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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책도 인물도 도덕도 없는 선거 ... 그러나 선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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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정책도 인물도 도덕도 없는 선거 ... 그러나 선택해야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4.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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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한국경제인협회 팀장/법학박사

자기 영역서 양심작으로 살면서 국민 마음 공감해주는 사람 안보여
어렵지만 더더욱신중하게 최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을 선택해야
4·10 국회의원 선거 일러스트 ⓒ연합뉴스
4·10 국회의원 선거 일러스트 ⓒ연합뉴스

8일 뒤면 국회의원 총선거다. 4년 동안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일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할 일이다. 국회가 얼마나 중요한 곳이던가.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한 법률을 제정하고, 국민 세금을 어느 곳에 얼마나 쓸 것인지를 결정한다. 행정부를 감독하고, 일부 법관에 대한 인사권도 가지고 있다. 심지어 국가 원수인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그래서 정말 잘 뽑아야 한다. 똑똑한 것은 물론 도덕적 소양도 충분히 갖추어야 한다. 특히 국민생활과 직결된 경제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 국민의 실생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세밀한 부분까지 챙길 수 있어야 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각 정당 혹은 각 후보자들의 공약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바로 국민을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이다. 나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물론 지나치게 이상적인 모델이라 치부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국민이 요구해야 하는 자질이라고 본다.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한경협 팀장/법학박사

그러나 이번 총선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뽑고 싶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전과자도 많고, 심지어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도 있다. 교도에서 출마한 사람도 있으니 할 말 다했다. 물론 국민들이 알아서 안 뽑아주면 다행이겠지만, 후보자의 약 3분의 1이 전과자라고 하니 국민들이 이들을 피해서 뽑기도 쉽지 않다. 전과자가 만든 법을 우리 선량한 국민들이 지켜야하다니 참 아이러니 하다. 국민이 뽑고 싶은 사람은 교도소 방장이 아니다.

정책 대결도 안 보인다. 서로 인신공격성 진흙탕 싸움뿐이다. 얼핏 생각나는 거대 양당의 대표 공약이라고 해봐야 인구부 신설, 국회 이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원금 지급 정도다. 그나마 충분히 고민하고 나온 이슈도 아니다. 인구부가 생기면 저출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목표치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구체적인 구상도 없다. 나머진 공약도 국민 표심 공략을 제외하고 나면 왜 하는지 논거가 부족하다. 낙제점 수준의 답안지들만 내놓고 국민보고 선택해 달라고 하니 참 극악의 난제다.

선거의 룰도 이상하다. 참으로 기이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국민들은 누가 얼마나 당선될지 알 수가 없다. 국민들은 이 제도를 알 필요가 없다는 모 국회의원의 망발처럼 말이다. 선거의 주인공은 분명히 국민인데 알 필요가 없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덕분에 국민들은 위성정당만 38개나 난립하는 부끄러운 선거를 치러야 한다. 현 제도를 그대로 둔 국회의원들은 최소한 이번 선거에서 자격이 없다.

이리 빼고 저리 빼고 났더니 선택지가 너무 없다. 정말 진퇴양난이다. 뽑자니 뽑을 사람이 없고, 안 뽑자니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 같아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제대로 알아보고 선택하려 했더니 이름도 처음 들어본 정당들이 난무한다.

사실 국민들이 원하는 사람은 전문 정치인이 아니다. 개인의 정치적 야심으로만 가득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묵묵히 땀 흘리고, 양심에 맞게 살아온 사람,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서두에 거창하게 국회의원의 자질을 언급하긴 했지만 최소한의 국민 눈높이는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런 최소한의 조건조차 갖춘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결국 이번 총선도 차악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최선을 선택하는 것보다 최악을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이번 선거에 더더욱 신중을 기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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