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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 임원이 반도체공장 통째로 중국에 넘기려다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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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 임원이 반도체공장 통째로 중국에 넘기려다 덜미
  • 김석중 기자
  • 승인 2023.06.12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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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권위자 전 삼성전자 간부 1명 등 7명 재판행
업계 충격 ... '도 기술 유출 낮은 형량' 지적
기술유출 사진+ 일러스트 ⓒ연합뉴스
기술유출 사진+ 일러스트 ⓒ연합뉴스

[매일산업뉴스]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사한 반도체 공장을 중국에 설립하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전 임원이 구속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검찰에 구속된 삼성전자 전 임원은 과거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D램 사업의 부활을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이는 엔지니어가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들고 해외 회사로 이직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고위 임원과 협력사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기술 유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며 국가 기밀인 산업 기술 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2일 업계와 검찰에 따르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전 삼성전자 상무 A씨(65)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국내 반도체 업계 인력들에게 연봉 2배를 제안해 200여명을 본인 회사로 영입했고, 이들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도면 등을 입수해 '복제 공장' 설립에 활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전경 ⓒ삼성전자

A씨는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8년간 차세대 반도체 핵심공정을 개발한 국내 반도체 D램공정 설계 전문가이다.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2001년 하이닉스반도체(옛 SK하이닉스)로 넘어가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하이닉스에서 2003년 메모리생산센터장, 2005년 메모리제조본부장을 역임하며 당시 낡은 생산장비들로 삼성을 뛰어넘는 D램 수율을 달성하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6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저 제조원가, 최고 생산량 확대 등의 기록을 세우며 ‘수율의 달인’으로 불리렸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2009년 ‘제2회 반도체의 날’에 은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한국공학한림원과 서울대학교가 선정한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 등 외국 기업에 매각될 위기에 빠졌을 당시, A씨는 하이닉스의 회생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필하며 주채권은행을 설득해나갔던 공로도 있다. 당시 그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부행장을 직접 찾아가 반도체 공정이 그려진 도표를 꺼내 펼쳐 보이며 설득하는 등 하이닉스가 한국 기업으로 남아있는 데에도 공을 세웠다.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개요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 개요 ⓒ연합뉴스

이처럼 반도체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전문가인 A씨가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소식에 업계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문제는 반도체 업계의 기술 유출이 고위 임원과 협력사 등 날로 전방위적으로 지능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지난달 핵심 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하는 식으로 자료를 유출한 엔지니어를 적발해 해고 조치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작년에는 다른 업체로 이직을 준비하던 엔지니어 2명이 각각 모니터 화면에 국가 핵심 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를 띄워놓고 이를 사진 촬영해 보관하다 잇따라 적발됐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 7명이 세메스의 영업 기밀을 이용해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를 만들어 수출했다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기밀 유출 우려가 커지자 아예 자체적으로 지식 검색과 번역, 요약, 회의록 정리 등의 기능을 갖춘 맞춤형 AI 서비스를 연내에 도입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도체·전기전자·조선·디스플레이 등 산업기술의 해외유출 적발 건수는 총 142건에 달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기업 예상 매출액, 연구개발비 등을 기초로 추산된 피해 규모는 약 26조원에 이르렀다.

이처럼 기술 유출 범죄가 기업 생존과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지만, 어렵게 기술유출 범죄를 잡더라도 대부분 초범이거나 피해 정도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총 87.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실형과 재산형(벌금 등)은 각각 2건(6.1%)에 그쳤다.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실제 법원의 기본 양형 기준은 '1년∼3년 6월'에 그치고 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에 "반도체,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 해외 유출이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기술 유출 범죄의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앞서 대검찰청도 산업스파이와 같은 기술유출범죄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 양형위에 제출한 바 있다.

실제로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간첩 행위에 포함했으며, 미국은 연방 양형기준을 통해 피해액에 따라 범죄 등급을 조정해 형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주요국은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전경련은 "기술 유출 범죄는 범행 동기와 피해 규모 등이 일반 빈곤형 절도와 다르기 때문에 초범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며 현행 양형기준상 감경 요소의 재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기술 유출 범죄의 심각성이 제기되며 국정원과 대검찰청, 경찰, 특허청 등 범정부 차원에서 관련 제도 개선 방안 논의도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열린 발명의날 축사에서 "정부는 기술 유출과 같은 침해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으로 창의와 혁신의 성과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열린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도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전쟁이며 국가총력전"이라며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검 과학수사부는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하는 범죄에 대해 구속 수사하는 등 엄정 대처하는 내용의 '검찰사건처리기준 개정안'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전달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지난 8일 중소기업 기술침해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피해 금액의 3배에서 5배로 강화하고, 기술침해 분쟁 발생 시 정부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범부처 기술보호 게이트웨이'를 구축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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