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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학 재정은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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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넘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대학 재정은 파탄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8.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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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3년 동안 교육청이 불필요하게 낭비한 금액이 42조원
지방교육청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매년 거액 안기는 시스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6·25전쟁 후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자원빈곤국이면서도 세계 10위권 국가로 발전한 동인을 교육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하고 집안도 일으켜 세운 사례를 많이 보고 들었다. 이러한 교육의 힘을 믿어서인지 우리나라 학부모들은 자식교육에 쏟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투입이 많다고 해서 그 성과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경제적 부족함이 없는 환경에서 절제 없이 지내다가 학업에 불성실하고 심지어 비뚤어지는 학생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입이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관심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개인 뿐만 아니라 정부차원에서도 적용된다. 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낭비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란 중앙정부가 전국시도 교육청에 주는 돈이다. 교육청은 이 돈을 초중고 교육예산으로 사용한다. 법에서는 이 교부금을 국세의 20% 수준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막대한 금액이 매년 자동으로 배정되고 있다. 그 금액이 2020년 전후로 60조원 안팎이었다가 2022년에는 역대 최대금액인 8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1971년 의무교육실시를 위한 재정확보와 지역간 학교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 도입되었다. 1970년대 도입 당시의 상황을 보면 출산율은 높지만 교육재정이 빈약하니 산업발전을 위해 교육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성이 높았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하고 50년이 지났다. 도입 당시와 비교해서 요즘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세계 1위의 저출산 국가로 학령인구(6세~21세)는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에 최고점 1400만명(인구구성비 38%)이었던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면서 2021년부터 600만명 미만으로 떨어졌고 작년에는 588만명(인구구성비 11%)을 기록했다. 그런데 대학생 수는 이 기간 동안 계속 증가해 왔으므로 초중고 학생의 수는 전체 학령인구 감소에 비해서 훨씬 더 급감한 셈이다. 즉, 초중고 학생의 수는 역대 최저 수준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에게 투입되는 예산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지난 6월 보도된 감사원의 전국 시도 교육청에 대한 감사결과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2020~2022년 3년 동안 교육청이 불필요하게 낭비한 금액이 42조원에 달했다. 그 사례는 열거하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낭비하고도 다 쓰지 못해서 남아 있는 돈이 22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 15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빠져있는 대학들을 생각하면 너무 대비되는 상황이다. 초중고 교육에서는 돈이 넘쳐 나는데 대학교육은 빈사상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등교육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모두 불합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10년간 교부금은 2배 이상 늘었는데도 관심은 적다. 그래서인지 세간에는 지자체장보다 더 좋은 자리가 교육감이라는 말까지 떠돈다. 지역간 균형 있는 교육도 필요하고 지역 특성이 반영된 교육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교육청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교육청이 추진할 사업을 구상하고 이에 필요한 예산안을 짜서 의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돈을 타서 쓸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이와달리 우리나라는 지방교육청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매년 거액을 안겨주는 시스템이다. 필요해서 마련한 돈이 아니므로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감은 이 돈을 쓰는 대리인이고 주인은 세금을 내는 국민이다. 교육감이 돈을 많이 쓰는 만큼 초중고 교육환경은 좋아졌을까. 학생과 학부모에게 폭행과 악성민원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교사들을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제대로 된 교육성과를 얻으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불합리한 점부터 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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