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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안전에의 지출은 투자가 아니라 당연히 지출할 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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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동의 ESG多]안전에의 지출은 투자가 아니라 당연히 지출할 원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1.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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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기업경영의 기본' 안전보건,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효과
시스템 관리는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 조직 신뢰도 제고
롯데물산 직원들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롯데물산 제공 ⓒ연합뉴스
롯데물산 직원들이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칼럼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롯데물산 제공 ⓒ연합뉴스

우리는 일상 생활을 하면서 시스템(system)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시스템 이론도 있고, 시스템 공학이라는 분야도 있다. 시스템에 대해 여러 의미와 해석이 있지만, 보통 IT용어로 쓰일 때는 특정한 정보처리 기술의 수행을 위해서 상호작용하는 규칙, 절차 등 구성요소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또한 사전적 의미로 시스템은 각 구성요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서로 의존하여 복잡하게 얽힌 통일된 하나의 집합체다. 넓은 개념으로 자연법칙도 일종의 시스템이고, 사람이 음식을 먹고 배설로 이어지는 생리현상도 일종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이나 크고 작은 집단에서 여러 시스템을 접하게 된다.

은행 일을 보러 갈 때 은행원이 앉아있는 창구를 잘 선택해 줄을 서야 빨리 업무를 마무리할 때가 있었다. 간혹 순서를 바꿔치기 하는 바람에 언성을 높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번호표 출력기가 도입된 이후 우리사회에 새치기는 거의 없어졌고 이젠 번호를 부를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는 매너를 지니게 됐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마스크를 줄 서서 구입할 때, 우리는 번호표를 받지 않아도 약국에서 질서를 잘 지켰다. 이러한 변화는 시스템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 일어나거나 기업에서 유사한 재해가 반복되면 관련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한다.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으면 이점이 많다. 체계적으로 일 할 수 있을뿐더러 누가하더라도 거의 동일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만큼 낭비도 줄이고 효율적이다. 주관적인 감(感)에 의해서, 독단적인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검증된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성과지향적 조직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규동 한국화학안전관리협회 부회장
최규동 한국화학안전협회 부회장

국내외 유수의 기업이나 조직에서 실행되어 온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일하는 방식들(Best Practice)을 모아 구성한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 System)’은 상품화되어 여러 기업과 조직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회사나 공공기관 등 여러 조직들은 많은 비용을 들이고, 전문가 컨설팅을 받아 경영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하며, 그 시스템 안에는 다시 세분하여 인사시스템, 구매시스템, 생산관리 시스템, 교육훈련 시스템 등 많은 하부 시스템들이 있다. 여기엔 안전과 환경, 근로자의 건강을 위한 환경안전보건시스템(ESH System)도 당연히 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를 수 있지만 일부 회사는 시스템 하부에 ‘○○절차’ 등으로 ‘□□지침’을 두어서 구체화하기도 한다. 이 말은 회사나 조직의 규모와 업종, 구성원 수 등을 고려하여 제각기 자기에게 제일 적합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러 시스템들 중에서 ‘환경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이를 도입한 산업체와 여러 기관의 구성원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업과 그 조직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해관계자에는 기업의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종사자, 방문객도 포함되고 지역사회와 주변의 동식물, 과실수, 하천 등 자연 환경, 우리 주변의 생태계도 포함된다.

안전보건에 대한 분야를 살펴보자. 여기에는 상해·사망사고 같은 산업재해를 줄이고,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작업이나 반복되는 무리한 작업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 등 근로자의 보건문제, 직업병 등이 포함된다. 큰 기업인 경우 ESH를 담당하는 전담 조직과 인력도 있지만 규모가 작거나 경영자ᆞ임직원이 산업안전에 대한 마인드가 미흡한 경우에는 전문성 부족은 물론 무지에 의한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담이건 겸임이건 담당자의 지식과 경험수준의 정도에 따라 그 조직의 안전관리 수준이 정해지기 때문에 누가 담당하든지 적절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먼저 손 꼽는 것은 당연히 그 기업 경영자가 갖고 있는 안전에 대한 생각과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즉 리더십이다. 돈을 벌어야 사람도 뽑고, 안전시설 투자도 하고, 보호구도 사줄 수 있는 것이니 일단 생산과 영업에 우선순위를 두고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고 하는 후진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며칠 전, 3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의 걱정거리를 들었다. 대기업에 물품을 납품하고 현장에서 작업도 하는데, 다행히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최근에는 경쟁사들이 많아져서 보다 싼 값에 공급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 걱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가격보다 중요시 되는 것이 하도급업체의 재해율과 안전보건 방침이나 안전교육 실시 여부 등 산업안전에 대한 적절한 절차의 이행여부라고 한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하지 않았던 안전관리에 대해 점점 요구사항이 많아지다보니 대충할 수도 없어 걱정거리가 늘었다고 한다. 경쟁업체들이 많아지면서 이젠 품질과 납품단가만이 고려요소는 아니라는 얘기다. 재해율이 높거나 주먹구구식으로 대충하는 현장관리가 보이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벌점은 물론 누적되면 협력업체 명단에서 퇴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시스템적인’ 운영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스템 경영은 어려운 것인가. 산업현장에서 안전에 대한 시스템은 어떻게 구축하고 시행하면 될까. 먼저 기업을 경영하거나 조직을 움직이는 경영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적어도 자기 사업장의 유해ᆞ위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내야 한다. 안전보건경영을 하겠다는 확고한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이를 모든 구성원들에게 잘 알리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그리고 종업원들은 물론 같이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안전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회사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불이익을 줘서는 절대로 안된다. 구성원들과 함께 위험요인을 찾아내 제거하거나 대체하여야 한다. 또한 위험요인을 엄격히 통제하고, 사고 발생을 억제해야 한다. 급박한 위험이나 사고에 대비한 ‘비상대책 시나리오’를 만들고 몸에 익숙하도록 교육과 훈련에도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시행 결과를 기록하고 검토하여 미흡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잘 움직인다는 것은 약속을 잘 지킨다는 것이고 그 조직은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모든 것들은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부담된다면 사실 기업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야 된다. 남들은 벌써 안전보건이 기업경영의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는데 안전을 돈으로만 이해한다면 경쟁에서 앞 설 수도 없고 경제적 이득을 보기도 어렵다. 이럴 때는 안전에 대한 지출이 투자라고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당연히 들어가는 ‘원가’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한 요소가 제대로 반영된 원가일 때 제품이건 서비스이건 그 가치가 돋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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