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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변호사, 의사 ... '사자' 직업들의 기득권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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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변호사, 의사 ... '사자' 직업들의 기득권 지키기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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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플랫폼연대 출범 소비자 선택권 박탈...지대추구 전형
타다금지법으로 망가진 시장 논리 되새겨야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 출범식에서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플랫폼 정책 연대 출범식에서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왼쪽부터),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이 업무협약을 체결한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이 지난달 17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한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플랫폼 연대)’를 출범시켰다. 이들 4개 단체는 성명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급성장은 자율시장의 독점, 과점의 형태로 그 사회적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전문영역에서 이윤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비전문적 사설 플랫폼은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각종 규제와 법망을 우회해 시장에 독점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고 공정하지 못한 수익을 추구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개 단체는 견고한 연대를 형성하여 정당한 노동의 가치와 권리를 스스로 지켜내고, 플랫폼 산업에 의한 사업자, 노동자,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올바른 플랫폼 정책이 실현되는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와 국회에 플랫폼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4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중협)를 법정단체로 만들고 공인중개사가 개설 등록을 할 경우 협회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협회 내 윤리규정을 만들고 회원을 지도, 감독할 수 있도록 하며, 협회가 거래 질서 교란 행위 단속권도 갖는다. 또, 회원이 법을 위반하면 협회가 시‧도지사와 등록 관청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협회가 회원 위에 군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이들 이익집단의 최근 행태를 보며 ‘타다 금지법’ 사태가 되풀이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플랫폼 연대가 자신의 출범을 플랫폼 산업에 의한 사업자, 노동자,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자는 것을 두고 어떻게 소비자 피해 운운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중협과 긴밀한 협의를 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김병욱 의원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도 온라인 부동산 중개를 저지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들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협회에 주자는 것이니 소비자의 선택권, 나아가 편익권까지 외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전국 어디든 소비자가 원하는 부동산 정보를 입체적으로 확인 가능한데 비용을 들여 발품을 팔라고 강제하자는 것이니 소비자에게는 피해를 강요하는 꼴이다.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의 벽이 이렇게 견고한 데 놀랐다. 그런데다가 정치권이 기득권 이익집단에 영합하는 행태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이익집단의 기득권 지키기는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지대추구, 또는 지대보호라 할 수 있다.

지대추구란 경제 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생산적 활동을 경쟁적으로 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이익집단이 기득권의 보호막 안에서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타다’에 택시 기사들이 집단으로 저항하면서 혁신기업을 주저앉힌 게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이익집단들의 지대추구 행위를 보면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은, 각종 자격이나 면허가 이익집단을 형성하여 지대추구를 조장하는 기능을 하는 규제의 대표적인 형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자격이나 면허가 특정 경제 주체들에게 배타적‧독점적 지위를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자격이나 면허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지 않을 수 없다.

자격이나 면허는 대표적인 시장 진입장벽이다. 정부가 이렇듯 진입장벽으로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게 합리적일까. 누구든 세금만 내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온당한 게 아닐까. 물론 예외는 있다. 의사면허가 그것이다.

돌팔이나 만병통치약이 판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과거 만병통치약이라며 소비자들을 속여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어디에 있는 누가 ‘용하다’는 소문이 돌면 실제로 실력이 있는 의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무턱대고 그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간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러니 자연히 의료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부가 자격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로 의업을 한정시킴으로써 사람들이 믿고 의원(의사)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비로소 의료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의사들이 플랫폼 기업들을 저지하고 나선 것은 집단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 동의할 수 없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정부가 자격이나 면허로 시장 진입장벽을 만들 까닭이 없다. 노골적으로 말해 변호사의 경우도 그렇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도 아닌데 굳이 변호사 자격을 국가로부터 인정받도록 함으로써 법률시장의 진입장벽을 만든 까닭이 있는지 의문이다. 시장에 맡겨도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법률서비스를 하는 서비스 시장이 형성 가능하다고 본다. 하물며 공인중개사까지 자격을 국가가 부여함으로써 시장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장례지도사라는 국가자격증까지 있다. 과거 장의사들이 하던 일들을 장례지도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아직은 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이 장례 의식(행사)을 진행하지 못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국가자격증이 없는 사람들은 그 업종에서 밀려날 것이다. 그리고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사람들이 이익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칼럼으로 현실을 고발할 생각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관료들이 자기들의 밥그릇을 크게 만들기(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쓸데없는 시장 진입장벽을 만들려 하고, 정치인들이 거기에 놀아나거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승하기 때문이다. 사실 관료나 정치인들도 지대추구 행위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은 왜 다수의 소비자들(국민)을 외면한 채 이익집단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까. 소비자는 아무리 많아도 조직화하기 어렵고 그럴 유인도 크지 않은 반면, 이익집단은 조직화가 쉽고 그럴 유인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는 조직화하지 않는 소비자들보다는 조직화한 소수 이익집단 편에 설 가능성이 훨씬 크다.

택시 대란이 ‘타다 금지법’ 등이 불러온 결과임은 다들 알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택시요금 인상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이처럼 소비자들의 피해를 잔뜩 키우고, 문제가 터진 뒤에 부산을 떨 게 아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들 무슨 소용인가. 이제 발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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