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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비극으로 장사하는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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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비극으로 장사하는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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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정부에 책임 묻기
이제는 반인륜적인 ‘정치 장사’ 끝내야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솔직히 얘기해보자. 이태원 참사는 예견할 수 있었던 사고였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 이런 엄청난 비극이 터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 누가 그런 참사가 있으리라고 짐작이나 했을까. 세월호 참사의 주범인 유병언마저 그런 끔찍한 참사가 벌어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자기 이익을 위해 배를 개조하는 등 안전을 뒷전에 밀어놓은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참사가 있을 것을 예견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의 무한 책임을 얘기하지만 국가 또는 정부가 만능은 아니다. 정부에게 만능의 역할을 요구한다면 그것처럼 위험한 일도 없다. 정부에게 그런 역할을 요구하려면 그만한 권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책임지지 않는 길은 간단하다. 민간의 행동을 강제로 막으면 그뿐이다.

이 나라를 전체주의 나라로 만들고 싶은가. 국가 권력의 이름으로 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길 원하는가. 그게 아니라면 모든 걸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식의 발상이 통념화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문제만 생기면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게 언론 보도의 관행인 때가 있었다. 이를테면 불량상품 고발을 하면서 마지막에는 으레 담당 부서 공무원들의 책임을 따지는 말로 끝을 맺었다. 그 논리대로라면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모든 국민의 공무원화다.

이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여전한 건 비극을 정치화하는 일이다. 오죽하면 어느 정치인이 세월호 사건을 두고 “회쳐먹고, 찜쪄먹고, 징하게 해처먹는다”고 했을까. 문재인 정권 내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가 조사하고 또 조사했으면서 ‘다른 진상(이를테면 잠수함 공격과 같은)’이 드러난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비극의 정치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세월호의 뒤를 따라갈 것 같은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살판 난 듯 보인다. 비극이 더없이 좋은 정치적 호재로 떠올라, 이재명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을 구원해줄 동아줄이 된 듯하다. 민주당 뿐 아니라 이 나라 좌파 세력은 재난이나 사고 등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비할 데 없는 무공을 펼쳐온 바 있다. 세월호 사건 외에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두 여중생 사건이 대표적이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두 여중생의 비극적 사망을 두고 연일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그건 누가 보아도 대통령선거 운동이었다. 이름도 선명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효순이, 미선이! 좌파 새력은 이 두 여중생을 살려내라며 미군을 살인 집단으로 몰아세워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을 벌이는 게 눈에 환히 보였다.

사실 효순 양, 미선 양의 죽음은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건 교통사고였다. 장갑차가 후진하다가 미처 두 소녀를 발견하지 못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좌파 세력은 ‘살인’이라며 대중을 선동했고, 무지한 대중은 거기에 넘어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2017년 6월 13일 광화문 한 편에 효순 양, 미선 양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모두의 기억 속에서 아스라이 사라져가던 두 소녀를 15주기 추모라며 현실로 소환한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22년, 올해 충남의 한 지역에서 20주년 추모제가 열렸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 주최한 이 행사 추모사는 “(두 여중생은) 미군 장갑차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행위로 희생됐다”며 “여전히 진상은 규명되지 않았으며, 과제로 남았다”고 했다.(오마이뉴스 2022년 6월 25일)

이들이 안타까운 비극을 자꾸 소환하는 것은 왜일까? 이어지는 추모사가 그걸 짐작케 한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미 종속성이 심화하고 있다”며 “효순‧미선 20주기를 맞아 우리에게 더 큰 각성과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불평등을 당하지 않고 자주‧평화‧통일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6월 11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이 ‘반미자주화 노동자 대회’를 열고 두 소녀를 추모한다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미국을 규탄하고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반미자주화 투쟁에 나선다”고 선언한 것이 더욱 적나라하게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평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끊어 내고 자주적인 나라로 바로 세워야 노동자와 민중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한반도 미국 전쟁기지화 반대, 불평등한 한미관계 재정립”, 심지어 “주한미군 몰아내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것으로 저들의 속셈은 빤히 드러났다고 보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저들은 남북통일의 장애물은 주한미군이며, 따라서 이 땅에서 물러가라는 것이다. 그나마도 예전에는 조심스럽게 발언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거침없이 쏟아낸다. 왜?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우매한 대중, 곧 우중(愚衆)이 든든한 뒷배 아닌가.

문재인 정권 때 동맹으로서의 신뢰를 잃은 것을 반전시켜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복원시킨 윤설열 정부가 저들은 못마땅하고 불만인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북한 김정일 정권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면서 한미동맹을 복원한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여론을 호도하는 까닭이 무어란 말인가.

이제 비극을 “회쳐먹고, 찜쪄먹고, 징하게 해쳐먹는” 반인륜적인 ‘정치 장사’에 치가 떨린다. 국민적 비극을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는 데 국민이 질릴 법도 하건만 웬일인지 동조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것이 더 큰 비극이다. 나라를 두 동강 내니 말이다. 그러니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 퇴진을 외치는 ‘짓거리’를 직업적으로 계속하는 무리가 살판났다고 설치고, 민주당이 국정조사와 특검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주장하는 ‘비정상’이 일상화하는 게 아닌가.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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