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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미국은 62개, 독일은 44개, 한국은 9개' 대기업 적은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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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춘의 Re:Think]'미국은 62개, 독일은 44개, 한국은 9개' 대기업 적은 이유가...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2.1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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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팀장/법학박사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총 275개 규제 적용
반대기업정서 편승, 적극적 자원하면 대기업 특혜 프레임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2년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채용시장도 마무리 단계다. 올해도 여지없이 찬바람이 불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그래도 조금은 따뜻한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미국발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위축이 이어지며 고용시장에도 삭풍이 몰아쳤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것은 한쪽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견, 중소 제조업, 조선업 등이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방으로 가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다. 한쪽에서는 취업이 안 된다고 아우성인데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못 구하겠다고 아우성이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김용춘 전경련 팀장/법학박사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대기업이 너무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청년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 학력도 높아지고, 능력도 경험도 출중한 청년들이 많아졌다. 그러니 지방 중소기업 정도로 성에 찰리가 없다. 지난 4개년간(2017년~2020년) 배출된 대졸·대학원 졸업자는 약 220만명이 넘었으나, 같은 기간 신규 대기업 일자리는 33만명 정도에 불과했다.

혹 이를 보고 대기업들이 일자리 안 만들었다고 탓하진 마시라. 다들 기업하면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만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매우 적은 나라에 속한다. 1만개 기업이 있다고 했을 때, 미국은 62개, 독일은 44개, 일본은 39개가 대기업이지만 한국은 9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한국에 대기업이 적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규제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총 275개의 규제가 적용된다고 한다. 상당수가 해외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이 족쇄이다.

막연한 반(反)대기업 정서도 한 몫했다. 해외에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R&D나 일자리 창출을 하면 적극적인 세제, 금융,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우리는 자칫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에 걸리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국가 정책을 수립할 때 대기업에 대해서는 경쟁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빈약한 정책 지원은 결국 국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 실제 2020년 기준 국내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해외 직접투자(ODI) 규모는 566억 달러로,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 114억 달러의 5배가 넘었다. 지금이야 한국이 젊고 성장하는 국가이니 버틸 재간이 있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의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이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대기업이라고 항상 곳간에 돈을 쌓아놓고, 땅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름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대한민국 경제 혁신의 선봉에 서고 있다. 물론 중소기업도 우리 경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기업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대기업이 많아서 나쁠 것도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남은 물론, 협력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납품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많아지니 제 값받고 팔기 쉬워진다. 국가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고소득 세원이 많아지니 세수확보는 물론 복지 지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주식투자자들의 자산도 불어나니 금상첨화다.

이제 대기업의 역할과 기여도를 제대로 인정하고 소중히 대해 줬으면 좋겠다. 대기업이 예뻐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평범한 서민들이지 않은가. 국내외 대기업들이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더 활발하고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경쟁력있는 정책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막연한 대기업 특혜론에 사로잡혀 합리적인 정책 개선에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기여도 높은 대기업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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