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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에 1조원대 5G 장비 공급 ... 이재용의 산행협상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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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美에 1조원대 5G 장비 공급 ... 이재용의 산행협상 결정타
  • 이강미 기자
  • 승인 2022.05.04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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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버라이즌 이어 두번째
디시 네트워크의 5G 전국망 구축 지원
최대 통신시장서 점유율 확대

이 부회장-디시 창업자
북한산 등산하며 협상 마무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매일산업뉴스]삼성전자가 미국에 1조원 규모의 통신장비 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인맥과 북한산 등산을 하면서 발휘한 협상능력이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미국 4대 이동통신사인 디시(DISH) 네트워크에 5G 가상화 기지국 등 네트워크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3일 밝혔다.

계약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이번 수주는 2020년 9월 버라이즌과의 7조9000억원 장비 납품 계약에 이은 미국 내 5G 장비 계약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최대 통신사인 버라이즌에 이어 디시 네트워크에도 통신장비 공급에 나서면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 및 핵심 공급사로서 입지를 강화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디시 네트워크의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5G 가상화 기지국(virtualized Radio Access Network, vRAN) ▲다중 입출력 기지국(Massive MIMO radio)을 포함한 라디오 제품 등 다양한 통신장비를 공급할 예정이다.

디시 와이어리스 본사 전경. ⓒ삼성전자
디시 와이어리스 본사 전경. ⓒ삼성전자

1980년 위성TV 서비스 기업으로 설립된 디시 네트워크는 2020년 미국 전국 무선통신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라이선스를 확보해 이동통신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3위 사업자인 T-모바일의 통신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가입자는 870만명에 달한다.

디시 네트워크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 등 차세대 통신장비를 도입해 빠른 시일내 안정적인 전국 통신망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가입자 확보 경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5G 통신장비 공급사로 선정됨으로써 세계 최대 통신 시장인 미국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핵심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디시네트워크는 내년 중반까지 미국 인구의 70%를 커버하는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약속하고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디시 와이어리스 본사 전경. ⓒ삼성전자
디시 와이어리스 본사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디시에 공급하는 5G 가상화 기지국은 고가의 전용 하드웨어에서만 구현되는 네트워크 기능을 범용 서버를 이용해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를 범용 서버에 탑재하여 기지국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고 효율적인 통신망 구축과 운영을 지원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 기지국은 지난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2 글로벌 모바일 어워드의 대상격인 'CTO초이스'와 '최고의 모바일 혁신 기술상' 2관왕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 전경훈 사장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소프트웨어 기술력과 글로벌 상용 역량이 집약된 5G 가상화 기지국은 통신 시장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번 디시와의 협력은 런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통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의 DNA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디시 네트워크 존 스위링가(John Swieringa) 최고운영책임자(사장)는 "삼성전자의 5G 가상화 기지국과 차세대 통신 기술력은 디시의 5G 네트워크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디시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욱 우수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통신 경험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5G 기술 혁신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가 성사되기까지 막후에서 이 부회장의 협상역량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장비 영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통신장비 사업 특성상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계약이 대부분인 데다 주요 기간망인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고 있어 계약 당사자간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이번 5G 통신장비 공급계약 협상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그런 신뢰 관계를 돈독히 다지는 데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디시 네트위크 창업자 찰리 어건 회장을 직접 만나 오랜시간 산행을 같이 하며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던 디시네트워크 창업자 찰리 어건 회장을 직접 만나 5G 통신 장비 세일즈에 나섰다. 이 부회장과 어건 회장은 당초 월요일에 짧은 비즈니스 미팅을 하기로 약속했으나, 하루 전인 일요일에 이 부회장이 어건 회장에게 북한산 동반 산행을 제안해 시간을 함께 보냈다. 어건 회장은 본사가 위치한 콜로라도주의 해발 1만4000피트(약 4300m) 이상의 모든 봉우리를 올랐고, 킬리만자로산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등 세계의 고산 지역을 등반할 정도로 전문가급 실력을 갖춘 등산 애호가란 점을 노린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일요일 오전 직접 차량을 운전해 어건 회장이 묵고 있는 호텔로 찾아가 그를 태우고 북한산까지 단둘이 이동했다. 당일 등산은 오전 11시 반부터 약 5시간 가량 수행원 없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개인적인 일상의 이야기부터 삼성과 디시의 협력 강화 방안 등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간 신뢰 관계가 돈독히 쌓였고 이번 수주로까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 통신장비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지난 2020년 버라이즌과의 5G 장비 계약, 2021년 일본 NTT 도코모와의 통신장비 계약 당시에도 각 통신사의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상에 가속도를 붙인 바 있다.

특히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는 오랜 시간 친분을 쌓아왔고, 지난해 11월 미국 출장 갈 때도 만나 둘이 어깨동무를 하며 활짝 웃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 자녀들 결혼식에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초청받아, 2018년 12월과 2019년 3월 인도를 잇달아 방문했다.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 지오는 현재 전국 LTE 네트워크에 100% 삼성 기지국을 쓰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뿐만 아니라 5G 시대 선도를 위한 전담 조직 구성, 연구개발, 영업·마케팅 등을 직접 진두지휘해왔다. 또한 5G 이후 차세대 통신 분야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며, 2020년 7월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서 통신과 백신 비슷하게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6G도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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