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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트럼프로 망해가는 미국, 이재명이 망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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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현의 종횡무진]트럼프로 망해가는 미국, 이재명이 망치는 대한민국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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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극렬 트럼프 지지자로 인해 서열 3위 하원의장 해임
범죄자들이 지도자 행세하며 예측불가능한 미래로 인도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前)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로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前)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해임결의안이 가결된 뒤 기자회견 하고 있다. 미 하원은 이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가결 처리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이런 충격은 없었다. 미국이 어떻게 이렇게 최악으로 향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트럼프 탓인가. 분명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 정치인, 특히 대통령 반열의 정치인 중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매우 특이한(사실은 이상한) 정치인이다. 그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적으로 보기에 충분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일군 ‘위대한 미국’의 국민이 그런 인물을 열렬하게 지지하는 것을 보며 새삼 민주주의의 허약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 국민의 광적인 지지로 민주주의 바이마르공화국이 순식간에 히틀러의 전체주의 제3 제국으로 돌변하는 모습이 트럼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인들과 겹쳐 보이는 것은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은 것일까.

234년 미국 역사상 이 나라 권력 승계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임기 도중 해임됐다. 그것도 같은 당인 공화당의 극렬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서. 어떻게 미국이 이렇게 망가졌는지, 아니 민주주의의 모범국에서 민주주의가 이렇듯 허물어질 수 있는지 미스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전 세계 민주주의가 위험해지기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다. 그런데도 차기 대통령 지지 여론조사에서 현직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범죄 혐의만으로 그가 범죄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적어도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그렇게 봐야 한다. 하지만 한 나라, 그것도 독립 혁명으로 인간의 자유를 일깨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역사를 가진 나라라면 범죄 혐의만으로도 결격 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법도 하건만 미국인들은 가장 반문명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위대한 미국’의 신화는 종말을 고하는 것인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트럼프가 지지난 미국 대선에서 내세운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었다. 미국인들은 유난히도 이런 구호를 좋아한다. 그리고 사실 난 미국을 위대한 나라라고 보아 왔다. 세계 3대 혁명으로 영국의 명예혁명, 미국의 독립 혁명, 프랑스 대혁명을 말하지만, 사실 미국의 독립 혁명만큼 인류 역사에 공헌한 혁명도 없다. 영국의 명예혁명은 사실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엄밀히 말해 자유 혁명인지 의문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역사를 보면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알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 혁명은 자유를 쟁취한 역사, 그야말로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여정을 연 진정한 첫걸음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위대한 역사다,

그런 미국이 트럼프 집권 이후 전혀 다른 나라로 변질됐다. 자유의 연대라는 가치는 사라져 버렸다. 자유무역도 보호무역으로 바뀌었다. 그건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아니다.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의 역사를 저버린 채 자국 이기주의에 빠져 보편적 가치를 말살하는 볼품없는 나라로 미국을 변질시켰다. 근대 미국 대통령 중 트럼프와 같이 세계 자유의 수호자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포기한 인물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증스럽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어이없는 프로파간다를 앞세웠다. 김정은과 쇼를 벌이면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너스레를 펴던 그의 위선적인 행각에 구토를 느낀 게 엊그제인데 미국이라는 이상한 나라에서는 그의 인기가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니 그 나라가 왜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어울리지 않게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시절 모든 걸 가치보다는 손익으로만 계산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교도 장사꾼처럼 했다. 김정은과 핵 협상에 나설 대 그는 자신만만했을 것이지만,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여전히 장사꾼 기질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거나 중국의 대만 침공도 방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게 그것이다. 거기다가 그는 범죄 혐의자다.

그런데 범죄 혐의자 트럼프가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보다 훨씬 더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미국의 현실을 비웃을 수만도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트럼프는 비교 대상도 안 될 만큼 범죄 혐의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원과 국민의 압도적 지지지를 받으며 당 대표에 당선되었고, 그 영향력으로 사법부까지 그를 함부로 심판할 수 없는 지위를 누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그의 지지자들은 물론 민주당 현역 의원들조차 그의 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야당 탄압이나 정적 제거를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한다. 또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그에 동의하고 이 대표 보호에 나선다.

미국 소식을 듣자 하니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범죄 혐의와 기소에 대해 정치적인 ‘마녀사냥’으로 생각하며 트럼프를 맹목적으로 지지한다고 한다. 공화당 지지자 중 절반 이상이 트럼프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말은 정권이 정치적으로 탄압한다는 뜻일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그 정도로 후진적인 사회란 말인가.

그런 소식을 접하며 미국인들이 갑자기 반문명국가의 노예로 돌변한 게 아닌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가장 선진적인 문명국가로 알았던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명사회가 갑자기 야만 사회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것인지 미스터리다.

‘사기 대출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툥령(왼쪽).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사기 대출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툥령(왼쪽).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사실 우리 사회는 미국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가 정권의 정적 제거나 야당 탄압을 위한 조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대명천지에 어떻게 정권이 그런 걸 꿈이라도 꿀 수 있겠는가. 그렇게 대한민국 사회가 후진적이고 반문명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단 말인가. 검찰도 그렇게 했다가는 정권이 바뀐 뒤 심판을 받을 것인데 어찌 함부로 그렇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걸 음모론적으로 보고, 정치적으로만 해석하는 데는 정말 질려버린다. 자기들이 그러니까 상대도 그럴 거라고 믿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고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나 미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현상과 이상 기류의 원인이 뭘까.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하겠지만 그건 정부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는 헛된 믿음이 근저에 도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는 만능이 아니며, 만능을 기대해서도 안 된다. 제발 바라건대 허상을 바라보며 진실을 왜곡하는 우를 더는 범하지 않기 바란다.

 

*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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