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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세금 쓰는 박물관ㆍ문화관ㆍ전시관 ... 다음세대에겐 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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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세금 쓰는 박물관ㆍ문화관ㆍ전시관 ... 다음세대에겐 빚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03.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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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박원순의 연탄아파트 '한 동 남기기' 대표적 세금 낭비
석촌호수 문화관 세금 내던 2곳이 세금 쓰는 2곳으로 ... 패러다임 바꿔야
서울 송파구 송파나루길 문화실험공간 '호수' 전경. ⓒ문화실험공간 '호수' 블로그 캡처
송파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실험공간 '호수' 전경. ⓒ문화실험공간 '호수' 블로그 캡처

이달 초(3월 5일)에 관심을 끄는 뉴스가 보도됐다. 지난 달 16일 서울시가 정비계획변경안을 통과시켰는데 그 내용은 잠실주공 5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낡은 아파트 한 동을 기부채납 받아 박물관으로 만들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서 임대주택을 더 짓기로 했다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연탄을 때서 난방했던 1978년 당시 모습을 미래유산으로 남기겠다며 재건축이 예정된 단지에서 아파트 한 동씩을 박물관으로 만들게 했다. 이른바 ‘한 동 남기기’정책이다.

2012년 시작된 이 정책은 반포주공, 개포주공,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에 적용됐는데 반포주공의 경우에는 이미 확정되어 현재 서울시는 박물관 운영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잠실주공은 이번 정비계획변경으로 박물관을 짓지 않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도시공원법이 적용되어 박물관은 4층 높이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나마 반포주공과 개포주공의 경우에는 저층아파트여서 괜찮지만 잠실주공은 15층 건물이기 때문에 위로부터 11개 층을 잘라내는 공사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기괴한 공사라는 느낌과 함께 과연 연탄아파트가 박물관까지 지어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연구원의 2018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80%의 시민이 이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고 한다. 해당 단지의 주민은 100%가 반대할 것 같다. 공감대도 없이 고집스럽게 추진되어 온 정책이 이번 계획변경으로 10년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주택난에 부동산이 급등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어려운 무주택자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편이 훨씬 낫다. 잠실의 아파트 한 동이면 경제적 가치가 10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대한 돈을 들여 박물관을 세웠다고 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향후 박물관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은 영구적으로 들기 때문이다. 이들 비용은 다음 세대들이 세금을 내서 부담해야 한다.

잠실주공의 남쪽에 위치한 석촌호수에는 최근 문화관이 번성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석촌호수에는 3개의 카페와 1개의 전시관이 있었다. 전시관에는 방문자가 별로 없지만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1개의 카페가 문을 닫더니 구청이 운영하는 문화실험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름도 낯선 이 공간에 처음에는 악기를 몇 개 전시하더니 이내 걷어내고 책들을 전시했다. 그리고 다시 책들을 걷어내더니 이제는 의자들만 갖다 놓았다. 뭔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로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서 또 하나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이번에도 한참 리모델링 공사를 하더니 또 문화관으로 탈바꿈했다. 이런 저런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건물 외벽에 써 붙였지만 역시 사람들이 없어서 썰렁하다. 문화프로그램을 이수하려고 석촌호수를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게 두 개의 카페 레스토랑을 문화관으로 만든 것만으로는 부족한지 지금은 기존의 전시관을 아예 헐어내고 더 큰 전시관으로 새로 짓는 공사를 하고 있다.

큰 예산을 들여 이렇게 자영업자의 사업장을 문화관으로 만들면서 치르게 되는 대가를 생각해보자. 우선 주민들이 친숙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 카페의 북적임이 문화관의 썰렁함으로 바뀐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없애는 꼴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세금을 내던 2곳이 세금을 쓰는 2곳으로 바뀐 것이다. 민간업체와 공공시설이 3:1에서 1:3으로 역전되었으니 그 동안 3곳에서 버는 돈으로 1곳만 먹여 살리면 되었는데 이제는 1곳에서 버는 돈으로 3곳을 먹여 살려야 한다.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역시 다음 세대들이 세금을 더 내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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