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4-04-29 07:50 (월)
[조남현의 종횡무진]3불1한 약속은 시진핑 앞에 머리찧는 굴욕
상태바
[조남현의 종횡무진]3불1한 약속은 시진핑 앞에 머리찧는 굴욕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7.2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ㆍ조남현 시사평론가

굴종에 의한 평화는 노예 상태에서의 평화일 뿐이다
외세 침략 많이 받았어도 역사상 이런 굴욕은 없었다
지난달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637년 인조는 남한산성에서 나와 삼전도에서 치욕적인 항복식을 거행했다. 청나라의 침략을 받자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버틴 지 45일 만의 일이었다. 이때 높은 연단 위에 청 태종이 거만하게 앉아 있는 가운데 인조는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이른바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 의식을 해야 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조아린다’는 말은 ‘상대편에게 존경의 뜻을 보이거나 애원하느라 이마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자꾸 숙인다’는 것인데, 인조가 조아린 행위는 그런 게 아니라 한 번 절할 때마다 세 번 머리를 땅바닥에 부딪히는 것이었다. 1배에 3번이니 3배이면 9번 이마를 땅에 부딪혀야 했다. 그것도 부딪히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세게 부딪히지 않으면 다시 할 것을 요구받고 인조는 그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수도 없이 이마를 땅에 찧으니 인조의 이마는 피로 범벅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물리적인 고통보다 더한 것은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았어도 우리 역사상 이런 굴욕은 없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 중국에 대해 삼전도에서의 ‘삼배구고두례’보다 더한 굴종을 자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국민에게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을 안겨주고 있다. 굴욕보다 더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 주권을 중국에 갖다 바쳤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의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모르지 않았지만 이 정도였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자연인 문재인이 ‘높은 산봉우리’ 앞에 엎드려 ‘성은’을 간청하는 거야 알 바 아니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두 손 머리 위로 올려 받친 것은 ‘시황제(시진핑)’에게 충성심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에는 ‘반역 행위’다.

신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최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드 영향평가 관련 내부 문건들의 충격파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3불(不) 1한(限)’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주지하듯 ‘3불’은 ▲사드 추가 배치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것,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하지 않겠다는 것, ▲한‧미‧일 군사동맹 체제로 가지 않겠다는 것 등이며,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을 제한(중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겠다는 것이다. 2017년 10월 31일 한‧중은 사드 배치로 악화된 양국 관계 개선에 합의했고, 문재인정부는 3불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당시 ‘1한’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라 할 수 있는 ‘환구시보’가 “3불 1한을 실천하라”며 ‘1한’을 언급했다. 문재인정부는 그간 ‘1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 왔다. 그런데 국방부 문건에서 ‘1한’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조남현 시사평론가
조남현 시사평론가

2019년 국방부가 작성한 ‘사드 환경평가 구성 시기 관련 과장급 협의 결과 보고서’는 ‘환경영향평가 진행 시 제한 사항’이라며 “중국은 성주기지 환평 진행을 사드 정식 배치로 간주해 한‧중 간 기존 약속에 대한 훼손으로 인식하고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후 문재인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을 미룬다. 2020년 7월 작성된 ‘성주기지 환경영향평가 추진계획 보고서’는 “양국이 합의한 3불 1한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환평 절차 진행 시 (중국이) 사드 체계 최종 배치를 위한 과정으로 평가해 강도 높은 대응 예상”이라고 했다. 그 대응 방안으로 “중국에 ‘환평 추진은 계획된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며, 현재 주민‧시민단체의 반대가 거세 정상적 절차 진행이 어려움’을 설명”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내부 문건은 문 정부가 중국이 주장해온 ‘1한’을 합의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다. 중국이 “양국이 사드의 단계적 처리에 합의했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이 말한 ‘단계적 처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궁극적으로 사드 철수를 말하는 게 아닐까. 그럴 소지가 다분하다. 문 정부와 민주당이 그간 보여온 태도를 보면 그런 관측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애당초 ‘3불’은 합의해 주는 게 아니었다. 그 이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사드 배치를 국가 안보상 필수 사항이라고 밝히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문 당선자는 그걸 외면했고, 급기야 대통령이 된 이후 ‘3불’을 약속하고, 뒤늦게 드러났지만 ‘1한’까지 합의해 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드를 철수하려 한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본래 박근혜정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드를 정식 배치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어 버렸다. 사드 배치는 군사상 기밀 사항이라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닌데도 지역 주민 반발과 국민 안전을 이유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키로 한 것이다. 그 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지역 주민 반발도 실상 좌파 세력과 민주당 의원들이 전자파 괴담으로 선동한 결과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문 정부는 사드를 배치하려는 게 아니라 철수하기로 작정한 듯하다. 그러지 않고야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평가협의회 구성을 계속 미루어 온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또 사드 전자파가 전혀 유해하지 않다는 사실도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국민에게 진실을 감추어 온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문 전 대통령은 ‘평화’를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굴종하면 평화가 지켜질까. 천만의 말씀이다. 굴종할수록 상대는 더 큰 요구로 더 큰 굴종을 강요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굴종에 의한 평화는 노예 상태에서의 평화일 뿐이다. 노예이기를 거부하면 평화는 깨진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노예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안 그러면 청 태종 앞에서의 ‘삼배구고두례’를 면치 못한다.

상대의 선의에만 기대는 평화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가 아니다. 언제고 상대가 태도를 돌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이기는 전쟁보다는 낫다”고 했다. 그건 마치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데 대해 “그럼 전쟁하자는 거냐”고 언성을 높이는 것과 같은 말이다. 상대가 온갖 저주를 퍼붓든 말든, 주권 포기를 강요하든 말든 전쟁만 면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주권을 포기하는 순간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화도 날아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은 마땅히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삼배구고두례’로 반역의 죄를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