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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MB 자원개발 성과를 적폐로 몰아 '최악의 원자재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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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MB 자원개발 성과를 적폐로 몰아 '최악의 원자재 쇼크'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4.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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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남현 시사평론가

문재인,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직접 투자 기능까지 모두 없애
자원 패권주의 전쟁 속 스태그플레이션 압박으로 경제 전체 큰 타격
멕시코 볼레오 동광.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77.23%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규모는 전기동 3만톤으로 노천 및 갱내 광산에서 제련 플랜트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2015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홈페이지 캡처
멕시코 볼레오 동광.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 77.23%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규모는 전기동 3만톤으로 노천 및 갱내 광산에서 제련 플랜트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으며, 2015년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정권에서 적폐로 몰렸던 해외광산이 원자재 쇼크로 ‘귀한 몸’이 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원자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치명타를 맞으며 빚어진 반전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이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도 해외자원개발을 중시했다.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에 있어 해외자원개발은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마도 사업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본능적 판단, 또는 직관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한국인의 조급증이 화근이었다. 특히 황색저널리즘에 물든 언론이 해외자원개발이 성과를 못내고 있다며 마치 쓸데없는 투자를 하기라도 한 양 몰아갔고, 급기야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며 투자가 위축되고 일부 매각도 이루어졌다.

자원 개발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사업인가. 몇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임에도 불과 몇 년을 못가 성과가 있느니 아니니 하며 언론이 설쳐내니 정부인들 배겨날 도리가 있었을까. 고위 관리들이 대중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신념을 갖고 국정을 끌어가는 소신과 뚝심이라도 있었다면 모르지만 그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망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관료주의와 이념이 결합된 최악의 결과가 문재인 정부에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적폐’로 낙인찍어 버렸다. 해외투자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기소가 되었지만 결과는 무죄였다. 그런 상황에서 관료들이나 공기업들은 움츠러들었고, 비싼 값에 사들인 사업권을 헐값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는 아예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직접 투자 기능까지 모두 없애버렸다. 지난해 9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을 통합해 출범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주요 사업이 해외 투자 사업의 처분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업 부문을 보면, 어디에도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의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자원탐사-개발-생산‘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단계별 기술, 행정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립서비스 정도의 언급이 있는 정도다.

지금 세계는 자원전쟁 중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할 때만 해도 중국의 저급함 때문이겠거니 했는데 이제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특정 품목에 한정된 게 아니라 모든 원자재에 해당한다. 자원민족주의나 자원 패권주의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이런 현상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거나 틈이 생기면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그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수익도 떨어진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내 물가도 오를 것이니 스태그플레이션에 경제가 짓눌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중국 등 일부 국가에 치중된 원자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직접 투자 없이 공급망 다변화는 불가능하다. 결국 주요 해외 광물 자산의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기존의 입장을 바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제라도 잘못을 깨달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도대체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적폐’로 내몬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해외광산 매각이 공기업의 재무 개선을 위한 것이었다고는 하나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문재인 정부 들어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 점에서 그렇다.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시각이나 인식도 큰 문제였다. 지금도 민주당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백안시하고 두 정부가 마치 악의 근원인 듯 매도하는 것을 곧잘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를 전면 부정하고 ‘없었던 일’로 만들려 해왔던 것이나, 원전 자체를 재앙으로 여기며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린 게 대표적이다. 과학이나 경제를 정치화하는 시각과 인식이 해외광산의 잇따른 매각과 관련이 없다 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산업연합포럼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해외 자원 개발 건수는 2012년 33건에서 2020년 2건으로 곤두박질쳤다. 공기업의 해외 자원 개발 투자도 2011년 70억 달러에서 2020년 7억 달러로 10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민간에 대한 자원 개발 융자 예산도 2010년 3093억원에서 2021년 34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12년 219개에 달했던 해외 광산은 2021년 6월 기준 94개로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대책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이와 관련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아직 없다. 세 가지만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당장 어떤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동맹국들과의 공급망 구축하라는 것이다. 셋째, 정부는 자원외교에 치중하며 지원은 하되 직접적인 투자는 민간기업에 맡기라는 것이다. 답은 언제나 시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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