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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구의 세무맛집]난 승려인데 기도해주고 받은 시주금에 무슨 세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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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구의 세무맛집]난 승려인데 기도해주고 받은 시주금에 무슨 세금이요?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9.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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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봉구 세무법인 석성 경기북부지사 대표

무속인 K씨 낸 이의제기 "굿 해주고 받은 소득 과세 정당"
점술·무속업 경우 소득에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과세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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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14채의 집을 사들인 무속인 K씨가 최근에 세무조사를 받은 사실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K씨는 각종 퇴마 관련 방송에 출연하고 소셜미디어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K씨는 사람들에게 점을 봐주거나 굿을 해주고 받은 거액의 돈으로 집을 사는데 사용하다 국세청에 덜미를 잡혀 자금출처세무조사를 받게됐다. 조사결과 K씨는 점술이나 굿으로 얻은 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은채 대부분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임대소득까지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K씨가 벌어들인 소득을 종교인이 기부금조로 받은 종교소득으로 보지 않고 점술·무속업에 해당하는 사업소득으로 간주했다.

점술·무속업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과세된다.

이봉구 세무사
이봉구 세무사

부가가치세법상 인적·물적시설을 갖추고 계속적·반복적으로 행한 점술·무속행위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과세되고 소득세법상 무당·침술가는 사업소득중 용역업 및 서비스업으로서 사업소득이 있는 자는 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K씨가 그동안 ‘억’소리나는 돈을 받고도 세금신고를 안했으니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라고 세금고지서를 발부했다.

언뜻보면 세금신고를 하지 않고 부동산투자를 한 K씨가 할 말이 없어 보이지만 K씨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K씨의 심판청구의 이유는 이랬다.

“승려로서 기도를 해주고 받은 시주인데 세금은 왜 내야 하나요? 나는 무당이 아니고 주지로 임명된 승려입니다. 불교 사찰 주지로서 49재나 천도재 등을 치러주고 시주금으로 받은 돈이기 때문에 내가 받은 돈은 종교인 면세대상에 해당합니다. 설령 사업소득으로 과세한다 하더라도 필요경비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실제 K씨는 불공을 드릴 때 전문악사나 승려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했고,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과 연등 등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굿으로 받은 돈은 기도를 해주고 받은 헌금이나 기부금이기 때문에 세금과는 무관하다는 논리였고, 설령 과세를 한다 하더라도 필요경비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K씨는 약불종으로부터 주지로 임명되어 있었는데 사암등록증과 주지임명장에 의하면 K씨를 창건주로 해서 등록된 사암이 있었다.

국세청은 K씨를 무속인으로 보아 굿을 해주고 받은 소득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반면 자신이 받은 돈은 일종의 헌금이라서 종교인 면세대상에 해당하며 과세하더라도 필요경비를 인정해 달라는 K씨의 주장에 대해 조세심판원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편을 들었다. K씨의 정체성을 승려가 아닌 무당이라고 판결한 것이다. 실제 굿을 했던 장소는 종교단체로 등록된 사암과는 다른 장소였기 때문이다. K씨는 굿을 하면서 고용했던 사람이 10여명이나 됐는데 이들이 모두 세무조사과정에서 K씨를 무속인이라고 호칭했던 것도 증거자료가 됐다. K씨 스스로도 국세청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스스로를 무당이라고 밝힌 것도 K씨 자신에게 족쇄가 됐다. K씨가 비용으로 지출했다는 인건비 또한 증빙자료가 없기 때문에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K씨는 그동안 굿을 하며 벌이들인 거금에 대해 한 번에 세금을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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