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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빨대, 캔햄·요구르트 뚜껑을 반납하니까 생기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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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빨대, 캔햄·요구르트 뚜껑을 반납하니까 생기는 일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8.2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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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8) 클라블라우

기업에 플라스틱 줄일 방법 공개 제안 '지구지킴이 쓰담쓰담'
ⓒ김혜림 기자
허지현 클라블라우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클라쓰'에서 보자기로 가방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매일산업뉴스] ”빨대, 고체비누조각, 병뚜껑, 포장끈 같은 것들 있으면 갖고 오세요."

클라블라우 허지현 대표가 인터뷰 하루 전날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쓰레기에 가까운 이런 것들을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클라블라우의 제로웨이스트 아트앤크래프트 살롱'클라쓰'에서 만난 허 대표는 “제가 버려질 쓰레기에 쓸모를 만들어주는 ‘쓰레기 덕후’거든요”라며 호호 웃었다. 그는 기자의 명함을 스마트폰으로 찍고는 되돌려 주었다. 명함 한 장 허투루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클라블라우는 ‘업사이클링 DIY 작가’ ‘자원순환 라이프스타일 디자이너’로 불리는 허 대표가 이끄는 1인 기업이다. 클라블라우는 ‘맑은 파란색’ ‘쪽빛’ ‘물빛’이란 뜻의 독일어다.

2017년 오픈한 클라블라우에선 물병 뚜껑과 라면봉지로 멋을 더한 조명,  커피 캡슐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크고 작은 보자기와 손수건, 자투리천으로 만든 삼각 수저집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조물조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는 허 대표가 직접 만든 것들이다. 

환경과 수공예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운영하기 시작한 클라블라우는 재활용 물품을 활용한 공간 디자인도 하고 있다. 또 업사이클링과 자원순환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수시로 열고 있다. 워크숍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보자기로 가방 만들기다.

허 대표는 “포장 쓰레기를 고민하다 보자기를 만나게 됐다”면서 “보자기는 우리 조상들의 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이템”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보자기는 네 귀퉁이를 두 개씩 묶기만 해도 ‘뚝딱’ 가방이 되고, 카디건으로도 연출할 수 있다. 안 쓸 때는 테이블 위에 펼쳐놓으면 되므로 보관 부담도 없다. 그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보자기의 쓰임새를 소개하면 수강생들은 박수로 화답한다고.

허 대표는 “보자기야말로 제로웨이스트와 미니멀라이프의 상징”이라면서도 사실 보자기는 미끼라고 털어놨다. 알맹이는 환경을 살리는 소비행태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허 대표는 수강생들에게 보자기로 가방을 만들면서 그동안 과도하게 써서 병들은 지구를 위해 ‘있는것활용하기(업사이클링)‘와 ’버릴것안만들기(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자고 소곤거린다. 그는 있는것활용하기 버릴것안만들기는 일부러 띄어쓰기를 안한다고 했다.

또 “물건은 대형마트보다 조금 불편하고 약간은 비싸더라도 동네 할머니가게에서 구입하라”고 꼬드긴다. “물건을 살 때도 환경과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소비를 신중하게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김혜림 기자
허지현 대표가 수저집을 들어보이고 있다.  허 대표 뒤로 보이는 조명은 생수병 뚜껑으로 만들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상업화보다는 작가주의를 지향한다는 허 대표는 “산업혁명 이후 내실보다는 양적인 성장이 성공으로 인식되어 왔다”면서 “넘치는 것보다는 모자람을 받아들이는 삶이 의미가 있고 그렇게 사는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워크숍을 통해 열심히 나누고 있단다.

허 대표는 비영리활동 '지구지킴이 쓰담쓰담' 운동도 하고 있다. 그는  “지구지킴이 쓰담쓰담은 정부나 기업을 적대시하기보다는 협업의 대상으로 보는 점이 다른 환경단체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혜림 기자
클라블라우는  소비자들이 펼치고 있는 불필요한 아이스크림 스푼 반납운동에 참여, 스푼 모으기를 같이했다. ⓒ매일산업뉴스 김혜림 기자

‘지구지킴이 쓰담쓰담’은 기업에게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멸균우유팩에 일괄적으로 붙어 있는 빨대가 허 대표에겐 눈엣가시였다. 쓰지도 않는 빨대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 환경을 더럽히는 빨대가 환경운동가 눈에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는 “2020년 2월 수 백개의 빨대를 모아 제조사로 보내자 ‘빨대를 없애는 것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왔다”면서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반납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우유팩 빨대에 이어 캔햄 뚜껑, 요구르트 뚜껑 반납운동을 했다. 

허 대표는 “기업에서 빨대 없는 유제품과 컵 커피, 뚜껑 없는 스팸 선물세트 등을 출시했다”면서 "요즘은 소비자들이 반납운동을 자발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지구지킴이쓰담쓰담 운동의 성과를 소개했다.

환경사랑 실천을 강조하면 “나 하나쯤이야!” 이렇게 눙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허 대표는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게 마련”이라면서 “소비자 한 사람 한사람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기후위기 관련 정책에 대해선 “수익성 계산에 앞서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로컬라이제이션 정책 개발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요구했다. 값싼 노동력은 대량생산으로 이어지고, 이는 지구 환경오염의 빌미가 된다는 것이 허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결국 지구를 살리는 일은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손잡고 함께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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