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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엘피아에게 L은 땅 투기, H는 순살아파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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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엘피아에게 L은 땅 투기, H는 순살아파트인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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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택지조성사업(L)으로만 한정하고 주택건설(H)기능 없애야
규모 축소로 비효율 줄이고 브랜드 이미지 추락 고려해야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검단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열린 검단 붕괴사고 관련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정부는 부동산 가격 상승국면에서 전문가들이 강조한 공급확대 정책의 중요성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30여 차례에 걸쳐 중과세와 규제로 도배한 수요억제 정책만 내놨다. 백약이 무효가 되어 부동산 폭등에 속수무책이다가 2021년에 가서야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3기 신도시 계획에 광명과 시흥을 추가한 것이다. 이미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지만 그동안의 정책들에 비하면 효과가 기대되는 정책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터졌다. 신도시가 선정되기 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미리 그 지역에 땅 투기를 한 것이다. 국민들은 100억 원대라는 역대급 투기규모에 놀랐고 토지보상정책을 잘 알고 있기에 보상비를 최대한 받기 위한 방법으로 묘목을 심고 집까지 지어놨다는 사실에 혀를 내둘렀다. 정부 입장에서는 계속된 실패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LH가 날려버린 셈이다.

땅 투기 사태가 터지자 국민적 공분이 질타로 이어졌고 LH 해체론, 공기업무용론까지 대두했다. 이에 정부도 나서서 해체 수준의 조직개혁을 약속했다. 그 개혁의 수순으로 2021년 ‘LH 혁신안’, 2022년 ‘LH 혁신점검 TF’, 2023년 ‘LH 혁신방안’을 냈다. 이 정도면 토지주택공사가 아니라 혁신공사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그러나 혁신안이 무색하게도 LH는 2년 만에 철근을 빼먹고 공사한 ‘순살아파트’로 다시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 사태의 발단이 된 GS건설 검단아파트의 발주자가 LH였기 때문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검단 현장에서 50억원의 설계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따낸 회사는 물론이고, 123억원의 감리 용역을 따낸 회사에 모두 LH 퇴직자들이 취업해 있다고 한다. 다른 LH아파트 입주자들까지 붕괴위험으로 불안에 떨자 LH는 긴급하게 현황을 조사한 후 이런 곳이 15개 단지가 더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13개의 설계업체와 8개의 감리업체도 모두 LH 전관들이 스카우트된 업체들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LH 앞 글자를 딴 ‘엘피아’가 등장했다.

2년 전에도 땅 투기의 원인으로 전관예우가 지목되었지만 이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이번 사태까지 초래된 것이다. 땅 투기는 L(land)에서 발생한 것이고 이번 순살아파트는 H(housing)에서 발생한 것이다. LH는 매년 건설시장에서 10조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고 있는 거대한 조직이다. 이러한 규모에 비해 조직관리는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순살아파트도 15개가 아닌 20개 단지로 밝혀지면서 그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고 못하고 있다. 이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의 존립근거에 의문을 갖게 될 정도라고 했다. 그래서 해체수준의 개혁이 아니라 해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LH에서 H를 없애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즉, 업무영역을 택지조성사업(L)으로만 한정하고 주택건설(H)의 기능은 없애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타당하다고 본다.

첫째는 규모 축소로 비효율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LH는 그동안 담당하던 업무 중 토지적성평가 검증 업무를 2021년에 한국국토정보공사(LX)로 이관시킨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주택건설 업무를 없애고 민간부문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 둘째는 입주예정자들까지도 LH 아파트임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LH는 브랜드를 고급화한다고 5억여 원을 들여 새 아파트 브랜드명 ‘안단테’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를 사용해 보기도 전에 전국 입주예정자들이 ‘안단테’를 거부하고 아예 LH 아파트임을 밝히지 않기를 바란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이 정도로 소비자에게 외면 받는다면 벌써 시장에서 퇴출되었을 것이다.

공기업 LH는 세금으로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순살아파트 사태로 기존의 비호감에다가 붕괴의 공포까지 더해져서 국민들이 떨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주택건설에서 손을 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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