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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지구 지킴이' 된 케이팝 팬들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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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 '지구 지킴이' 된 케이팝 팬들의 사연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8.1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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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7) 케이팝포플래닛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 불요불급 앨범 반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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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포플래닛의 이다연 활동가가 지난 6월 18일 서울 잠실올림픽 경기장 '드림콘서트장' 앞에서 스트리밍 회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모습. ⓒ케이팝포플래닛

[매일산업뉴스] “죽은 지구에 케이 팝은 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너의 컴백 나의 기후행동.”

K팝 팬들이 “K팝 팬덤이 뭉치면 기후 정의를 위한 강력한 목소리가 된다”면서 행동에 나섰다.

지구지킴이로 나선 K팝 팬들의 요구를 '케이팝포플래닛(지구를 위한 K팝, 이하 K4P)' 활동가 이다연씨에게 들어봤다. 대구에 거주하는 이씨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전화로 진행됐다.

이씨는 “케이팝포플래닛은 전 세계의 케이팝 팬들과 함께 기후 행동을 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서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의 산업계가 변화하는데 케이 팝 산업만 손 놓고 있는 듯해서 팬들이 나섰다”고 밝혔다.

이씨는 K팝 팬들의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가수에게 선물하는  문화에서 근래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기부금을 마련하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면서 "서포트 문화는 자연스럽게 기후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발족한  K4P는  자신의 최애(가수), 인종, 지역, 언어, 성별, 신념, 나이를 넘어 기후위기에 진심인 K-pop 팬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난해 2월 로이터 통신, 호주 ABC 뉴스 등이 출범 소식을 알린 데 이어 정식 발족한 이후에는 30여 개가 넘는 해외 언론이 앞다퉈 소개하고 있다.  K4P는 첫 활동가인 인도네시아 대학생 누룰 샤리파와 이씨를 포함한 3명의 활동가가 이끌고 있다.

이씨는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사(이하 엔터사)에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요구하는 K팝 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 캠페인은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에게 ‘2030년까지 재생가능에너지를 100% 사용해달라’는 온라인 청원이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토코피디아는 이 청원을 받아들여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K4P는 이밖에 ‘탄소배출 제로 콘서트’ 캠페인을 펼쳤으며,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와 ‘멜론은 탄소맛’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탄소배출 제로 콘서트’는 지난해 10월 31일 영국 글라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시작됐다. SM, YG, 하이브 등 엔터사에 일회용 사용을 금하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등 콘서트를 친환경적으로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1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함께 ‘K엔터 사업,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다’ 간담회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어 주목을 받았다. 이 의원은 “케이팝 팬들의 요구에 맞춰 K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ESG 기조를 도입한다면 새로운 엔터 문화의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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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와 앰배서더들이 지난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 제작 관행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로 꿀벌 개체수가 줄었다는 점에 착안해 꿀벌 옷을 입었다. ⓒ케이팝포플래닛

‘죽은 지구에 K팝은 없다’는 엔터사의 앨범 문화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이씨는 “팬들은 앨범을 살 때마다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실물 음반을 원하는 만큼만 사거나 디지털 앨범 등 친환경 대안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K팝 팬들은 가수들의 오프라인 행사를 가기 위해서 또는 앨범 판매 순위를 올리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몇 십 장 또는 몇 백 장씩 사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 실정이다.

K4P는 지난 4월 지구의 날(22일)을 맞아 엔터사에 90개국 1만여명의 서명을 받은 ‘불필요한 앨범 소비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청원을 전달했다. 또 그 전날에는 국내 케이팝 팬들에게 받은 불필요한 앰범 8000여장을 엔터사에 전달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멜론은 탄소맛’은 한국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이씨는 “5시간 이상의 음악 스트리밍은 실물 앨범 한 장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K4P는 오는 9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엔터사를 비롯해 네이버 등 대형 인터넷 포털들도 초대해 K팝의 지속 가능한 방향과 친환경 스트리밍 사업, 저탄소 콘서트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씨는 “우리나라 정부의 최근 기후관련 정책을 보면 먼 미래를 생각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쫓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전확대는 당장은 이익이 될 수 있지만 나중에는 환경 재앙을 부를 수 있다”면서 “무작정 원전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미래세대를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K4P뿐만 아니라 환경단체에서 펼치는 기업 대상 캠페인에 적극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 그 이유로 “기업은 소비자가 없으면 운영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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