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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이미 무너진 인구 5천만...너도나도 '나 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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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이미 무너진 인구 5천만...너도나도 '나 혼자 산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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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저출산ㆍ초초고령화 퍼펙트스톰 재난 닫치는데 수수방관
극약처방 없이 돈만 낭비되는 대책...이러다 다 죽는다
서울시내 한 구청에 설치된 출생 축하 용품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구청에 설치된 출생 축하 용품 안내문. ⓒ연합뉴스

인구 5000만명이 무너졌다. 통계청이 지난 27일 발표한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을 제외한 내국인 인구가 50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내국인 총 인구수는 4994만명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내국인이 감소한 것인데, 직접적인 원인은 단연코 저출생이다.

세부 수치를 들여다보면 더 암담하다. 유소년 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줄었는데, 고령인구와 1인 가구는 전년 대비 5%나 급증했다. 지난 해 1인 가구는 750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 대비 34.5%까지 늘어났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이름인 ‘나 혼자 산다’가 이제는 우리들 일상 속 평범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앞으로 인구 감소 추세는 적어도 수십년간 이어진다. ‘이어진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한 이유는 인구 문제는 오늘 정책 세우고 내일 당장 효과가 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구는 줄고 늙어가는 대한민국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대로면 우리 앞엔 퍼펙트 스톰같은 재앙만이 있을 뿐이다. 이건 가능성이 아니라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 활력 저하, 군 병력 부족, 노인부양비 급증으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 및 재정 악화, 내수침체, 남아도는 주택 및 상가로 인한 슬럼화 및 치안 악화 등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난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저출생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물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16년간 300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었으니 나름의 노력은 했다. 물론 어디에 이 많은 예산을 썼는지는 3다둥이 아빠 중 하나인 필자도 잘 이해가 가진 않지만, 여하튼 규모만 봤을 때는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다. 그러나 세부 정책들을 보면 긴박함이 별로 느껴지진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주 정부는 혼인시 양가 부모님이 각각 1억5000만씩 지원하더라도 증여세를 물지 않기로 했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신혼부부가 3억원을 온전히 수령할 수 있으니, 실효성이 전혀 없는 정책이라곤 할 수 없다. 물론 악용가능성도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악용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 정부가 단속을 잘 하기를 기대할 뿐.

정부가 간판으로 내놓은 정책이건만,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태가 중환자라고 판단했다면 좀 더 극약처방이 있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각종 소득세, 재산세, 취득세 감면은 물론 가스료, 전기료 같은 각종 공과금 감면폭 확대부터 버스전용차로 허용, 전용 주차공간 마련, 전용 콜센터, 주택자금 무이자 대출, 의료비 감면 등 다둥이 가족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방안들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둥이 정책에 덕지덕지 조건을 달지 말아야 한다. 그냥 무조건 해줘야 한다. 이제 다자녀 부모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애국자니까.

그래서 모두들 ‘다둥이가 정말 부럽다’, 나아가 ‘아무리 다둥이라지만 혜택이 너무 심한 것 아니야’라는 분위기가 되어야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천금매골(千金買骨). 죽은 말의 뼈를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천리마를 얻었다는 중국 연나라 왕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지혜로운 정책이다. 솔직히 지금의 다둥이 정책이 ‘정말 부럽다’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더불어 대대적인 캠페인도 필요하다. 인구가 너무 빨리 증가해서 걱정하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이는 하나 둘만 낳자는 캠페인이 방송, 라디오, 버스정류장 곳곳에 퍼져 있었는데, 요새는 아이가 많을수록 웃음도 커진다는 식의 공익광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금 대한민국 캠페인의 최우선 순위는 무조건 출생 장려가 되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겪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도 저출생 문제가 한 축을 담당했다. 과연 남의 나라일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시간, 혹은 쪼그라든 시간이라는 자조섞인 말을 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 당장 온 국력을 저출생 해소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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