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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살기좋은 세상만들기' 이불과 타월만 되살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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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첫걸음]'살기좋은 세상만들기' 이불과 타월만 되살려도...
  • 김혜림 기자
  • 승인 2022.07.05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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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실천>행동하는 사람들(41) 제클린

제주도 8만여 개 객실서 매년 6000t 폐침구류 발생 환경오염 주범
제주도 세탁연구소 지난 1일 ⓒ제클린
제클린의 차승수 대표가  지난 1일 제주도 제주시 번영로에 위치한 세탁연구소 앞에서 제클린의 린넨 재활용 사업에 설명하고 있다. ⓒ제클린

[매일산업뉴스] 호텔 침구와 타월, 식탁보, 냅킨 등은 늘 새 것 같다. 조금이라도 낡은 것들은 사용하지 않고 폐기처분하기 때문이다. 멀쩡하지만 호텔에서 쓰임을 다한 침구 등은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침구 세탁 전문 스타트업 ‘제클린’은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이불과 타월 되살리기에 나섰다.

지난 1일 ‘제클린’의 차승수 대표에게 침구류 부활의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제주도에 있는 차 대표와의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다.

차 대표는 “해외에서도 폐린넨과 타월을 재활용한 사례가 없어 개발이 쉽지 않았다”면서 “쉽지 않은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허허 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힘을 기울이는 이유로 차 대표는 “우선은 꼭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그 히스토리가 남게 돼 누군가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비닐 폐기물에 재생기술이 집중된 것이 안타깝다”면서 “재생기술을 섬유류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클린
재활용을 위해 제주도내 숙박업소에서 모아온 폐이불과 타월들. ⓒ제클린

섬유류는 소각하면 탄소가 다량 발생하고, 매립하면 자연분해되는 데 100년이나 걸린다. 전세계적으로 섬유류는 플라스틱 다음으로 양이 많은 폐기물이다. 특히 관광지인 제주도에는 8만여 개의 객실이 있고, 여기서 매년 6000t 가량의 폐침구류가 나와 환경오염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차 대표는 “제주도 내 숙박업소에서 폐기되는 이불 베개커버 타월 등을 걷어 들여 면소재가 아닌 부분과 오염된 부분을 제거한 뒤 순면을 추출하고, 면사로 가공해 친환경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을 3개 기업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재생제품은 이달말 출시예정이다.

섬유재활용에 나선 제클린은 ‘침구와 만남부터 이별까지 함께 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6년 제주도에서 숙박업소의 침구세탁 대행을 시작했다.

회사명은 제주와 클린(CLEAN)의 합성어로, ‘제주의 깨끗함을 담은 세탁을 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2020년에는 개인의 침구를 세탁해주는 ‘제클립 앱’도 출시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제주담은세탁소’도 운영하고 있다. 이 세탁소에선 동네 주민에 한해 책을 갖고 오면 세탁료를 할인해준다. 제클린은 작업장 환경이 동종업계에서 최고 수준인 데다 베이킹소다 등 친환경 세제를 고집해 업계에선 ‘별난’ 세탁업체로 꼽힌다.

차 대표는 “지난해 ‘지구생각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폐 린넨과 타월 재활용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필요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클린
제클린의 직원들이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 버린 린넨을 잘게 찢고 있다. 이렇게 파쇄한 것으로 면사를 제작한다.  ⓒ제클린

제클린의 주도로 8개 기업이 협업해 펼친 지구생각 프로젝트는 제주도내에서 버려지는 솜과 침구류를 재활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제품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이었다. 신한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됐다.

단 7개월 동안, 그것도 제주도내에서만 진행된 ‘지구생각 프로젝트’를 통해 걷어들인 폐린넨과 타월, 솜 등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이불솜 359개, 베개솜 80개, 베개 커버 353개, 시트커버 578개, 이불 커버 634개, 페이스 타월 2831개, 목욕 타월 2195개가 모였다. 무게로 환산하면 베개 커버 13만 3515g, 시트 커버 18만 1440g, 이불 커버 33만 4180g, 이불솜 38만 1600g, 페이스 타월 13만 3960g, 목욕 타월 13만 2356g 등 총 129만 7051g이나 됐다.

베개 커버를 재생한 'recyCLEAN 리[Re:]커버' 118개, 솜을 재생해 만든 'recyCLEAN 리[Re:]불솜' 60개, 재생사 타월 수십장을 제작, 판매했다. 또 올해 1월15일부터 1월 28일까지 전시회 ‘ZZZ SPACE‘를 통해 재활용 제품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효과도 얻었다.

차 대표는 “수거한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재생해 온실가스 약 30t, 물 259만 4000 리터, 에너지 5188kWh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지금은 제주도내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폐이불과 타월 재활용을 뭍으로 확대해, 전국적으로 펼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제클린의 '육지 상륙작전'이 성공하고, 제클린이 놓은 디딤돌을 딛고 기업들이 섬유재활용에 나선다면 어떻게 될까?

차 대표는 "전국의 숙박업소에서 버려지는 이불과 타월 등이 모두 재활용된다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처음보다 더 크게 하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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