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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조세개혁의 출발은 실제 지출하는 비용의 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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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조세개혁의 출발은 실제 지출하는 비용의 반영이다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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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20년이 지나서야 비과세 식대한도 20만원으로 증액
미국은 보유세도 비용으로 인정...규정의 현실화 절실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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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계속된 물가 상승으로 직장인의 점심값이 전국 평균 1만원에 이르러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평균이 1만원이지, 서울은 1만2000원, 서울이외의 대도시들도 1만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세법에서는 식대를 월10만원까지 비과세로 인정해왔다. 직장인이 월 20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점심 한 끼에 5000원까지만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디에서 5000원짜리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금액을 정한 것이 2004년이니 거의 20년 전의 점심값이다. 20년 동안 물가상승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이 규정은 직장인들에게는 가혹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세금 걷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어떤 정권도 그 비현실성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비과세 식대한도를 두 배 늘려서 월20만원으로 증액한다고 한다. 이제야 1만원짜리 점심을 인정하는 셈이니 만시지탄이다. 이미 1만원을 넘은 곳도 많아 현실을 다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번 정부에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그런데 세법에는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납세자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조항이 한 두 개가 아니다. 1월 연말정산을 한 결과가 이번 월급에 반영되어 지급됐다. 환급으로 웃는 이도 있겠지만 추가 납부로 우울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연말정산의 과정에서 첫 번째로 등장하는 기본공제(인적공제)라는 항목이 있다. 본인공제, 배우자공제, 부양가족공제 등이 그것인데 이는 가족 구성원의 최저생계비 수준을 비용으로 인정해서 소득에서 빼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금액은 1인당 150만원이다. 아무리 최저생계비라고 해도 어떻게 1년 생계비가 이 금액밖에 안되는가. 금액의 비현실성에 더해서 자녀가 20세 이상이 되면 공제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정도 비현실적이다. 현실적으로 20세면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용돈은 물론 교재구입, 취업준비로 돈이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시기이다. 정작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에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대학진학률이 70~80%에 달하는 현실에서 이런 규정은 현실과 너무 맞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것만큼 모두 납세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금액의 비현실성뿐만 아니라 제도의 비논리성도 눈에 띈다. 모든 사람들이 국세와 함께 지방세도 납부하고 있다.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보유에 따른 자동차세와 주택보유에 따른 재산세이다. 이러한 보유세는 생계를 위해서 지출한 비용이다. 직장을 다니느라 차가 필요하고 거주를 해야 하니 집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입을 기준으로 소득세를 낼 때에는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논리적이다. 

지난 정부에서는 보유세율이 미국보다 낮다고 하면서 세금폭탄을 만들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과표가 작기 때문에 실제로 납부하는 보유세가 우리보다 훨씬 적다는 사실은 외면했다. 여기서 금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즉, 미국에서는 개인의 경우에도 보유세를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때에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너무 당연하고 논리적이다. 왜 우리 세법은 삶을 위해 지출한 비용, 그것도 지자체에 분명하게 납부한 보유세를 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업자나 기업의 경우에만 이를 비용으로 인정해주고 있다. 손익계산서의 비용항목 중 조세공과라는 계정이 바로 이것이다. 사업자나 기업이 낸 보유세만 비용으로 인정하고 개인납세자에게는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세액을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는 일반납세자들은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해도 학계와 전문가들은 세법규정의 비현실성에 관심을 갖고 문제 제기와 논의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 정부도 세법규정을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조세정책을 정상화시키면 좋겠다. 마침 조세개혁추진단이 출범한다니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적폐세제를 청산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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