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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인치 아닌 법치로 나아가는 3가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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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인치 아닌 법치로 나아가는 3가지 조건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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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예측가능하게 법률용어 쉽게 고치고
공권력 현실화에 정당방위는 폭넓게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지난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지난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은 광복절이다. 사전적으로는 빼앗긴 나라의 자주권을 도로 찾아온 날이라는 의미다. 국민들 입장에선 자유를 되찾은 날이라고 해석 할 수 있다. 정부수립일이기도 한 오늘, 자유의 의미는 남다르다. 대한민국이 국가 체제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번영할 수 있었다. 광복과 건국의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유’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지만, 자유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 미국이 존재하게 된 것도 1775년 미국의 독립 투쟁시기 독립운동가 패트릭 헨리의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명연설이 바탕이 됐다. 17세기 영국의 계몽사상가인 존 로크는 ‘자유’를 창조주로부터 부여받은 절대 권리, 즉 천부인권(天賦人權)이라 주장하여 오늘날 모든 근대헌법 사상의 뿌리가 됐다. 물론 자유가 말 몇 마디로 저절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자유를 쟁취는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따랐다. 토마스 재퍼슨이 “자유는 피를 먹고 자란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라고 했을 정도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안보가 튼튼해야 하고, 어느 정도 경제력도 있어야 한다. 재산권도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 열심히 일한 만큼 재산을 축적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못 산다고 부자들 재산을 임의로 빼앗는 곳에 자유가 싹틀 리 없다. 국민들 인식도 중요하다. 자유의 소중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자유는 저절로 쇠퇴할 수밖에 없다.

다 열거하자면버 끝도 없고 거대담론들도 많기에, 이번에는 현 정권에서 강조하고 있는 법치주의에 집중해 보겠다. 법치주의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 사회에서 국민의 자유는 없다. 그렇다면 국민을 위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법률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즉 모호한 법률 규정을 명확하게 바꿔야 한다. 내가 어디까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지, 잘못했을 때 얼마나 책임져야하는 지가 분명하지 않은데, 어떻게 자유롭게 행동하겠는가.

우리 법률 규정을 보면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규정이 많다. 예를들어 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면 배임죄로 처벌한다고 되어 있다. 타인의 사무? 처리? 임무에 위배? 실제 사례에 적용해보면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 다르다. 1심, 2심, 3심 법원마다 결론이 다 다르다. 오죽하면 법률 전문가들도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범죄라고 비판할 정도다.

세법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 규정이 너무도 많다. 하도 복잡해서 간단한 예도 못 들겠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부동산 양도세를 하도 복잡하게 바꿔놔서 전문가도 정확하게 이해를 못하고 있다. 얼마나 복잡하면 ‘양포세’, 즉 ‘양도소득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니 말 다했다. 당장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기 바란다.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용어라도 좀 쉽게 바꾸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대학 나온 일반 국민들이 법률 규정을 봤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돼야 하지 않겠는가. 그냥 쉽게 '팩시밀리'나 '0.5%'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법률 규정에 '모사전송기', '1만분의 50'이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다.

둘째, 공권력 집행도 현실화해야 한다. 국민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공권력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찰은 순해도 너무 순하다. 횡포를 부리는 사람 말리다 욕먹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것은 다반사요, 심지어 경찰이 범인 체포하다가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리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그러니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는가. 국민을 위한 공권력 행사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 이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최근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현가능성은 의문이다. 예를 들어 경찰의 물리력 행사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경찰 '스스로 판단하여' 낮은 단계의 물리력부터 행사하라고 되어 있다.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잘 판단했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은 오롯이 경찰 자신에게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경찰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셋째, 정당방위 허용 범위도 넓혀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당방위의 허용범위가 상당히 좁은 편이다. 집에 도둑이 침입해 빨래 건조대로 내리쳐 도둑이 뇌사 상태에 빠지면 유죄다.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에게 대항하다가 남편을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어도 유죄다. 도둑이 들어도, 남편이 폭력을 행사해도 상대방이 안 다치게 잘 제압하라는 건데, 지나치게 이상적인 결론이다.

실제 상황에 닥쳤다고 상상해 보자. 주거 침입한 사람이 도둑인지 강도인지 강간범인지 살인범인지 어떻게 알며, 무기를 소지했는지, 얼마나 싸움을 잘하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다시 반격이나 보복을 할 지 등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무섭고 당황스럽고 긴박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에게 이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더욱이 정부가 선량한 시민의 자유를 지켜주지 못했기에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 악(惡)한 범죄로부터 선량한 시민이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허용범위를 실효성 있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조건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물론 자유에 대한 강력한 의지다. 이것이 없으면 권력자는 언제든 이 자유를 뺏으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었다. 잊어선 안 된다. 자유 위에서 잠자는 자에게는 자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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