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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기업활동 위축시키는 스튜어드십 코드 尹 정부가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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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경의 시콜세상]기업활동 위축시키는 스튜어드십 코드 尹 정부가 계승?
  • 매일산업뉴스
  • 승인 20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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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공인회계사

전문성 없는 기관들이 감놔라 배놔라 주주 이익만 훼손 연금 자산 감소 초래
국민연금이 기업경영 개입 대리인이 영향력 키우는 꼴 대리관계 단순화해야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됐다. 스튜어드십은 주인의 재산을 잘 관리한다는 ‘집사정신’이니 스튜어드십 코드는 ‘집사의 지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지침에 따라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공단은 투자기업의 주주가치를 높이고 대주주의 전횡을 저지하기 위해서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공단은 2019년 3월에 열린 대한항공의 주주총회에서 당시 그룹 총수인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던져서 연임을 저지했다. 이로써 조양호 회장은 20년 만에 경영권을 내놓게 되었다. 기관투자자가 스튜어드십이라는 이름 아래 주주권을 행사하여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사례가 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3월에는 LG화학, 효성, 신한금융, 한화시스템 등의 이사 선임에 개입했다.

기관투자자의 운영자금은 대개 개인투자자의 소액 자금이 모인 것이다. 즉, 생업이 바쁘거나 투자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개인들이 소액 자금을 펀드매니저에게 맡겨서 운용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돈과 의사결정권을 맡겼으니 위임자가 되고 기관투자자는 대리인이 된다. 국민연금공단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이 납부한 연금을 잘 운용해서 은퇴 후 노후에 쓸 돈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의경 대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의경 대진대학교 교수/공인회계사

국민연금공단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기금운용대위원회(기금위)가 있다. 그리고 전문성을 보완하는 하부조직으로 수탁자책임위원회(수책위)가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바로 이 수책위가 스튜어드십과 관련해서 투자기업의 경영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다. 국민연금공단의 대리문제는 스튜어드십의 도입으로 복잡하게 꼬인 측면이 있다. 전에는 연금을 납부한 국민은 주인(위임자)이고 이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은 대리인이 되는 단순한 구조였다. 그런데 스튜어드십을 실행하는 수책위가 생기면서 다단계 대리관계가 됐다. 국민과 연금공단이 1단계, 연금공단과 수책위가 2단계의 대리관계이다. 즉, 수책위는 대리인의 대리인인 셈이다. 다단계의 이미지가 부정적이듯이 대리관계도 다단계가 되면 대리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대리인의 의사결정 범위를 생각하면 국민연금공단이 개별기업의 경영에까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 본디 기관투자자를 통한 간접투자에서 고객(위임자)이 기대하는 바는 투자이익이지, 이념적 가치 달성을 위해 특정기업의 경영에까지 개입하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기업의 성과가 못마땅하면 다른 유망기업을 찾아서 투자처를 바꾸면 될 것이다. 만약 국민연금공단이 경영개입을 지속한다면 다른 수많은 기관투자자들도 모두 기업 경영에 직접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간섭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투자성과가 낮아지면 곧 위임자의 손실로 이어질 텐데 그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투자기업에 대한 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해 소송주체를 수책위로 하려는 시도에 대해 기업들이 우려를 표하면서 1년 내내 핫 이슈가 됐다. 이 시도가 관철된다면 투자기업의 경영자에 대하여 수책위가 주주를 대표해서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수책위는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세 명씩 추천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주로 교수, 변호사, 시민단체 관련 인사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이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자칫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대립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 결과로 가장 경제적이어야 할 사안에서 경제 논리가 뒤로 밀리면서 자원배분이 왜곡됨으로써 국민들의 손실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새 정부도 스튜어드십을 강화하려는 것 같다. 이렇게 국민연금공단이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대리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표소송의 주체는 수책위로 한다면 실권도 없는 위원회로 부담되는 책임만 떠넘기는 것이 될 수 있다. 스튜어드십을 제대로 실현하려면 책임관계가 명확하도록 대리관계를 단순화시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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