 폭격기 2300대가 쏟아내는 폭탄 세례의 지옥과 같은 대공습을 견뎌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2017년 6월 21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가 국방부 브리핑룸에 전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무인기는 일상이 시작되는 월요일 오전 10시에 왔다.

지난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 이남의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함으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잠시 흔들렸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에서는 한 시간 안팎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중지됐다. 2014년 2017년에 이어 5년 만에 이뤄진 무인기 도발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2022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SRBM 3발, 2023년 첫날인 1일에는 동해상에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대륙 간 탄도미사일 8발 등 지금까지 38차례에 걸쳐 모두 7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에 대한 사과의 주체가 합참 작전본부장이 아니라 대통령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김승겸 합참의장에게 “일전불사 결기로 확실히 응징하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해선 안되고 합참의장이나 국방부 장관이 할 소리라고 비난했다. 대한민국의 군통수권자는 사과만 해야하고 적의 도발에 단호하게 맞서라는 지시를 하면 안되는 위치인가.

1900년대 영국과 2020년대 한국의 차이는 전쟁에 대비하자는 국가수반의 모든 정책에 비토만 하며, 나라야 어떻게 되든 정부를 흔들어 대통령만 상처내면 된다는 야당과 적의 선의를 맹신하면서 내부갈등을 유도하는 이적세력의 존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처칠은 말했다. “평화는 강자의 특권이다. 약자는 평화를 누릴 자격이 없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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